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리오 피셔리

비브리오 피셔리

[ Vibrio fischeri ]

비브리오 피셔리; 발광성 박테리아(국문) Vibrio fischeri(영문)

해양에 서식하는 그람음성균으로, 어류 및 오징어의 발광 기관(light organ)에 공생하면서 빛을 내는 세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세균의 발광 현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세균 자신이 생성하는 아실호모세린락톤(acylhomoserine lactone)이라는 신호물질(autoinducer)을 감지하여 lux 오페론(operon)의 발현을 활성화하는 정족수 감지(quorum sensing) 조절기전이 확립되었다. 또, 비브리오 피셔리는 미생물-숙주 상호작용(host-microbe interactions) 연구에 있어서 모델세균으로 자주 언급된다.

그림 1. Vibrio fischeri (출처: doi:   10.1073/iti0805102)

목차

기원 및 명명

생물체의 발광(생물발광, bioluminescence)에 대한 관찰은 고대부터 있었지만, 그 현상이 세균에 의한 발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1). Aristotle은 죽은 물고기가 종종 빛을 발하는 현상에 대한 기록을 남겼고, Robert Boyle이 이러한 발광 현상을 일으키기 위해 공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1880년대 까지도 이것이 발광 세균(bioluminescent bacteria)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2). 발광 세균의 존재는 독일의 생리학자 Pflüger (1875)3)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으며, 이 중에서 Bernhard Fischer에 의해 명명된 Photobacterium fischeri가 후에 Vibrio fischeri라는 이름으로 재명명되었다4). 최근 Vibrionaceae family에 속한 Vibrio 속 균들 중 4 종(V. fischeri, V. logei, V. salmonicida, V. wodanis)의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이 다른 Vibrio 종들과 95.5% 이하의 유사도를 보였기 때문에 계통학적 재분류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대두되었고, 이러한 이유로 이 4 가지 종은 Aliivibrio 속으로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5). 그러나 기존의 이 세균을 연구하는 그룹(예, Ned Ruby, Margaret McFall-Ngai 등)에서는 Vibrio fischeri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분류군

세균 도메인 > Phylum Proteobacteria (프로테오박테리아 문) > Class Gammaproteobacteria (감마프로테오박테리아 강) > Order Vibrionales (비브리오 목) > Family Vibrionaceae (비브리오나세에 과) > Genus Aliivibrio (알리비브리오 속) > Species A. fischeri (알리비브리오 피셔리 종) 

유전체 크기 및 특징

하와이에 서식하는 오징어인 Euprymna scolopes의 발광기관에서 분리된 공생세균 V. fischeri ES114 균주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2004년 처음으로 결정되었다6). V. fischeri의 염색체는 2 개의 원형 DNA분자 및 1 개의 plasmid DNA (pES100)를 가지고 있다. 4,284,050 염기쌍으로 구성된 ES114균의 유전체(genome)는 총 3,802 개의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12 개의 rRNA 오페론과 119 개의 tRNA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 세균의 G+C 비율(DNA G+C ratio)은 38.3%로 Vibrionacae family 중에서도 가장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생물발광(bioluminescence)과 정족수인식기전(mechanism of quorum sensing)

V. fischeri가 빛을 내는 데 필요한 유전자는 두 번째 염색체 상의 lux 오페론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7). 빛을 내는 주요 효소인 루시퍼라제(luciferase)는 a와 b subunit으로 이루어진 heterodimer로, 각각 luxAluxB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되어 있다. 루시퍼라제는 long-chain aldehyde (RCOH)와 환원된 flavin mononucleotide (FMNH2)의 산화에 의하여 빛을 낸다(그림 2). RCOH는 지방산환원효소중합체(LuxCDE)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그 생성 기전은 LuxD에 의해 지방산 생합성 경로(fatty acid biosynthesis pathway)로부터 지방산이 만들어지면 LuxE가 ATP를 이용하여 아실기(acyl group)를 활성화 시키고, LuxC가 긴사슬 지방산(long-chain fatty acid)을 환원시킴으로써 RCOH가 만들어지는 것이다8). LuxG는 루시퍼라제의 활성에 필요한 FMNH2를 생성시키기 위해 FMN을 환원시키는 효소이다9).

