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번호 예측 가능할까?

로또 당첨번호 예측 가능할까?

주제 수학(통계)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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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 모두가 분주한 월요일 아침 출근길. 졸린 눈을 비비는 사람, 지각이라며 뛰어가는 학생들. 그 사이에 유난히 싱글벙글한 얼굴의 윤 대리가 있다. 로또 하나로 일주일을 설렘과 기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윤 대리, 어김없이 로또 가게로 향한다.

“아주머니, 자동으로 만원어치요.”
“이번 주도 로또와 함께 시작하네요. 이번엔 꼭 대박 터지세요. 호호.”
“그럼요. 꼭 돼야죠. 그런데 전 당첨돼도 로또 사러 올 거예요. 티 나지 않게. 킥킥. 그래도 아주머니껜 한 턱 낼게요.”

로또를 들고 회사에 온 윤 대리는 점심 내내 지갑에 있는 로또를 보고 또 본다. 그리고 당첨되면 뭘 할지 상상의 나래를 편다.

‘강남에 집을 살까? 당첨자가 많이 안 나와야 빌딩을 살 수 있는데···. 당첨되면 1억 정도는 물 쓰듯 쓰는 거야. 백화점에 가서 사고 싶은 것 다 사고. 이참에 차도 바꿔야지. 나도 베컴처럼 부가티~ 부가티~’

실없는 웃음을 흘리는 이때 옆에 직원이 윤 대리에게 한 줄 빛이 되는 말을 하는데···.

“어제 텔레비전 봤어? 로또 예측 프로그램인가? 뭐 그런 게 있대. 그 프로그램 이용해서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나왔는데 엄청나게 많더라고. 당첨 확률이 높은가 봐. 너도 한번 해 봐. 꽤 수학적인 방법으로 예측하던 걸.”

눈이 번쩍 뜨이는 윤 대리. 사무실에서 몰래 인터넷 검색을 해 보지만 부장님의 레이더에 걸려 혼이 난다.

“윤 대리. 자네, 신성한 근무시간에 웹서핑하다니 이번 인사 평가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상관없다 이건가? 허구한 날 로또, 로또 하더니 로또라도 당첨돼서 회사를 그만둘 생각인 거야? 그게 아니라면 근무시간에 한눈팔지 말고 열심히 일을 해야지.”

굽실굽실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고 자리에 돌아와 앉는 윤 대리.

‘내 로또만 당첨되면 저 대머리 부장에게 큰소리치고, 사표 탕 던지고, 이놈의 회사 그만둘 거야!’

띠 띠 띠 띠~ 여섯 시가 되자마자 칼같이 퇴근한 윤 대리는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검색창에 ‘로또 예측’이라고 쓰자 로또를 분석하는 사이트만 수십 개가 나왔다.

“세상에···. 나만 몰랐던 거야? 이거 너도 나도 이렇게 연구하는데 나만 뒤처져 있었구먼. 빨리 정보를 얻어야 남들보다 빨리 당첨되지.”

눈에 불을 켜고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돌아다니던 윤 대리는 사이트 하나를 클릭해 들어갔다. 그러자 지금까지 당첨된 번호를 분석했다는 설명과 함께 가장 많이 당첨된 번호와 그래프가 나온다.

“381회까지 가장 많이 당첨된 번호가 37, 총 63회 당첨됐고 가장 적게 당첨된 번호가 22로 총 36회 당첨됐네. 그럼 37은 고르면 안 될 것 같아. 자주 나왔으니 이번엔 안 나오겠지. 상대적으로 22는 많이 안 나왔으니 이번엔 나올지도 몰라. 이런 사이트가 다 있었다니. 왜 아직 몰랐지. 부가티가 내 손안에 들어올 날이 머지 않았어.”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윤 대리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고, ‘이제 로또 당첨은 시간문제’라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떠들고 다녔다.

“윤 대리, 정말 이 방법으로 로또를 할 건가? 상대적으로 가장 적게 나온 번호를 뽑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부장님 말에 당황한 윤 대리.

“그럼 아니에요? 맞다! 과장님 통계학과 나왔죠?”
“그래 통계학과 나왔지. 이런 식으로는 백날 해봐야 헛수고야. 자네는 지금 큰 수의 법칙 때문에 함정에 빠졌고만.”
“큰 수의 법칙이요? 그게 배운 것 같기는 한데···. 뭐죠?”
“동전 던지기 같은 통계 실험을 무한히 반복하면 이론상 확률에 근접한다는 논리야. 예를 들어 동전 던지기를 무한히 반복하면 앞면이 나올 확률이 1/2에 가까워진다는 거야.”
“아···. 그런데 제가 어떤 함정에 빠졌다는 거죠?”

“하나의 번호가 당첨번호에 속할 이론적 확률은 6/45, 약 0.133이지.”
“그런가요?”
“381회까지 37이 총 63회 나왔으니 이 확률은 63/381. 약 0.165이지. 22는 총 36회 나왔으니까 36/381. 약 0.094이라네. 큰 수의 법칙에 따르면 37이 나올 확률이 약 0.133이 되기 위해서는 한동안 당첨되지 않겠지. 반대로 22는 자주 당첨되고.”
“맞아요. 얼핏 생각해 봐도 그렇죠. 그런데 뭐가 문제죠?”

“그러나 여기에는 엄청난 함정이 있지. 윤 대리는 어떤 번호가 당첨번호가 될 확률은 언제나 똑같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만 걸세.”
“네? 제가요?”
“확률은 이전의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아. 37이 당첨번호가 될 확률이나 22가 나올 확률이나 언제나 6/45이지. 따라서 37이 또 나올 수도 있고 22가 계속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

“그래요···? 그럼 부장님, 어떻게 해야 로또에 당첨되나요?”
“그걸 내가 알면 이 자리에 있겠나? 수학적으로 로또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면 수학자들은 모두 부자가 됐겠지.”
“그럼 없는 건가요? 내 부가티, 내 빌딩, 내 집···. 한낱 꿈이었던가?!”

윤 대리는 한동안 공황 상태에 빠졌다.

“윤 대리, 정신 차리게. 어차피 일주일 동안 행복해지려고 재미삼아 산 거 아니었어?”
“그건 그렇지만···.”
“로또라는 게 되면 좋지만 안 돼도 그간 행복했으면 그걸로 제 값어치는 한 게 아닌가.”
“네? 그래도 부가티가 아른거려서···.”

“허허. 자네만큼 월요일을 즐겁게 시작하는 사람도 드물다네. 자넨 엉뚱한 면이 있지만 참 좋은 사람이야. 로또 같은 일확천금보다는 지금처럼 즐겁게 일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나.”
“부장님 감사합니다.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다니. 전 그것도 모르고 부장님을···.”
“허허허, 하지만 근무시간에 딴 짓 하는 건 금지일세. 허허허.”

  • 조가현 - 수학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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