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예정사

세포예정사

[ Programmed cell death ]

세포 자체의 내재된 프로그램에 의해 세포가 사멸되는 과정

목차

어원 및 개요

세포예정사 (programmed cell death) 는 어떤 형태로든 세포 자체의 내재된 프로그램에 의해 세포가 사멸되는 과정으로 일반적으로 생체의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세포자연사 (apoptosis)는 대표적인 세포예정사로 세포 내의 정교한 반응 경로 및 연쇄 작용 (cascade) 에 의해 세포사멸이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세포예정사에 세포자연사만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세포사멸의 형태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세포자연사가 세포 자체내에 내장된 프로그램에 의해 세포사멸이 오지만 세포자연사를 시작하는 신호는 세포 밖에서 올 수 있다 (extrinsic pathway). 이의 대표적인 경우가 외부로 부터의 TNF-a 에 의해 세포자연사가 오는 경우이다. 세포자연사 이외의 세포예정사로는 자가포식성 세포사멸 (autophagic cell death), 예정 괴사 (programmed necrosis) 또는 자연사적 괴사 (necroptosis) 등을 들 수 있다 (1, 2).  

세포 예정사의 종류

세포자연사 (1형 세포예정사): 

세포자연사는 가장 대표적인 세포예정사로 1형 세포예정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세포자연사 즉 apoptosis의 어원은 그리이스어 에서 fall 을 뜻하는 ptosis 와 apart 를 뜻하는 apo에서 기원한다. 세포자연사는 형태학적으로 세포의 수축, 세포막의 농포화 (blebbing), 핵의 절단 (nuclear fragmentation), 또는 핵붕괴 (karyorrhexis), 염색질의 응축 (chromosomal condensation), DNA의 뉴클레오솜간 절단 (intranucleosomal cleavage) 등이 특징적이다. 세포자연사의 종류는 크게 외인성 세포 자연사 (extrinsic pathway)와 내인성 세포 자연사 (intrinsic pathway) 로 나눌 수 있다. 외인성 세포 자연사는 외부로 부터 리간드가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시작되어 세포 사멸 유도 신호 복합체 (death-inducing signaling complex, DISC)의 형성이 관건이 된다. 리간드의 대표적인 2 가지는 TNF와 Fas 리간드 (Fas ligand 또는 FasL) 이다. Fas 리간드가 Fas에 결합하면 Fas의 세포질내 부위에 FADD가 결합하게 된다. 여기에 카스파제 8 (caspase-8) 이 결합하여 세포 사멸 유도 신호 복합체가 형성되고 이에 의해 카스파제-8 이 활성화되면 이로부터 하위의 실행 카스파제 즉 카스파제 3, 7 등이 활성화되고 실행 카스파제에 의해 표적 단백질이 절단되고 세포사멸로 이어지게 된다. TNF의 경우는 약간 달라 FADD 이외에 TRADD가 TNF 수용체의 세포질내 부위에 결합한다. TRADD, FADD 등에는 TRAF2, cIAP1 및 cIAP2 등이 결합하여 세포 사멸을 조절하며, cIAP 등은 카스파제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내인성 세포자연사는 미토콘드리아가 핵심적 역할을 하며 시토크롬 c가 미토콘드리아로 부터 세포질로 이동 (cytoplasmic translocation) 하여 세포 사멸이 초래된다. 시토크롬 c에 의해 카스파제 9을 활성화하게 되며 이후 순차적인 카스파제 연쇄 반응에 의해 결국 카스파제 3 및 카스파제 7 이 실행 하위 카스파제로 활성화된다. 세포자연사의 조절에는 Bcl-2 및 관련 물질이 중요한 조절 작용을 하는데 Bcl-2는 미토콘드리아 외막을 안정화시켜 세포자연사를 막는 역할을 하며 반대로 Bid 라는 단백질은 외인성 세포자연사에서 카스파제 8 등에 의해 절단되어 tBid 로 변환되며, tBid 가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하여 세포사멸을 일으키는 작용을 하여 외인성 세포자연사와 내인성 세포자연사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림 1). 시드니 브레너(Sydney Brenner), 로버트 호비츠(Robert Horwitz), 존 설턴(John Sulston)은 모델 시스템을 이용한 세포자연사에 대한 연구로 2002 년 노벨 생리의학학상을 받았다. 

