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이중층

지질이중층

[ Lipid bilayer ]

지질 이중층(Lipid bilayer)은 생체막 구조의 가장 기본적인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생체막은 지질 분자들로 구성된 두 개의 층이 연속적으로 겹쳐있으며, 막 단백질이 많은 곳에 박혀 있는 형태를 이룬다. 또한 지질 이중층은 유동적이어서 개별 지질분자들은 단일층 안에서 자유롭게 확산운동으로 위치이동 등이 가능하다. 막 지질분자 대부분은 인지질인 데 친수성 머리부위(hydrophilic head)와 소수성 꼬리(hydrophobic tail)로 구성되어 양친매성(amphipatic)의 성질을 보인다. 인지질분자들은 수용액 속에서 자발적으로 이중층 형성이 가능하다. 막 지질분자에는 인지질이외에 콜레스테롤과 당지질 등이 포함된다. 지질 이중층을 구성하는 내막층과 외막층의 물질 조성은 상당히 달라서 기능적으로도 차이를 보인다. 또한 세포유형마다 지질 혼합물의 종류도 차이가 있으며, 단세포 진핵생물들의 막도 마찬가지이다. 

목차

막 지질의 특성

막 지질의 가장 중요한 기본 성질은 친수성인 극성 말단과 소수성인 비극성 말단을 모두 포함하는 양친매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성질 때문에 자발적으로 이중층을 형성 할 수 있다.

세포막 중량의 절반가량은 지질 분자 덕분이다. 즉, 1 μm2 면적당 약 5 × 106 개의 지질분자가 포함되며, 매우 작은 동물세포의 원형질막에는 약 109 개 지질 분자가 발견된다. 가장 많이 발견되는 막 지질분자는 인지질(phospholipids)이다. 이들의 꼬리는 보통 지방산으로 길이가 14-24개 탄소원자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인지질에 포함된 1개의 지방산 꼬리는 1개 이상의 이중결합을 포함하여 불포화 상태이지만 나머지 지방산에는 이중결합이 없어서 포화된 상태이다(그림 1). 이중결합으로 인해 지방산 꼬리는 일직선형이 아닌 꺾인 구조를 이루게 되고 따라서 이웃한 지방산 꼬리와 밀착되지 못하고 움직임이 가능하므로 유동성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즉, 이중결합 때문에 꺾인 모양의 탄화수소 꼬리를 갖는 불포화 지방산은 곧게 뻗은 구조의 포화지방산에 비해 서로 밀착될 수 없다. 따라서 불포화 지방산이 포함된 인지질 함량이 높을수록 막의 유동성은 더 증가하게 된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이중결합을 가진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은 식물성 기름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포화지방산이 많이 포함된 동물성 지방은 유동성이 낮아 상온에서 고체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방산 꼬리의 길이와 포화여부는 인지질 분자끼리 서로 얼마큼 밀착될 수 있는 지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이므로 세포막의 유동성(fluidity)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그림 1. 인지질 분자의 구조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양친매성인 지질분자가 수용액 속에 노출되면 소수성 꼬리는 내부로 파묻히고, 친수성 머리는 물에 노출되도록 응집이 일어난다. 지질분자의 모양 중 한쪽 끝이 뾰족한 V자 형태인 경우는 모든 꼬리들이 안쪽으로 수렴하여 구형의 미셀(micelles)을 만든다.

반면 실린더 형태의 인지질 분자는 소수성 꼬리들이 친수성 머리그룹 사이에 샌드위치 형태로 구성된 이중층을 형성한다(그림 2). 즉, 이와 같은 열역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배열상태에서는 친수성 머리는 이중층의 각 표면에서 물과 마주하게 되고 소수성 꼬리는 내부에 갇혀 물로부터 보호되는 것이다.

또한 인지질 이중층은 자발적 회복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질 이중층 일부가 찢어져서 물에 노출된 자유로운 가장자리가 생길 수 있는 데, 이것은 열역학적으로 불리해서 가장자리 부위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자발적 재배열이 일어난다. 가장자리를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가장자리 부위를 닫아서 밀봉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지질이중층이 생체막의 가장 이상적인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성질은 지금까지 언급한 유동성이다. 즉, 유동성은 막의 주요 기능에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림 2. 수용액 환경에서의 지질분자의 배열 양상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지질 이중층의 유동성

