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체복사

흑체복사

[ blackbody radiation ]

그림 1. 이상적인 흑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두꺼운 상자에 뚫린 작은 구멍을 흑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림에서 빨간선의 굵기는 반사를 거듭하면서 빛이 완전히 흡수되는 과정을 형상화 한 것이다.(출처 : 선광일/천문학회)

흑체복사는 열역학적평형 상태인 흑체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이다. 모든 물체는 빛을 흡수하고 재방출한다. 흑체라는 개념은 1862년 키르히호프(Gustav Kirchhoff, 1824년-1884년)가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흑체는 주파수, 진행 방향, 편광과 관계없이 입사하는 빛을 모두 흡수하는 완벽한 흡수체이다. 입사된 빛을 반사하지 않고 모두 흡수하기 때문에 검게 보일 것이라는 의미에서 흑체라고 이름이 붙여졌지만, 흑체가 빛을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열열학적평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흡수된 빛의 에너지는 다시 빛으로 재방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방출하는 빛의 주파수는 흡수하는 빛의 주파수와 같지 않다.

이상적인 흑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램프의 그을음과 같은 물질은 흑체와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좀 더 흑체에 가까운 대상은 벽에 작은 구명이 뚫린 두꺼운 상자이다. 그림 1과 같이 매우 작은 구멍이 뚫린 두꺼운 상자의 구멍을 통해 상자 안으로 들어간 빛은 바깥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상자의 안쪽 벽에 반사되거나 흡수될 것이다. 한번에 흡수되지 않은 빛도 반사를 반복하는 동안 궁극적으로 상자에 모두 흡수될 것이다. 이 구멍으로 방출되는 복사의 스펙트럼은 상자의 물질적 특성과 무관하고 온도에만 의존한다. 이때 방출된 복사가 바로 흑체복사가 된다.

목차

플랑크 법칙(Planck Law)

흑체복사 스펙트럼은 막스 플랑크(Max Planck, 1858년-1947년)가 처음으로 유도하였다. 온도가 @@NAMATH_INLINE@@T@@NAMATH_INLINE@@ 인 흑체복사의 단위 시간당, 단위 주파수(@@NAMATH_INLINE@@ \nu@@NAMATH_INLINE@@)당, 단위 부피당, 단위 입체각당 에너지, 곧 복사세기는 다음과 같다.

@@NAMATH_DISPLAY@@ B_\nu(T) = \frac{2h\nu^3}{c^2}\frac{1}{\exp(h\nu/kT)-1} \qquad (1) @@NAMATH_DISPLAY@@

여기서 @@NAMATH_INLINE@@ c@@NAMATH_INLINE@@는 빛의 속도(@@NAMATH_INLINE@@=3\times10^8 {\rm km~s^{-1}}@@NAMATH_INLINE@@), @@NAMATH_INLINE@@ h@@NAMATH_INLINE@@는 플랑크 상수(@@NAMATH_INLINE@@=6.626\times 10^{-34} {\rm m^2 kg s^{-1}} @@NAMATH_INLINE@@), 그리고 @@NAMATH_INLINE@@ k @@NAMATH_INLINE@@는 볼츠만상수( @@NAMATH_INLINE@@= 1.38\times 10^{-23} {\rm m^{2}~kg~s^{-2}} @@NAMATH_INLINE@@)이다. 주파수 대신 단위 파장(λ)당 에너지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NAMATH_DISPLAY@@ B_\lambda(T) = \frac{2hc^2}{\lambda^5}\frac{1}{\exp(hc/\lambda kT)-1} \qquad (2) @@NAMATH_DISPLAY@@

주파수가 ν인 빛의 에너지는 연속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어떤 특정한 상수(플랑크 상수, @@NAMATH_INLINE@@h@@NAMATH_INLINE@@)와 주파수를 곱한 값의 정수배로만 주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모든 가능한 에너지의 확률을 모두 합하고 물체 내 정상파의 주파수가 ν일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방법의 갯수를 곱해줌으로써 플랑크 복사법칙을 유도할 수 있다.

그림 2. 온도의 변화에 따른 흑체복사 스펙트럼의 변화. 점선은 빈의 변위법칙에 따라 흑체복사 스펙트럼의 최대값을 갖는 파장의 위치를 보여준다.(출처 : 선광일/천문학회)

키르히호프 법칙(Kirchhoff Law)

키르히호프가 1859년에 열복사에 대한 법칙을 발표하였다. 키르히호프 법칙에 의하면, 고체 상태 물체의 방출율과 흡수율의 비는 물체의 종류 또는 특성에는 관계가 없고 온도에만 의존하는 흑체복사로 주어진다.

