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시케

프시케

신의 반열에 오른 인간

[ Psyche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 에로스의 연인이다. 지나친 호기심으로 에로스와의 사랑이 파국을 맞고 죽음과 같은 잠에 빠졌으나 에로스가 제우스에게 빌어 잠에서 깨어나고 불멸의 여신이 되었다. 프시케는 ‘영혼’, ‘심리’, ‘정신’ 등을 뜻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영어로는 ‘사이키(psyche)’다.
프시케의 유괴

프시케의 유괴

외국어 표기 ψυχή(그리스어)
구분 신의 반열에 오른 인간
상징 영혼, 호기심
어원 숨, 호흡
관련 자연현상 서풍, 봄바람
가족관계 에로스의 아내, 볼룹타스의 어머니

프시케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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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시케 인물관계도
아프로디테아레스

프시케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느’ 왕의 딸로 인간에서 불사의 존재로 변한 뒤 사랑의 신 에로스와 관계하여 쾌락의 여신 볼룹타스를 낳았다.

신화 이야기

괴물에게 시집간 프시케

어느 왕의 딸 프시케 공주는 너무나 아름다워 도저히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심지어 그녀를 여신으로 숭배하는 사람들조차 있었다. 하지만 그런 탓에 아무도 감히 청혼하는 사람이 없었다. 낙심한 아버지는 신탁에 조언을 구했고, 신탁은 그녀를 신부로 단장하여 암벽에 버리면 무서운 괴물이 나타나 그녀의 신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은 몹시 슬펐지만 신탁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감추어진 뒷이야기도 있다. 프시케가 사람들에게 미의 여신으로 추앙받는 것을 보고 질투심에 사로잡힌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를 시켜 그녀를 가장 추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하라고 시킨다. 하지만 어머니의 명을 실행하러 간 에로스는 막상 프시케를 보자 자신이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에로스는 자신이 프시케를 차지하기 위해 아폴론에게 부탁하여 프시케의 아버지에게 그와 같은 신탁을 내려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예쁘게 신부로 단장하고 홀로 암벽에 남겨진 프시케는 두려움과 슬픔에 떨고 있었는데 홀연히 서풍 제피로스가 불어와 그녀를 인적이 없는 깊은 골짜기의 아늑한 풀밭 위에 내려놓았다. 프시케는 곧 잠이 들었다. 얼마 후 잠에서 깬 프시케는 자신이 황금과 상아로 지은 호화로운 궁전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자신을 그녀의 노예라고 소개하는 음성이 들려오더니 그녀의 시중을 드는 것이었다. 그런 신기한 일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느덧 밤이 되었다. 프시케는 곁에 누군가 와서 눕는 것이 느껴졌다. 신탁이 말한 그녀의 남편이었다.

비록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겁내던 괴물은 아닌 듯했다. 그는 프시케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하지만 얼굴은 한사코 보여 주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녀가 얼굴을 보려 하면 영영 그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뒤로 남편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밤마다 찾아와 그녀를 기쁘게 해 주었다. 프시케는 낮이면 화려한 궁전에서 음성들의 시중을 받으며 부족함이 없이 생활했고, 밤이면 어둠 속에서 남편과 즐겁게 지냈다.

프시케와 에로스

프시케와 에로스 폼페이 벽화, 서기 1세기,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

프시케의 호기심

이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프시케는 문득 가족이 그리워졌다. 자신이 괴물에게 끌려가 죽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을 부모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녀는 남편에게 부모를 만나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므로 가지 말라고 만류했다. 그래도 프시케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마침내 남편의 내키지 않는 승낙을 얻어 냈다. 다시 제피로스가 날아와 프시케를 처음의 암벽으로 데려다주었고, 그녀는 손쉽게 집을 찾아갈 수 있었다.

