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자연사

세포자연사

[ Apoptosis ]

세포의 수축, 핵의 절단 등의 형태학적 특징을 갖고 염증을 남기지 않는 세포 사멸의 한 종류

목차

어원 및 개요

세포자연사 (apoptosis)의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fall을 뜻하는 ptosis와 apart를 뜻하는 apo에서 기원한다. 세포자연사는 형태학적으로 세포의 수축, 세포막의 농포화 (blebbing), 핵의 절단 (nuclear fragmentation) 또는 핵붕괴 (karyorrhexis), 염색질의 응축 (chromosomal condensation), DNA의 뉴클레오좀간 절단 (intranucleosomal cleavage)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세포자연사가 진행되면 절단된 핵과 세포질 등이 한 덩어리로 되어 세포로부터 떨어져 나오게 되며 이를 세포 사멸체 (apoptotic body)라고 한다 (그림 1). 다른 세포사멸의 한 형태인 세포 괴사 (necrosis)의 경우는 세포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타격때문에 세포 사멸이 진행되고 세포 사멸시 유출되는 세포내 성분으로 인해 염증 반응 (inflammatory change)이 온다. 반면에 세포사연사의 경우는 전체 과정이 조절된 상태로 진행되며 세포 사멸 후 대식세포에 의해 탐식되어 염증을 남기지 않는다. 즉 염증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조직에 흔적이 남지 않아 세포자연사가 진행되었는지를 조직학적으로 알기가 어려워서 세포자연사가 괴사보다 발견이 늦고 연구가 진행되기 힘들었다. 

그림 1. 세포자연사가 일어나면 핵의 절단, 핵붕괴가 일어나고 붕괴된 핵과 세포질 등이 한 덩어리를 이루어 세포 사멸체 (apoptotic body)를 만든다. 세포 사멸체 또는 자연사 과정의 세포는 대식세포에 의해 탐식되어 염증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진다 (출처, Wikimedia Commons,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8/86/Apoptosis.png). 

역사

세포 자연사라는 어휘는 그리스 로마 시대에 히포크라테스나 갈렌에 의해 이미 쓰였다고 한다. 이를 현대에서 다시 사용하게 된 것은 1972년 John Kerr와 Andrew Wyllie가 전자현미경 소견을 이용한 세포 사멸 연구에서 이 말을 사용하면서부터였다. 그 후로도 이 말은 자주 쓰이지 않다가 1980년대 후반 이후 세포자연사의 분자적 기전이 밝혀지고 그에 대한 조절 기전이 알려지게 되면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2002년 예쁜 꼬마 선충 (C. elegans) 등 모델 동물을 이용한 세포자연사에 대한 연구로 Sydney Brenner, Robert Horwitz, John Sulston이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받았다. 

종류 및 기전

세포자연사의 종류는 크게 외인성 세포 자연사 (extrinsic pathway)와 내인성 세포 자연사 (intrinsic pathway)로 나눌 수 있다. 

외인성 세포 자연사

외인성 세포 자연사는 외부로부터 리간드가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시작되어 세포 사멸 유도 신호 복합체 (death-inducing signaling complex, DISC)의 형성이 관건이 된다. 리간드의 대표적인 2가지는 TNF-α 와 Fas 리간드 (Fas ligand 또는 FasL)이다. 이들에 대한 수용체는 각각 TNF receptor 및 Fas이다. Fas 리간드가 Fas에 결합하면 Fas 3량체 (trimer)가 형성되고 Fas의 사멸 도메인 (death domain)에 FADD가 결합하게 된다. 그러면 FADD 분자의 사멸 실행 도메인 (death effector domain)이 노출되고 여기에 카스파제 8 (caspase-8)이 결합하여 세포 사멸 유도 신호 복합체가 형성된다. 이에 의해 caspase-8이 활성화되면 이로부터 하위의 카스파제 3, 7 등이 활성화되고 실행 카스파제에 의해 표적 단백질이 절단되고 세포사멸로 이어지게 된다. TNF-α의 경우는 약간 달라서 TNF-α 3 분자 (trimer)가 TNF receptor 3 분자에 결합하면 TRADD와 RIP1 등이 TNF 수용체의 세포질 내 부위에 결합하여 세포 사멸 복합체 1 (complex 1)이 형성되며, 이로부터 cIAP, FLIP 등 세포자연사 억제 물질이 없는 경우 RIP1, FADD, 카스파제 8 등의 복합체가 세포질내에 형성되어 세포 사멸 복합체 2 (complex 2)가 만들어지게 된다. RAIDD, 카스파제 2 등이 작용하기도 한다.   