어떤 공간에서 임의의 주파수에서, 물질이 흡수하는 빛의 에너지만큼 같은 양의 빛을 방출하는 세부 평형이 성립한다고 하자. 입사하는 빛의 복사세기를 @@NAMATH_INLINE@@I_\nu @@NAMATH_INLINE@@이다. 중요한 점은 흡수하는 빛의 에너지는 입사하는 빛의 복사세기에 비례하는 반면, 방출하는 빛의 에너지는 입사하는 빛의 세기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흑체가 흡수하는 흡수율을 @@NAMATH_INLINE@@ \kappa_\nu @@NAMATH_INLINE@@이라고 하면 흡수된 복사에너지는 @@NAMATH_INLINE@@\kappa_\nu I_\nu @@NAMATH_INLINE@@로 쓸 수 있고, 방출율을 @@NAMATH_INLINE@@ \epsilon_\nu@@NAMATH_INLINE@@ 이라고 하면, 방출되는 복사에너지는 그냥 @@NAMATH_INLINE@@ \epsilon_\nu@@NAMATH_INLINE@@로 쓸 수 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세부 평형 조건 때문에 흡수되는 빛의 에너지와 방출하는 복사에너지는 같아야 하므로,

@@NAMATH_DISPLAY@@ \epsilon_\nu / \kappa_\nu = I_\nu @@NAMATH_DISPLAY@@

와 같은 식이 성립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흡수율 @@NAMATH_INLINE@@ \kappa_\nu@@NAMATH_INLINE@@과 방출율 @@NAMATH_INLINE@@ \epsilon_\nu @@NAMATH_INLINE@@은 물체의 특성에만 관계되며, @@NAMATH_INLINE@@ I_\nu@@NAMATH_INLINE@@은 복사의 특성에만 관계되기 때문에 물체와는 무관해야 함을 기억하면, 방출율과 흡수율의 비는 물질의 특성과 무관하게 일정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어떤 주파수의 빛을 잘 흡수하는 물체는 같은 주파수의 빛을 잘 방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 사용한 세부 평형 조건은 일반적으로는 성립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오직 열역학적평형 상태인 흑체에서만 성립한다. 고체상태 물체는 열역학적평형 상태인 흑체와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흑체의 복사세기는 @@NAMATH_INLINE@@I_\nu=B_\nu (T)@@NAMATH_INLINE@@이므로 흑체에서는 물체의 특성과 관계없이 아래의 방정식을 만족해야 한다.

@@NAMATH_DISPLAY@@ \epsilon_\nu / \kappa_\nu = B_\nu(T) \qquad (3) @@NAMATH_DISPLAY@@

이 방정식이 키르히호프의 법칙을 수학적으로 표시해 주고 있다. 이 방정식은 방출율과 흡수율의 비가 온도에만 의존함을 의미한다. 이 법칙은 고체 상태의 물체에 적용되는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천문학에서 고체 상태의 물질은 대표적으로 성간먼지이다. 키르히호프법칙은 성간먼지에 의한 빛의 흡수와 빛의 재방출에 훌륭하게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법칙은 비록 고체 상태가 아니라 기체 상태의 물질이라도, 열역학적평형 또는 국부열역학적평형이 성립하는 기체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

레일리-진즈 법칙(Rayleigh-Jeans Law)

흑체의 복사세기 스펙트럼은 다음과 같은 레일리-진즈의 법칙으로 표현될 수 있다.

@@NAMATH_DISPLAY@@ B_\nu(T) = \frac{2\nu^2}{c^2} kT \qquad (4) @@NAMATH_DISPLAY@@

이 식은 온도에 비해 주파수가 낮다고 가정하면 식 (1)로부터 유도할 수 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특정한 주파수에서의 세기는 복사광의 온도에 비례한다는 점이다. 레일리-진즈의 법칙은 전파와 같은 낮은 주파수에서 성립한다. 특히, 수소원자의 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의 자체 회전 방향의 의해서 결정되는 에너지 준위의 천이에 의해 방출되는 21 cm 방출 스펙트럼을 연구할 때 레일리-진즈의 법칙이 유용하게 사용된다.