프시케가 살아 돌아오자 집안에는 경사가 났다. 그사이 시집간 그녀의 언니들도 모두 그녀를 보러 친정을 찾아왔다. 하지만 언니들은 그녀의 행복한 모습과 그녀가 가져온 값비싼 선물들을 보자 곧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언니들은 동생의 마음속에 의심을 불어넣었고, 프시케는 결국 아직 남편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고백을 하고 만다. 언니들은 몰래 등불을 숨겨 두었다가 밤중에 남편의 얼굴을 비춰 보라고 그녀를 꾀었다.

프시케는 집으로 돌아가 언니들이 시킨 대로 잠든 남편의 얼굴을 등불로 비춰 보았다. 남편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을 한 사랑의 신 에로스였다. 프시케는 그 아름다움에 취하여 하염없이 바라보다 그만 뜨거운 기름을 한 방울 남편의 몸에 떨어뜨렸고, 잠에서 깬 에로스는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다.

프시케는 잃어버린 에로스를 찾아 온 세상을 헤맸다. 그녀는 에로스의 어머니인 아프로디테 여신의 궁전까지 찾아갔지만 프시케의 아름다움을 질투한 아프로디테는 남편이 있는 곳은 가르쳐 주지 않고, 온갖 씨앗들이 뒤섞인 더미에서 곡식 낟알을 가려내는 일, 사나운 야생 양들의 등에 자라는 황금 양털을 거두는 일, 심지어 하계의 입구에 흐르는 스틱스 강물을 퍼오는 일 등 온갖 힘든 일로 그녀를 괴롭혔다.

아프로디테는 프시케가 이 모든 일들을 척척 해내자 이번에는 아예 저승에 들어가서 페르세포네로부터 젊음의 샘물이 든 물병을 얻어오라고 시킨다. 프시케는 이것이 자신의 죽음을 뜻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다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저승에 가서 페르세포네에게서 물병을 얻는 데 성공한다. 페르세포네는 물병을 주면서 절대로 뚜껑을 열어 보지 말라고 했지만, 프시케는 다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뚜껑을 열어 보았고, 그 벌로 깊은 잠에 빠지고 만다.

불사의 여신이 된 프시케

한편 어머니 아프로디테의 궁전에 갇혀 지내고 있던 에로스는 프시케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프시케를 찾기로 결심하고 어머니의 궁전을 빠져나갔다. 에로스는 프시케가 마법의 잠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화살을 쏘아 그녀의 잠을 깨우고 올림포스로 날아가 제우스에게 인간 여성과의 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기꺼이 이를 허락하고 프시케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 주었다. 불사의 여신이 된 프시케는 아프로디테와도 화해했고, 올림포스에서는 두 신의 성대한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프시케와 에로스 사이에서는 쾌락의 여신 볼룹타스가 태어났다.

프시케와 에로스

프시케와 에로스 안토니오 카노바, 1793년, 루브르 박물관

신화 해설

프시케의 신화는 그리스 신화 중에서 특히 허구적 요소가 강하다. 신화의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구체적인 혈통을 지닌 데 반해 프시케는 그냥 어느 왕의 딸이라고만 전해진다. 이는 프시케와 에로스의 이야기가 로마의 문인 아풀레이우스가 서기 2세기경에 쓴 작품 『변신이야기, 혹은 황금 나귀』에 실린 우화적인 에피소드로만 전해진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원전 4세기의 헬레니즘 조각에도 프시케와 에로스가 커플로 등장하고 있으므로 이 신화를 단지 아풀레이우스의 허구적 창작물로 간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사랑(에로스)을 접한 인간의 영혼(프시케)이 지나친 호기심을 억제하지 못해 파국을 맞이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간절함과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에 이른다는 아풀레이우스의 스토리는 일종의 비유이자 철학적 동화로 후대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참고자료

  • 아풀레이우스, 『변신이야기, 혹은 황금 나귀』
  • 토마스 불핀치, 『그리스 로마 신화』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

관련이미지

프시케의 약탈

프시케의 약탈 프뤼동, 파리 루브르 박물관 출처: 미술대사전(인명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