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키소스

나르키소스

신화 속 인물

[ Narcissus ]

요약 나르키소스는 매우 아름다운 청년으로 많은 젊은이들과 소녀들의 흠모를 받았으나 그 누구의 마음도 받아주지 않았다. 그에게 실연당한 숲의 님페 에코는 식음을 전폐하고 슬퍼하다 몸은 사라지고 목소리만 남게 된다. 나르키소스는 결국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로부터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벌을 받게 된다.
나르키소스

나르키소스

외국어 표기 Νάρκισσος(그리스어)
구분 신화 속 인물
별칭 나르시스(Narcissus)
관련 상징 나르시시즘(narcissism)
관련 동식물 수선화

나르키소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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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소스 인물관계도

나르키소스는 강의 신 케피소스와 물의 님프 리리오페의 아들이다.

신화 이야기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속의 나르키소스

강의 신 케피소스는 물의 님페 리리오페를 굽이치는 물결로 껴안고 물 속에서 그녀를 겁탈한다. 그 후 그녀는 임신을 하고 나르키소스를 낳는다. 그녀는 엄마로서 아이가 오래 살 수 있을 지 걱정되어 테바이 출신 맹인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찾아간다. 그는 나르키소스가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예언을 한다.

나르키소스는 아름다운 미소년으로 훌륭하게 성장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16살 소년은 많은 청년과 소녀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하지만 나르키소스의 강한 자존심은 누구의 사랑도 허락하지 않는다. 모두가 그를 갈망하나 아무도 그를 가지지 못한다. 그러던 중 숲의 님페 에코가 사냥하는 나르키소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완전히 빼앗기고 만다. 에코는 나르키소스를 몰래 따라 다니며 애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에코는 몇 번이나 나르키소스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제우스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잡으려는 헤라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에코의 수다를 듣다 제우스를 놓친 헤라는 화가 잔뜩 나서 에코에게 치명적인 복수를 한다. 말하기 좋아하는 에코의 입을 막아버린 것이다. 그 이후로 에코는 누군가가의 마지막 말 밖에 따라 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나르키소스는 숲 속에서 친구들을 놓치고 큰 소리로 친구들을 찾는다. “거기 누구 있니?” 나르키소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기회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에코가 그의 뒷말을 따라한다. “있니?” 나르키소스는 주위에 누가 있는지 살펴본다. 그러나 주위에 아무도 없자 나르키소스는 다시 소리친다. “왜 나를 피하는 거야?” 에코가 그의 말을 다시 되풀이하자 나르키소스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 보자.”라고 소리친다.

에코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숲 속에서 뛰어나와 나르키소스의 목을 힘껏 껴안는다. 나르키소스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에코의 손을 뿌리치고 “너 같은 것에 안기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표독하게 쏘아붙인다. 에코는 모욕감을 참지 못하고 숲속으로 도망친다. 사랑이 깊었던 만큼 실연의 고통도 깊었다.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야위다가 뼈만 남았다. 결국 몸도 사라지고 목소리만 남게 되었다. 에코의 뼈는 돌이 되었다고도 한다. 이후로 아무도 에코의 모습을 보지 못했으나 에코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나르키소스는 물의 님페, 숲의 님페 할 것 없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잔인하게 거절한다. 이들 중 한 명이 그들이 당한 아픔만큼 나르키소스도 아프게 해달라고 하늘을 향해 기도한다.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그 기도를 듣고 나르키소스를 기이한 사랑에 빠지게 하는데, 결국 나르키소스는 테이레시아스의 예언처럼 자신을 알게 되고 천수를 누릴 수 없게 된다.

누구의 손길도 미치지 않은 깨끗한 숲 속에 맑은 샘이 있었다. 심지어 동물조차도 다녀간 적이 없고 나뭇잎조차도 이 샘 위에 떨어진 적이 없는 순수 그 자체인 곳이었다. 사냥을 하다 지친 나르키소스는 더위를 식히고자 이 샘으로 온다. 갈증을 느낀 나르키소스는 샘물에 몸을 숙였고, 그 순간 물에 비친 형상을 보고 흠칫 놀란다. 그는 아름다운 자기 모습에 넋을 잃고 꼼짝하지 못한다. 조각 같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정신없이 바라보며 경탄한다.

나르키소스가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 그는 연인을 갈망하듯 자기 자신을 뜨겁게 열망한다. 물속에 비친 자신에게 수없이 입을 맞추고, 자기 자신을 껴안고자 두 손을 담그지만 그럴 때마다 물속의 형상은 흐려지고 만다. 그는 실체가 없는 대상을 사랑하며, 자신을 피하는 거짓 실체에 비참함을 느낀다. 나르키소스는 눈물이 한 방울만 떨어져도 사라지는 자신의 형상에 애가 타고, 자신의 그림자에게 제발 자신의 눈앞에서 도망치지 말고 자신의 슬픈 망상을 보듬어 달라고 울부짖는다.

나르키소스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사랑에 에코처럼 차츰 기력을 잃어갔고 그의 아름다운 외모도 생기를 잃었다. 이 모습을 보는 에코도 마음이 아팠다. 비록 나르키소스의 행동이 여전히 용서가 되지 않지만 그의 모습이 가여웠다. 에코는 가련한 나르키소스의 마지막의 말을 받아주면서 그의 마지막을 지킨다.

나르키소스는 죽은 후에도 물의 자식답게 스틱스 강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의 누이인 물의 님페들은 머리털을 잘라 오빠에게 애도를 표했고, 에코 역시 그들과 슬픔을 같이 했다. 누이들이 장례를 준비했는데 나르키소스의 시신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가 죽은 자리에 중심부가 눈처럼 하얀 꽃잎에 둘러싸인 노란 작은 꽃(수선화)을 볼 수 있었다. 지나친 자기애를 뜻하는 말인 나르시시즘은 나르키소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에코와 나르키소스

에코와 나르키소스 존 윌리엄 와터하우스

또 다른 이야기

1) 오비디우스와 동시대 사람의 이야기
미소년 나르키소스는 보이오피아 지방의 테스페이아에서 살았다. 그는 사랑의 신과 그를 연모하는 사람들을 경멸했다. 그의 냉정한 태도에 그에게 사랑을 갈구하던 모든 이들은 결국 그를 포기하는데, 그러나 단 한 사람, 아메이니아스라는 청년은 흔들림없이 그에게 사랑을 바친다. 나르키소스는 아메이니아스의 완강한 사랑에도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급기야 그에게 단도를 보내고, 아메이니아스는 매정한 나르키소스에게 복수를 해줄 것을 신에게 청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의 저주가 현실이 되어 나르키소스는 비현실적인 사랑에 빠지는데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한 눈에 반해 버린다. 결국 그는 자신과의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하여 자살한다.

2) 파우사니아스의 『그리스 안내』
나르키소스에게는 그와 똑같이 생긴 쌍둥이 누이가 있었다. 쌍둥이 남매는 아주 아름다웠다. 그들은 외모만 똑같은 것이 아니었다. 머리 모양도 똑같이 하고 옷도 똑같이 입고 다녔다. 남매는 함께 사냥을 다녔고 그러던 중 나르키소스는 누이에게 사랑에 빠진다. 누이가 죽자 그는 샘으로 가서 자기의 얼굴을 비추어 보며 물에 비친 영상이 자기 자신이 아닌 누이라고 생각하고 위안을 얻었다.

참고자료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게르하르트 핑크, 『』, 예경
  • 오비디우스,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 Herausgeben von W. H. Ros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