지질 이중층에서 지질분자의 유동성을 연구하기 위해 구형인 소낭 형태의 리포솜(liposome)과 평면 형태의 인공막인 흑막(black membrane)을 인공적으로 제조하여 활용할 수 있다. 각 지질분자의 운동성을 측정하기 위해 전자회전공명(electron spin resonance; ESR) 측정기를 이용할 수 있다. 지질 이중층안의 지질분자를 회전표지하여 운동성이나 방향 등을 ESR 스펙트럼에서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연구결과를 통해 인위적으로 합성한 지질 이중층 속의 인지질 분자는 한쪽의 단일층에서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플립플롭(flip-flop)의 운동은 한 달에 1번 꼴 이하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면 지질 단일층(lipid monolayer) 안에서 이웃한 분자끼리 측면 이동하는 것은 초당 107 번 정도의 빈도로 일어난다. 이런 연구결과는 지질 이중층의 인지질 분자들은 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며 결국 지질 이중층은 유동적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다.

막 유동성(membrane fluidity)에 중요한 요인

세포막의 유동성은 매우 정확하게 조절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중층의 점도가 역치 이상으로 증가한다면 막 수송과정이나 효소 활성이 정지될 수도 있다.

지질 이중층의 유동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막의 구성 성분과 온도이다.

일반적으로 세균, 효모, 식물을 포함한 다수의 생물체들은 주변 환경의 온도 변화에 대응하여 지질 이중층의 지방산 조성을 조절함으로써 일정한 유동성을 유지한다. 예를 들면 온도가 내려가면 이중결합 수가 많은 불포화 지방산을 합성하여 생체막에 공급함으로써 막의 유동성 감소를 방지한다. 물론 식물의 경우 막 성분인 지방산 조성을 바꾸는 방식이외에도 당분 함량을 증가시키거나 항동결단백질(anti-freezing protein) 합성으로 추운 환경에 대처한다.

생체막의 지질 이중층에는 인지질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콜레스테롤(cholesterol)과 당지질(glycolipids)이 포함되기도 한다.

진핵세포의 원형질막에는 많은 양의 콜레스테롤이 포함되는 데 인지질과 콜레스테롤의 함량이 1: 1 이다. 콜레스테롤의 구조를 보면 딱딱한 스테로이드 고리형 구조를 중심으로 히드록실기(-OH)가 있는 극성머리 부위와 비극성 탄화수소 꼬리로 구성된다(그림 3). 콜레스테롤은 두 분자의 인지질 사이에 끼어들어가 극성머리 부위는 한쪽 인지질의 극성 머리 쪽에 가깝게 위치하게 된다. 딱딱한 스테로이드 고리형 구조는 극성머리 부위에 가장 가까운 탄화수소 체인의 일부와 상호작용하여 부분적으로 고정시킴으로써 작은 수용성 분자에 대한 막의 투과성을 더 감소시킨다(그림 4). 분명 콜레스테롤이 지질 이중층의 유동성 감소를 초래하지만 인지질의 탄화수소 꼬리끼리 뭉쳐서 결정화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은 온도에 따라 막 유동성에 미치는 효과가 달라진다. 사람의 체온인 37℃와 같은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는 인지질의 운동을 제한하여 막 유동성을 감소시키는 반면 인지질 사이에 끼어 들어가 인지질 분자끼리 포개지는 것을 방해하기도 하므로 막의 고체화 온도를 낮추는 효과를 보인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은 막의 유동성이 온도에 따라 크게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유동성 버퍼(fluidity buffer)"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세균의 원형질막은 한 종류의 인지질을 포함하며, 콜레스테롤 함량, 인지질 종류와 함량 등에서 차이가 난다. 포유동물 세포막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인지질에는 포스파티딜 콜린(phosphatidyl choline), 포스파티딜 에탄올아민(phosphatidyl ethanolamine; PE), 포스파티딜 세린(phosphatidyl serine; PS), 스핀고미엘린(sphingomyelin)이 있다(그림 5). 이런 4 종류의 인지질이 막에 포함된 지질의 50%를 차지한다. 이노시톨 인지질(inositol phospholipids)와 같은 다른 인지질은 양적으로는 적지만 세포 신호전달과정 등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림 3. 콜레스테롤의 구조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그림 4. 지질 이중층의 콜레스테롤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그림 5. 포유류 원형질막에서 발견되는 4 종류의 인지질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원형질막의 미세도메인인 지질 래프트

