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디스티스

아그디스티스

정령

[ Agdistis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남녀 양성을 모두 지니고 태어난 정령(데몬)이다. 신들에 의해 남근을 거세당하고 여성이 되어 미소년 아티스를 사랑하였으나 아티스가 프리기아의 왕녀와 결혼하려 하자 그를 미치게 하여 스스로 거세하게 만들었다.
아그디스티스/키벨레 석상

아그디스티스/키벨레 석상

외국어 표기 Ἄγδιστις(그리스어)
구분 정령
상징 출산, 죽음, 부활
관련 동식물 석류나무, 편도나무, 전나무, 제비꽃
가족관계 제우스의 자식, 가이아의 자식, 아티스의 부모

아그디스티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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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디스티스 인물관계도
제우스가이아산가리오스나나아티스

아그디스티스는 제우스의 정액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아그디스티스의 거세된 남근에서 흘러나온 피가 땅에 떨어져서 편도나무(혹은 석류나무)가 자라나자 강의 님페 나나가 그 나무의 열매를 가슴에 품어 아티스를 낳았다. 아티스가 미치광이가 되어 스스로 거세한 뒤 흘린 피에서는 제비꽃이 피어났다.

신화 이야기

파우사니아스의 기록

2세기 경 그리스의 역사가 파우사니아스의 기록에 따르면 제우스는 잠을 자는 동안 정액을 프리기아 땅에 흘렸는데, 거기서 양성을 모두 지닌 정령인 아그디스티스가 태어났다고 한다. 신들은 아그디스티스의 괴이한 모습에 놀라 그의 남근을 잘라 땅에 묻어버렸다. 얼마 뒤 그 자리에서는 편도나무가 자라나 금세 열매를 맺었다. 그러자 하신(河神) 산가리오스의 딸인 강의 님페 나나가 열매를 한 개 따서 가슴에 품었는데, 그 일이 있고 나서 곧 그녀가 임신을 했다.

딸의 행실이 못마땅했던 하신 산가리오스는 아이가 태어나자 곧바로 들판에 내다버렸다. 하지만 아이는 죽지 않고 숫염소와 양떼의 보살핌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나나가 낳은 아이는 아티스였다. 아티스는 아름다운 양치기 소년으로 성장했는데, 거세를 당하여 여성이 된 아그디스티스가 그만 아티스에게 반하고 말았다. 하지만 아티스의 양부모는 그를 페시누스의 왕 미노스의 딸과 결혼시키려 했다.

그러자 질투심에 사로잡힌 아그디스티스는 아티스의 결혼식장에 나타나 그를 미치광이로 만들어버렸다. 제정신을 잃은 아티스는 자기 스스로 거세를 하고는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고 말았다. 나중에 아그디스티스는 자기 행동을 후회하면서 제우스에게 아티스의 시신이 썩지 않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파우사니아스는 페시누스에 있는 아그디스티스 산 속에 아티스가 묻혀 있다고 하였다.

아르노비우스의 기록

아르노비우스는 『이교도들에 대하여』에서 아그디스티스에 관한 또 다른 신화를 전해주고 있다. 그에 따르면 페시누스의 아그도스라는 산에 있는 돌에서 키벨레 여신이 탄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키벨레에게 반한 제우스가 그녀와 사랑을 나누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그곳의 바위에 정액을 흘렸고, 얼마 뒤 그 자리에서 남녀 양성을 모두 지닌 아그디스티스가 태어났다. 아그디스티스가 자라자 디오니소스는 그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다음 남근을 거세하여 여성으로 만들어버렸다.

디오니소스는 평소에 아그디스티스가 사냥을 하고 나서 목을 축이는 샘물을 포도주로 바꾸어 아그디스티스를 술에 취해 잠들게 한 다음, 그의 남근을 자신의 머리카락을 꼬아서 만든 끈으로 나무에 묶어놓았다. 이렇게 해서 아그디스티스는 잠에서 깨어 일어날 때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거세를 하고 말았다. 잘려진 남근에서 흘러나온 피가 땅에 스며들자 그 자리에서 석류나무가 자라났고, 위의 이야기에서처럼 하신 산가리오스의 딸 나나는 그 열매를 가슴에 품어 임신을 하였다. 나나가 낳은 아이는 들판에 버려진 채 염소젖과 꿀을 먹으며 자랐는데, 그래서 아이에게는 아티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프리기아에서는 염소를 ‘아타구스’라고 불렀다.

아티스가 아름다운 청년으로 자라나자 아그디스티스와 키벨레 사이에 그를 놓고 싸움이 벌어졌다. 하지만 아티스는 페시누스의 미다스 왕의 딸 이아와 결혼하려 했고, 아그디스티스는 결혼식장에 나타나 아티스를 미쳐버리게 만들었다. 제정신을 잃은 아티스는 전나무 아래서 스스로 거세를 하고 죽었다. 키벨레는 아티스의 시체를 묻어주었고 그가 흘린 피에서는 제비꽃이 피어나 전나무를 둥그렇게 둘러쌌다. 아티스의 신부인 이아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녀가 흘린 피에서도 제비꽃이 피어났다. 키벨레는 그녀도 묻어주었다. 이아가 묻힌 자리에서는 편도나무가 자라났다. 제우스는 아그디스티스의 청을 받아들여 아티스의 몸이 썩지 않게 하고, 머리카락이 계속 자라고 새끼손가락도 계속 움직일 수 있게 해주었다.

헤시키오스와 스트라보 등은 아그디스티스와 키벨레를 동일인물로 보았다. 남녀 양성을 모두 지닌 아그디스티스가 거세를 통해 남성성을 잃고 키벨레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다.

참고자료

  • 파우사니아스, 『그리스 안내』
  • 아르노비우스, 『이교도들에 대해서』
  • 스트라본, 『지리지』
  • 헤시키오스, 『사전』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