염색질 리모델링

염색질 리모델링

[ Chromatin remodeling ]

염색질 리모델링 혹은 염색질 개조는 응축된 DNA를 푸는 과정이다. 이는 세포나 조직의 종류에 따라서 선택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염색체 부위를 풀어서 RNA 중합효소를 비롯한 전사인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이 때문에 염색질 리모델링은 유사분열의 말기에 시작되어 전사가 왕성하게 일어나는 세포주기의 G1 기를 준비한다. 염색질 리모델링은 DNA 응축의 첫 단계에서 형성되는 뉴클레오솜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우리는 뉴클레오솜의 구조의 변화를 야기하는데 관여하는 분자생물학적 요인과 기능을 파악하여 염색질 리모델링을 이해하고자 한다.

목차

히스톤 단백질 및 DNA의 화학적 모식

염색질 리모델링은 뉴클레오솜을 구성하는 히스톤 단백질의 생화학적 모식에서 시작된다. 뉴클레오솜은 DNA가 8개의 히스톤 단백질로 이루어진 핵심히스톤복합체를 1.75 바퀴 감아서 형성하는 구조이다. 핵심히스톤복합체는 4가지 히스톤 (H2A, H2B, H3, H4) 단백질이 각각 2개로 구성된 8량체이다. 핵심히스톤복합체의 밖으로 노출되어 있는 H3 및 H4 단백질의 N-말단이 히스톤 변형의 표적이다. 아세틸화, 메틸화, 인산화 및 유비퀴틴화와 같은 변형이 이루어진 N-말단은 염색질 상호간의 결합친화력에 대한 변화를 일으켜서 뉴클레오솜의 구조를 변화시킨다. 

(그림 1) 염색질 리모델링; DNA 상에 흰색 원형으로 표시된 시토신 염기가 탈메틸화되고 핵심히스톤 8량체를 구성하는 히스톤 단백질의 아세틸화를 통해서 염색질의 구조가 느슨해짐에 따라 유전자의 전사가 활성화된다 (위). DNA 상에 빨강색 원형으로 표시된 시토신 염기가 메틸화되고 핵심히스톤 8량체를 구성하는 히스톤 단백질의 탈아세틸화를 통해서 염색질의 구조가 응축됨에 따라 유전자의 전사가 불활성화된다.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File:Luong_LD_SA_F2.jpg#/media/File:Luong_LD_SA_F2.jpg)

히스톤 단백질의 아세틸화

히스톤 아세틸화효소는 히스톤 단백질을 아세틸화하여 염색질 상호간의 결합친화력을 감소시킴으로써 느슨해진 뉴클레오솜이 RNA 중합효소와 같은 전사조절 단백질에 쉽게 접근하게 한다. 반대로 히스톤에서 아세틸기를 제거하는 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는 염색질을 응축시키는 효과를 밝휘하여 DNA를 더욱 응축시키기 때문에 전사를 억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림 1). 

히스톤 단백질 및 DNA의 메틸화

히스톤 단백질의 메틸화는 히스톤 단백질의 라이신 과 아르기닌에서 주로 일어난다. 특히 히스톤 H3 단백질의 메틸화 혹은 탈메틸화는 뉴클레오솜의 구조 변화와 함께 전사의 촉진 혹은 억제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서 H3 단백질의 4번과 36번에 있는 라이신이 메틸화가 되면 전사를 활성화하는 뉴클레오솜의 구조로 변화된다. 반대로 H3 단백질의 9번과 27번에 있는 라이신의 메틸화는 전사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메틸화는 뉴클레오솜을 구성하는 DNA에도 일어난다. DNA를 구성하는 시토신 염기의 메틸화는 DNA와 핵심히스톤 8량체 간의 결합을 증가시켜서 염색질의 응축을 촉짐시킴으로써 유전자의 전사를 불활성화한다 (그림 1)

ATP-의존성 염색질 리모델링 복합체

염색질의 구조는 DNA 복제 및 회복에서부터 특정한 유전자의 전사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ATP-의존성 염색질 리모델링 효소는 염색질을 형성하는 기본 단위인 뉴클레오솜의 형성에서부터 뉴클레오솜의 구조를 여러 형태로 변화시키는 단백질 복합체이다. 이 복합체는 ATP를 가수분해하는 도메인 (SNF2 도메인)을 가지고 있어서 ATP의 가수 분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사용하여 뉴클레오솜을 재배치(슬라이드, 트위스트 또는 루프)한다. 또한 이 복합체는 핵심히스톤 8량체를 구성하는 히스톤 단위체를 바꾸거나 제거하여 DNA가 전사조절 단백질과 작용하도록 함으로써 유전자의 전사를 활성화한다 (그림 2). 