카스파제 중에서 카스파제 8, 카스파제 2, 카스파제 10 등은 FADD에 결합하여 카스파제 cascade의 시작점에 위치하는 상위 카스파제 (apical caspase)이며, 카스파제 3, 카스파제 7 등은 카스파제 연쇄 반응 (cascade)의 하위 부분에서 활성화되어 실제로 표적 단백질 또는 다른 표적 물질을 절단하는 하위 카스파제로 작용한다. TRADD, FADD 등에는 TRAF2, cIAP1 및 cIAP2 등이 결합하여 세포 사멸을 조절한다. cIAP 등은 카스파제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여 세포 자연사를 방해 또는 음성 되먹이기 (negative feedback)를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림 2) (1, 2). 

내인성 세포자연사

내인성 세포 자연사에서는 미토콘드리아가 핵심 역할을 한다. 즉 시토크롬 c미토콘드리아 외막 (outer membrane)상에 형성된 세포자연사 기공 (apoptotic pore) 사이로 빠져나가 미토콘드리아로부터 세포질로 이동 (cytoplasmic translocation) 하게 된다 (그림 2). 시토크롬 c는 Apaf1이라는 단백질 및 카스파제 9와 결합하여 마차 바퀴처럼 생긴 7량체 (heptamer)의 복합체를 형성한다. 이를 세포사연사소체 (apoptosome)라고 부른다. 이는 카스파제 9를 활성화하게 되며 이후 순차적인 카스파제 cascade에 의해 결국 카스파제 3 및 카스파제 7이 실행 하위 카스파제로서 활성화된다. 내인성 세포자연사에서 미토콘드리아로부터 시토크롬 c 이외에도 다른 물질도 많이 세포질로 이동한다. 이 중 smac이라는 단백질은 세포사멸을 억제하는 cIAP에 결합하여 이를 방해함으로써 결국 세포 자연사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세포자연사의 조절에는 Bcl-2 및 관련 물질이 중요한 조절 작용을 한다. 세포자연사에서 미토콘드리아 및 시토크롬 c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Xiaodong Wang 등에 의해 밝혀진 것은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여 세포를 먹여 살리는 기능을 하는 세포소기관 및 분자가 세포 사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발견이라 할 수 있다. 

Bcl-2 계 물질

세포자연사의 조절에서 Bcl-2계 물질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Bcl-2는 B 세포성 임파종 (B-cell lymphoma)에서 발견된 단백질로서 Bcl-2는 세포자연사를 막는 역할을 하며 이것이 과도하면 암세포 등의 사멸이 일어나지 못해 임파종 등 암 발생으로 이어진다. 이와 반대로 세포자연사를 촉진하는 Bcl-2계 물질도 있다. 즉 Bax, Bak 등은 내인성 세포자연사에서 시토크롬 c가 빠져나갈 수 있는 세포자연사 기공 (apoptotic pore)을 미토콘드리아 외벽에 형성한다. 또한 Bid라는 단백질은 외인성 세포자연사에서 카스파제 8 등에 의해 절단되어 tBid로 변환되며 tBid가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하여 Bax, Bak 등이 세포자연사 기공을 형성하게 하는 기능을 하여 외인성 세포자연사와 내인성 세포자연사를 연결한다 (그림 2). 