세포막에 포함된 대다수 지질분자들은 지질 이중층에서 무작위로 혼합되어 있다. 그러나 스핀고지질(sphingolipids)와 같은 몇 종류 지질분자들은 길이가 긴 포화상태의 지방산 탄화수소 체인을 포함하는 경향이 있어 이웃한 분자끼리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상당히 강해 일시적으로 작은 미세도메인(microdomain) 안에 뭉치는 양상을 보인다. 이와 같은 미세도메인을 지질 래프트(lipid rafts)라 하며 유동성인 지질 이중층에서 스핀고지질이 농축되어 생기는 일시적인 상분리(phase separations)로 여겨진다. 동물세포의 세포막에는 많은 개수의 지질 래프트(직경: ~70 nm)가 포함되며, 스핀고지질과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부위이다. 지질 래프트에 포함된 지질분자의 지방산 탄화수소 체인은 길고 곧은 형태여서 지질 이중층의 다른 부위보다 두께가 두꺼워서 막 단백질들이 주변에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지질 래프트는 막 단백질의 조직화를 통해 기능촉진을 돕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질 이중층의 비대칭성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 이중층의 두 개 단일층의 지질 조성을 조사해 보면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의 적혈구 세포의 막을 예를 들면 바깥쪽 단일층에서 발견되는 거의 모든 지질분자는 머리 부위에 콜린(choline)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안쪽 단일층에는 일차 아미노기(primary amino group)를 머리 부위에 가지는 인지질인 PE와 PS가 발견된다(그림 6). 음전하를 가진 PS가 내층에 포함되므로 지질 이중층의 두 개 층 사이에는 전기적 차이가 생성된다.

지질 비대칭성(lipid asymmetry)이 갖는 중요성은 무엇일까?

다수의 세포질 단백질은 지질 이중층 중 세포질 쪽 지질 단일층에 발견되는 지질의 머리 부위에 결합하게 된다. 예를 들어 PKC(protein kinase C)라는 효소는 다양한 외부 신호에 따라 활성화되는데, 이 효소는 PS가 농축된 세포막의 세포질 쪽에 결합된다. 즉, 활성을 위해 전기적 음성인 인지질이 요구되는 것이다. PI (포스파티딜 이노시톨, phosphatidyl inositol)는 세포질 쪽 단일층에 농축된 소수파 인지질이다. 다양한 지질 인산화 효소가 이노시톨 링의 특정 위치에 인산기를 첨가하는 촉매작용을 진행한다. 인산화된 PI는 세포질에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이 결합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게 된다.

당분을 포함하는 지질분자인 당지질 역시 막의 비대칭성을 제공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당지질 분자는 거의 대부분이 비세포질 쪽 단일층 쪽에서 발견되며, 당끼리 수소결합과 탄화수소 체인 간의 반 데르 발스 힘의 도움으로 자체적으로 뭉치는 특성을 보인다. 당지질의 비대칭성은 골지체 내강(lumen) 안에서 지질분자에 당 성분이 첨가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골지체의 내강 쪽 부분은 소낭과 세포막 간의 융합 후에 위상학적으로 세포의 바깥쪽에 해당하게 된다.

그림 6. 막의 비대칭성. 막의 비대칭성은 인간 적혈구세포의 지질이중층에서 발견되는 인지질과 당지질의 비대칭적인 분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당지질의 육각형 머리 부위는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콜레스테롤은 내막층과 외막층에 고르게 분포된 것으로 고려한다.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거의 모든 동물세포의 막에서는 당지질이 발견된다. 즉, 외부 단일층의 지질분자 중 약 5%가 당지질이다. 일부는 세포 안쪽 막에서도 발견된다. 당지질 중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진 것이 갱그리오시드(gangliosides)이다. 이것은 1 개 이상의 시알릭산(sialic acid)를 가진 올리고당을 포함하므로 음전하를 갖게 된다. 전하를 띤 갱그리오시드로 인해 막의 전기적 특성에 영향을 주므로 이온 농도와 막 안팎의 전기장을 변하게 한다.

또한 당지질은 세포 간 인식과정에도 중요하다. 갱그리오시드 GM1은 콜레라 독소에 대한 세포표면 수용체로 역할 한다. 콜레라 독소는 장 상피세포 중 GM1을 가진 세포에만 들어갈 수 있다.

관련용어

지질 이중층(Lipid bilayer), 막 유동성(membrane fluidity), 인지질(phospholipids), 지질 단일층(lipid monolayer), 미셀(micelles), 친수성 머리부위(hydrophilic head), 소수성 꼬리(hydrophobic tail), 양친매성의(amphipatic), 지질 비대칭성(lipid asymmetry), 지질 래프트(lipid rafts)

참고문헌

  1. Molecular Biology of the Cell (Alberts et al., 저, 4판 (2002), Garland Science, Taylor & Francis Group)
  2. Biology (Campbell et al., 저, 10판 (2015), Pea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