뉴클레오솜의 완성

ATP-의존성 염색질 리모델링 복합체는 DNA의 복제가 일어나는 동안에 DNA 복제 복합체와 함께 협업하여 초기-뉴클레오솜 (pre-nucleosome)을 형성하고 나아가서 뉴클레오솜 구조를 완성한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ATP-의존성 염색질 리모델링 복합체는 ISWI 및 CHD 계열의 단백질을 단위체로 가진다. ISWI 단백질은 ATP-중재형 운동단백질로서 뉴클레오솜의 구조를 만드는 과정을 주도한다.

염색질의 재구성

SWI/SNF 계통의 단위체로 구성된 ATP-의존성 염색질 리모델링 복합체가 염색질의 재구성을 담당한다. SWI/SNF-복합체는 뉴클레오솜을 미끄러뜨리거나, 뉴클레오솜의 성분인 히스톤을 이량체 단위로 빼내거나, 뉴클레오솜을 통째로 방출하여 염색질을 재구성한다. 예를 들어, 뉴클레오솜에서 핵심히스톤이 빠져나가면서 길어진 링커 DNA가 옆에 있는 뉴클레오솜을 밀면서 DNA 영역을 침범하여 히스톤이량체 (H2A/H2B)를 우선적으로 빼내고 이어서 히스톤 8량체를 제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뉴클레오솜의 연속적인 와해를 가져와서 상당한 부분의 DNA가 노출된다 (그림 2). 노출된 DNA 부위는 DNA의 회복이나 재조합 또는 유전자의 전사에 관여하는 분자생물학적 요인들과 결합한다.

(그림 2) 염색체 내에서 뉴클레오솜이 단단하게 연결되어 형성된 이질염색질 (heterochromatin)과 느슨하게 풀어진 진정염색질(euchromatin).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File:Sha-Boyer-Fig1-CCBy3.0.jpg#/media/File:Sha-Boyer-Fig1-CCBy3.0.jpg) 

뉴클레오솜의 편집

뉴클레오솜의 편집은 뉴클레오솜을 구성하는 핵심히스톤 8량체를 구성하는 표준히스톤 단백질을 히스톤 변이체로 대체한다. 효모 SWR1 (포유류의 p400 나 SRCAP) 계통 염색질 리모델링 복합체가 이 과정을 주도한다.

예를 들어 히스톤 변이체 H2AZ가 H2A/H2B 이량체의 H2A를 대체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H2A의 히스톤 변이체들로 대체된 뉴클레오솜은 구조적으로 다른 형태의 가소성을 가지게 되어 염색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전사 및 복제 과정에서 조절 기능을 담당하게 한다.

요약

염색질 리모델링은 뉴클레오솜의 생성, 변형, 및 해체를 통하여 DNA의 농축과 이완을 조절하는 과정이다. 염색질 리모델링 복합체는 기능에 따라서 두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히스톤 단백질의 특정한 아미노산 잔기에 아세톤기 또는 메틸기를 공유결합을 통하여 화학적으로 모식하는 리모델링 복합체이다. 다른 하나는 핵심히스톤 8량체를 구성하는 히스톤 단백질 중에 H2A-H2B 를 뉴클레오솜에서 다른 종류의 2량체 단위로 해체/조립 또는 전체 핵심히스톤을 제거함으로써 뉴클레오솜의 구조를 편집한다. 이 두 가지의 리모델링 복합체의 분자생물학적 작용 기전은 다르지만 DNA의 농축과 이완을 조절하는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하다. 특히 이완된 상태의 DNA는 DNA의 복제, 회복 및 재조합에 관련하는 조절인자나 RNA 중합효소를 비롯한 전사조절인자와 작용하게 된다.

관련 용어

핵심히스톤 단백질, 뉴클레오솜, 히스톤 아세틸화, 히스톤 메틸화, 진정염색질, 이질염색질

참고문헌

1) The Cell; Molecular Approach (Cooper and Hausman, 7th ed, Sinauer)

2) 분자생물학 (최준호 외 23인, 5판, 라이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