 

그림 1. 세포자연사. 외인성 세포자연사에서 Fas 리간드 (FasL) 가 Fas에 결합하면 FADD, 카스파제 8 등과 세포 사멸 유도 신호 복합체 (DISC) 를 형성한다. 카스파제 8는 프로카스파제 8로부터 만들어지는 상위 카스파제이고 카스파제 3 등은 실제 단백질 절단을 수행하는 하위 카스파제이다. 내인성 세포자연사에서는 미토콘드리아로부터 시토크롬 c 가 세포질로 이동하여 카스파제 9을 활성화한다. Bcl-2 계에 속하는 Bid는 카스파제 8 등에 의해 절단되어 tBid 로 변환되어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하고 세포사멸을 일으킴으로써 외인성 세포자연사와 내인성 세포자연사를 연결시킨다. 

 

자가포식성 세포예정사 (autophagic cell death 또는 2형 세포예정사)

자가포식성 세포예정사는 2형 세포예정사로 불리며, 세포자연사를 1형 세포예정사로 부르는 것과 비교된다. 그리스어로 자가 포식 (autophagy)은 스스로 (auto) 먹는다 (phagy)는 뜻의 단어로, 세포 내부의 물질이 세포 스스로에 의해 제거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세포질의 노폐물, 퇴행성 단백질이나 수명이 다하거나 변성되어 기능이 저하된 세포 소기관 (organelle)이 세포 안에서 이중막으로 된 자가포식소체 (autophagosome) 내에 격리되고, 이는 다시 리소좀 (lysosome)과 결합하여 리소좀의 효소에 의하여 분해된다. 이렇게 분해된 물질은 세포의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거나 새로운 세포 소기관을 생성하는 데에 이용된다. 즉, 자가포식이란 세포 안에서 이루어지는 재활용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2). 자가포식이라는 말은 리소좀을 발견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벨기에의 크리스티안 뒤 두브(Christian du Duve)에 의해 처음 쓰여졌으며, 1990 년대 초에 일본 오수미(Ohsumi)가 효모의 리소좀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자가포식 관련 유전자를 다수 클로닝 하여 분자 수준의 자가포식의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2016년 오수미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자가포식은 크게 4 단계로 나뉜다 (그림 2). 첫째 자가포식소체 유도단계 (autophagosome nucleation) 에서는 UNC51-like kinase 1 (ULK1) 복합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양분이 부족한 경우 또는 자가포식 유도제인 rapamycin이 있는 경우에는 mTORC1 가 억제되어 ULK 복합체부터 유리된다. 유리된 ULK1는 활성을 갖게 되고 mAtg13와 FIP200를 인산화하여 자가포식이 시작된다. 또한 Ulk1은 자가포식소체 형성에 중요한 Beclin 1과 상호 작용하는 Beclin 1이 소포체 (endoplasmic reticulum, ER) 로 이동하게 되면 Vps34, Vps15, Atg14L 과 복합체를 이루게 된다. Vps34는 class III phosphatidylinositol 3-kinase (PI3K) 로서 phosphatidylinositol-3-phosphate (PI3P)를 생산하고 PI3P는 double FYVE-containing protein 1 (DFCP1) 과 Atg 단백질을 recruit 하여 자가포식소체 (autophagosome) 형성이 시작된다. Atg 단백질이 접근하게되면서부터 2단계 즉 자가포식소체 연장 (autophagosome elongation) 단계이다. 자가포식소체 연장단계에서 작용하는 Atg 계는 유비퀴틴의 작용과 비슷한 2가지의 경로로 이루어진다. Atg7이 유비퀴틴계의 E1 과 비슷한 역할을, Atg3 과 Atg10이 E2 같은 역할을 한다. Atg12-Atg5-Atg16L1 복합체는 E3 같은 역할을 하여 이에 의해 LC3 또는 Atg8 이라고 불리우는 유비퀴틴와 유사한 단백질이 포스파티딜에탄올아민 (phosphatidylethanolamine, PE) 에 결합하여 LC3-II 를 형성하게 되고, 바로 이 LC3-II가 자가포식소체의 막 구조로 진입하여 자가포식소체를 연장시킨다. 자가포식소체의 연장이 계속 이루어지면 결국 자가포식소체가 이중막을 갖는 구형 구조를 이루게 되고 최종적으로 자가포식소체가 완성된다. 3단계에서는 자가포식소체가 리소좀과 결합을 하여 자가포식리소좀 (autophagolysosome)을 형성하게 된다. 이 자가포식리소좀 내부에서 리소좀 효소에 의해 자가포식소체내의 여러 단백질 또는 세포 소기관의 분해가 이루어진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리소좀이 재생되어 리소좀의 기능이 회복된다.      