빈의 법칙(Wien Law)

빈의 법칙은, 레일리-진즈의 법칙과는 반대로, 주파수 또는 에너지가 온도에 비하여 높은 경우에 성립한다. 위에서 제시한 흑체복사 스펙트럼 식 (1)에서 @@NAMATH_INLINE@@ h\nu >> kT @@NAMATH_INLINE@@인 경우의 근사 식을 구해보면 아래와 같은 빈의 법칙이 얻어진다.

@@NAMATH_DISPLAY@@ B_\nu(T) = \frac{2h\nu^3}{c^2}\exp\left(-\frac{h\nu}{kT}\right) \qquad (5) @@NAMATH_DISPLAY@@

빈의 변위법칙(Wien Displacement Law)

레일리-진즈의 법칙에 따르면 낮은 주파수에서는 주파수가 증가할 수록 복사 에너지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빈의 법칙에서는 높은 주파수에서 주파수가 증가할 수록 복사 에너지가 감소한다. 따라서 중간의 적당한 주파수에서 복사에너지가 최대가 되는 지점이 존재함을 추측할 수 있다. 빈의 변위법칙은 흑체복사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내는 주파수와 흑체복사의 온도가 비례(또는 파장과 흑체의 온도가 반비례)한다는 법칙이다. 이 법칙은 흑체복사 스펙트럼의 봉우리가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점점 짧은 파장(높은 주파수) 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변위법칙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이 법칙은 1893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빈(Wihelm Wien, 1864-1928)이 실험으로 밝혀냈다.

가장 많은 에너지를 내는 파장(@@NAMATH_INLINE@@ \lambda_{\rm max} @@NAMATH_INLINE@@)과 온도(@@NAMATH_INLINE@@ T @@NAMATH_INLINE@@)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NAMATH_DISPLAY@@ \lambda_{\rm max} T = 2.9\times 10^3 \mu{\rm m~K} \qquad (6) @@NAMATH_DISPLAY@@

위의 관계식을 가장 많은 에너지를 내는 주파수(@@NAMATH_INLINE@@ \nu_{\rm max} @@NAMATH_INLINE@@)와 온도의 관계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NAMATH_DISPLAY@@ \frac{\nu_{\rm max}}{T} = 5.88\times 10^{10} {\rm Hz~K}^{-1} \qquad (7) @@NAMATH_DISPLAY@@

빈의 변위법칙을 이용하면 어떤 물체에서 주로 나오는 빛의 파장으로부터 그 물체의 온도를 알 수 있다. 가시광선의 주요 색깔별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흑체복사의 온도를 계산하면 아래와 같다. 즉, 어떤 물체 또는 별이 빨간색으로 보인다면 그 물체의 온도는 약 4400 K 임을 의미한다.

색깔 파장(nm) 흑체복사 온도
빨강 656 4417 K
주황 600 4830 K
노랑 587 4937 K
초록 555 5221 K
파랑 454 6483 K
보라 410 7068 K

스테판-볼츠만 법칙(Stefan-Boltzmann Law)

스테판-볼츠만 법칙은 흑체가 표면에서 단위 면적당 단위 시간에 방출되는 복사 에너지, 곧 총복사속 @@NAMATH_INLINE@@F@@NAMATH_INLINE@@가 절대온도 @@NAMATH_INLINE@@T@@NAMATH_INLINE@@의 4제곱에 비례한다는 법칙이다. 1879년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스테판(Josef Stefan, 1835-1893)이 실험으로 밝혀냈고, 1884년에 볼츠만(Ludwig Eduard Boltzman, 1844-1906)이 맥스웰 방정식을 이용하여 유도하였다. 이 법칙은 식 (1)을 이용해 단색광 복사속을 구한 후, 이 복사속을 전체 주파수에 대해 적분하여 유도할 수 있다. 즉,

@@NAMATH_DISPLAY@@ F= \int_0^\infty \pi B_\nu(T) d\nu = \sigma T^4 \qquad (8)@@NAMATH_DISPLAY@@

이다. 여기에서 @@NAMATH_INLINE@@\sigma = 5.669 \times 10^{-5} {\rm \ erg \ s^{-1} \ cm^{-2} \ K^{-4} } @@NAMATH_INLINE@@는 스테판-볼츠만상수이다. 복사에너지를 내는 항성과 행성의 표면은 흑체가 아니지만 이 스테판-볼츠만법칙을 써서 총복사속을 표현한다. 이 경우에 사용되는 온도, 곧 천체에서 방출되는 총 에너지와 동일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흑체의 온도를 유효온도(effective temperature) 라고 한다.

동의어

슈테판볼쯔만법칙, 빈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