lux 오페론의 발현은 정족수 인식 기전(quorum sensing)에 의해 전사(transcription) 단계에서 조절을 받는다10). 정족수 인식이란 세균세포들간의 화학 물질을 이용한 의사소통 방식(chemical based communication)으로서, 세균 개체군 밀도에 기인한 집단 행동(community-level behavior) 조절 현상으로 설명된다. ‘Quorum sensing’이란 이러한 집단 행동, 예를 들어 V. fischeri가 일정 개체군 밀도 이상이 되었을 때 일제히 빛을 발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정족수 인식 기전에 의한 lux 오페론의 발현 조절은 먼저 세포의 성장에 따른 신호 물질(signal molecule, autoinducer) 축적으로부터 시작된다. 신호 물질의 생성은 lux 오페론의 첫 번째 유전자가 암호화한 효소인 LuxI에 의해 촉진되며 세포수가 증가함에 따라 축적된 신호 물질이 다시 세포 내로 들어와 전사인자(transcriptional factor)인 LuxR 조절단백질과 결합하여 lux 오페론의 발현을 촉진하게 되면, 앞서 설명한 세포발광에 필요한 유전자들로부터 효소가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빛을 내게 된다(그림 2). 이러한 형태의 유전자 발현조절은 다양한 세균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병원성세균의 독력인자(virulence factor) 생성 및 배출, 생물막(biofilm) 형성의 단계별 조절, 그리고 생존에 관여하는 많은 종류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기 때문에 많은 종류의 세균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림 2. V. fischeri의 정족수 인식 기전에 의한 lux 오페론의 조절 및 발광 원리 (출처: )

생태적 특징

V. fischeri의 생태적 특징은 하와이 서식 오징어인 Euprymna scolopes (그림 3A)와 공생(symbiosis)하는 것이다11). E. scolopes는 낮 동안에는 모래 속 또는 산호 주변에 숨어 지내다가 해가 지면 활동을 하는 야행성 동물인데, 달빛 등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신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하여 빛을 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포식 회피를 위한 반대조명(counterillumination)용 빛을 만들기 위하여 V. fischeri를 발광기관에서 배양하면서 이들이 발하는 빛을 이용한다. E. scolopes-V. fischeri 공생의 시작은 숙주 오징어의 알이 부화한 후 주변의 바닷물에 존재하는 공생세균의 수평적 획득에 의해 이루어진다. 유체 E. scolopes의 발광기관 입구(pore) 주변의 섬모 점액질의 상피조직 표면에 V. fischeri가 달라 붙은 후, 발광기관 내부까지 이동하면서 서식처로서의 자리를 잡는다(그림 3B, C). 물속에 사는 여러 세균들 중 오직 V. fischeri만이 E. scolopes에 축적될 수 있는데, 이러한 고도의 상호특이성은 E. scolopes의 상피세포와 V. fischeri 사이의 부착 특이성에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그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V. fischeri에 의해E. scolopes의 상피세포(epithelium cell)의 점액질이 상실되며, 상피세포와 V. fischeri지질다당류(lipopolysaccharide, LPS)간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상호특이성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추측된다. V. fischeri의 LPS는 E. scolopes의 외피 상피조직의 apoptosis를 유발하여 V. fischeri만 달라붙을 수 있는 구조물(MAMPs; microbe associated molecular patterns)을 형성하게 한다. E. scolopes의 발광기관 안에는 빛 감지기능이 있어서 만약 빛을 내지 못하는 V. fischeri가 발광기관 내에 들어오게 되면 수일 내에 제거된다.

E. scolopes-V. fischeri 공생은 하루 주기로 일어나며 E. scolopes가 밤 동안 이용한 발광기관 내 세균의 약 90% 이상이 동이 틀 무렵 발광기관 밖으로 배출된다. 흥미롭게도 E. scolopes의 발광기관 내에서 배양된 V. fischeri의 배출에 의해, 숙주동물 서식지 내의 V. fischeri의 세포수는 E. scolopes가 서식하지 않는 바다환경에 비해 약 24~30배 이상 높다고 보고된 바 있다12). 공생세균의 배출을 위하여 숙주 내부의 환경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게 되는데, 특히 E. scolopes 발광기관 내의 세균들을 위한 영양분의 종류를 바꾸어 세균들이 혐기성호흡(anaerobic respiration)으로부터 발효(fermentation)를 하도록 유도하고 그 결과 발광기관 내 산성도(pH)가 급격히 변화한다. 이러한 발광기관 내의 변화는 일주기율을 조절하는 Cry (blue-light receptive protein) 단백질에 의해 조절되며13), 이 단백질은 일주기 조절 뿐만 아니라 앞서 설명한 공생특이성을 부여하기 위한 빛 감지장치로도 이용된다.