자가포식에서 지나친 세포 물질 제거는 결국 세포의 사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자가포식이 세포사멸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이 경우 제 2형 세포예정사 (programmed cell death)로 불린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가 포식은 세포 자신에게 에너지와 대사물질을 제공해줄 수 있는 작용 즉 세포 보호작용을 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과도한 자가포식 현상이 일어나 그것이 세포 사멸을 유도할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죽어가는 세포의 방어기전으로 자가포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자가포식에 의한 세포 사멸 (cell death due to autophagy)과 자가포식이 동반된 세포 사멸 (cell death associated with autophagy)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즉 세포 사멸 과정에서 자가포식과 유사한 모양을 띤다고 하여 자가포식에 의한 세포 사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자는 자가포식에 의한 세포사멸 즉 2형 세포예정사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1) 카스파제 등 세포자연사와 관련된 신호 전달체계와 무관하게 세포 사멸이 진행되어야 하고 2) 자가포식 수준 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자가포식 활성 (autophagic activity)이 증가되어야 하고 3) 자가포식을 감소 시켰을 때 세포 사멸이 감소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만 (자가포식이 동반된 세포예정사가 아닌) 자가포식에 의한 세포예정사 즉 2형 세포예정사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림 2. 자가포식의  단계. 자가포식은 4 단계로 이루어 진다. 그림 1에서 보이는 1 단계 및 2 단계에 의하여 자가포식소체가 완성되어 구형을 이룬다 (본문 참조). ub 는 유비퀴틴을 의미하며 자가포식의 대상이 되는 물질에 유비퀴틴이 붙으면 그것이 p62 등의 자가포식 수용체 (autophagic receptor)와 결합하고 그 결합체는 LC3-II 와 다시 결합한다.  

        

예정 괴사 (programmed necrosis) 또는 자연사적 괴사 (necroptosis)

다른 세포사멸의 한 형태인 세포 괴사 (necrosis) 의 경우는 세포에 대한 외부로 부터의 타격에 의해 세포 사멸이 진행되고 세포 사멸시 유출되는 세포내 성분으로 인해 염증 반응 (inflammatory change)가 온다. 세포 괴사의 경우는 외부 요인에 의한 비특이적 세포 사멸로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괴사의 경우에도 정교한 세포내 신호 전달체계가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를 예정 괴사 (programmed necrosis) 또는 자연사적 괴사 (necroptosis) 라고 한다. 이 현상이 처음 관찰된 것은 TNF-a 등에 의한 세포자연사 과정에서 카스파제가 중요한 세포 사멸의 수행자로서 생각되어 왔는데, 이 카스파제를 억제하는 경우 세포사멸이 감소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부터였다. 이는 치료제 개발 면에서도 중요한 것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카스파제를 억제하는 물질을 약제로 개발하려고 연구 중이었는데 이를 막으면 오히려 체내에서 예기지 못하게 세포 사멸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추후의 많은 연구 결과 세포내에서 RIP3, PGAM5, MLKL1 등의 신호 전달 체계를 거쳐 작동하는 것이 알려졌으며 카스파제에 의해 그 신호 전달이 억제된다.  

세포 자연사라는 어휘는 그리이스 로마 시대에 히포크라테스나 갈렌에 의해 이미 쓰였다고 한다. 이를 현대에서 다시 사용하게 된 것은 1972 년 John Kerr와 Andrew Wyllie가 전자현미경 소견을 이용한 세포 사멸 연구에서 이 말을 사용하면서 부터였다. 그 후로도 이 말은 자주 쓰이지 않다가 1980 년대 후반 이후 세포자연사의 분자적 기전이 밝혀지고 그에 대한 조절 기전이 알려지게 되면서 널리 쓰이기 시작하였다.            

관련 용어

세포자연사 (apoptosis), 괴사 (necrosis), 자연사적 괴사 (necroptosis), 자가포식 (autophagy).

참고 문헌

1) Miguel-Aliaga I and Thor S. Programmed cell death in the nervous system—a programmed cell fate. Curr Opin Neurobiol Apr;19(2):127-33, 2009

2) Andreas Bergmann , Julie Agapite1, Hermann Steller. Mechanisms and control of programmed cell death in invertebrates. Oncogene17, 3215 – 322, 1998

3)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