그림 2. 외인성 세포자연사에서 Fas 리간드 (FasL)가 Fas에 결합하면 FADD, 카스파제 8 등과 세포 사멸 유도 신호 복합체 (DISC) 를 형성한다. 카스파제 8는 프로카스파제 8로부터 만들어지는 상위 카스파제이고, 카스파제 3 등은 실제 단백질 절단을 수행하는 하위 카스파제이다. 내인성 세포자연사에서는 미토콘드리아로부터 시토크롬 c가 세포질로 이동하여 Apaf1 등과 함께 카스파제 9를 활성화한다. Bcl-2계에 속하는 Bid는 카스파제 8 등에 의해 절단되어 tBid로 변환되고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하여 세포사멸을 일으킴으로써 외인성 세포자연사와 내인성 세포자연사를 연결한다. (출처  

NF-κB에 의한 세포사연사 억제

TNF-α에 의한 세포자연사에서 중요한 것은 TNF-α의 하위 신호 전달자이자 염증 반응의 중요한 조절인자인 NF-kB가 비면역계 세포에서 TNF-α에 의해 활성화되면서 cIAP 등 세포자연사를 억제하는 물질들의 발현이 유도된다는 점이다. 즉 in vivo 에서 세균 감염 등에 의한 염증 또는 면역이 일어날 때 TNF-α 등의 염증 매개체에 의해 주위의 비면역계 세포들에 세포자연사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숙주에 심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그러므로 NF-κB 의 활성화에 의한 세포자연사 억제 단백질의 발현은 비면역계 세포에 대한 방관자 세포 상해 (bystander cell injury)를 막아줌으로써 숙주 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실례로서 간 조직에 NF-κB의 소단위체 (subunit)인 p65가 결핍된 생쥐를 제조하면 태생기에 죽는 현상 (embryonic lethal)이 관찰된다. 이는 간세포의 세포자연사에 의한 간부전이 원인이다. 간 조직에서는 태생기(embryonic stage)와 태아기(fetal stage)에서 TNF-α가 분비되며 이때 TNF-α에 의해 p65를 위주로 하는 NF-κB 활성화가 동시에 일어나 TNF-α에 의해 유도되는 세포자연사가 억제된다. 만약 이 과정이 일어나지 않으면 간부전이 온다. 실제 거의 모든 일차 세포 (primary cell)와 배양 세포 (cultured cell)에서는 TNF-α에 의한 세포자연사가 관찰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바로 동시에 TNF-α에 의해 유도되는 NF-κB의 활성화 (TNF-α-induced NF-κB activation)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식세포에 의한 세포자연사 세포 제거

위에서 언급한 대로 세포 괴사의 경우는 세포 사멸 시 유출되는 세포 내 성분으로 인해 염증 반응이 유도되는 반면에 세포사연사의 경우는 대식세포에 의해 탐식되어 염증을 남기지 않는다. 자연사가 이루어진 후 대식세포에 의해 탐식 되는 것을 efferocytosis라고 하며 이 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세포사연사를 거치는 세포의 세포막에는 ‘eat-me’ 신호가 발현되어 대식세포가 이를 탐식하게 된다. 대표적인 ‘eat-me’ 신호로는 원형질막에서 세포질 방향으로 위치하다가 세포 사멸 시 바깥쪽 원형질막으로 이동하는 포스파티딜세린 (phosphatidylserine) 및 calreticulin 등이 있다.    

관련 용어

세포예정사 (programmed cell death), 괴사 (necrosis), 자연사적 괴사 (necroptosis), 자가포식 (autophagy).  

참고 문헌

1)   Kiechle FL, Zhang X. Apoptosis: biochemical aspects and clinical implications. Clin Chim Acta. 326(1-2):27-45, 2002

2)    Alberts B et al. Molecular Biology of the Cells. 6th edition. Garland Science 2015. p1021-1032.

동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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