 이미지 1

 이미지 2

그림 3. 하와이 오징어 Euprymna scolopes와 발광세균 Vibrio fischeri의 공생 (출처: https://doi.org/10.1371/journal.pbio.1001783)

관련용어

전사인자(transcriptional factor), 정족수 감지(quorum sensing), 발효(fermentation), bioluminescence, 생물발광, Phylum Proteobacteria (프로테오박테리아 문), Class Gammaproteobacteria (감마프로테오박테리아 강), G+C 비율(DNA G+C ratio), 전사(transcription), 독력인자(virulence factor), 생물막(biofilm), 공생(symbiosis), 지질다당류(lipopolysaccharide, LPS), 혐기성호흡(anaerobic respiration), 16S rRNA

집필

이규호/서강대학교

감수

이정신/강원대학교

참고문헌

1. Sieburth, J.M. 1979. Sea microbes. Oxford University Press. New York.
2. ZoBell, C.E. 1946. Marine microbiology. Chronica Botanica Co. Waltham, Mass.
3. Pflüger, E. 1875. Beitrage zur Lehre con der respiration. Ueber die physiologische Verbrennung in der lebendigen organismen. 'Arch. E D Ges. Physiol. 10, 251-367.
4. Beijerinck, M.W. 1889. Le Photobacterium luminosum, bacterie luminesce de la Mer du Nor. Arch. Neerl. Sci. Exactes Nat. 23, 401–405.
5. Urbanczyk, H., Ast, J.C., Higgins, M.J., Carson, J., and Dunlap, P.V. 2007. Reclassification of Vibrio fischeri, Vibrio logei, Vibrio salmonicida and Vibrio wodanis as Aliivibrio fischeri gen. nov., comb. nov., Aliivibrio logei comb. nov., Aliivibrio salmonicida comb. nov. and Aliivibrio wodanis comb. nov. Int. J. Syst. Evol. Microbiol. 57, 2823-2829.
6. Ruby, E.G., Urbanowski, M., Campbell, J., Dunn, A., Faini, M., et al. 2005. Complete genome sequence of Vibrio fischeri: A symbiotic bacterium with pathogenic congeners. Proc. Natl. Acad. Sci. USA 102, 3004-3009.
7. Engebrecht, J., Nealson, K., and Silverman, M. 1983. Bacterial bioluminescence: isolation and genetic analysis of functions from Vibrio fischeri. Cell 32, 773-781.
8. Boylan, M., Miyamoto, C., Wall, L., Graham, A., and Meighen, E. 1989. Lux C, D and E genes of the Vibrio fischeri luminescence operon code for the reductase, transferase, and synthetase enzymes involved in aldehyde biosynthesis. Photochem. Photobiol. 49, 681-688.
9. Nijvipakul, S., Wongratana, J., Suadee, C., Entsch, B., Ballou, D.P., and Chaiyen, P. 2008, LuxG is a functioning flavin reductase for bacterial luminescence. J. Bacteriol. 190, 1531-1538.
10. Fuqua, W.C., Winans, S.C., and Greenberg, E.P. 1994. Quorum sensing in bacteria: the LuxR-LuxI family of cell density-responsive transcriptional regulators. J. Bacteriol. 176, 269-275.
11. McFall-Ngai, M.J. 2014. Divining the essence of symbiosis: Insights from the squid-vibrio model. PLoS Biol. 12, e1001783.
12. Lee, K-H. and Ruby, E.G. 1994. Effect of the squid host on the abundance and distribution of symbiotic Vibrio fischeri in nature. Appl. Environ. Microbiol. 60, 1565-1571.
13. Heath-Heckman, E.A., Peyer, S.M., Whistler, C.A., Apicella, M.A., Goldman, W.E., and McFall-Ngai, M.J. 2013. Bacterial bioluminescence regulates expression of a host cryptochrome gene in the squid-Vibrio symbiosis. mBio 4, e00167-13.

동의어

Vibrio fischeri, 비브리오 피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