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눈끔적이놀이

연잎·눈끔적이놀이

연잎·눈끔적이놀이 과장은 연잎눈끔적이(눈꿈적이, 눈끔쩍이)가 먹중을 징치하거나 함께 어울려 춤추는 과장으로, 본산대놀이 계통 가면극 중에 서울·경기의 산대놀이에만 보이는 특징적인 과장이다. 양주별산대놀이 제4과장, 송파산대놀이 제3과장, 퇴계원산대놀이 제4과장에 해당한다.

양주별산대놀이의 연잎·눈끔적이과장에서는 고승(高僧)으로 일명 천살성(天殺星) 또는 천신(天神)이라 불리는 연잎과, 지살성(地煞成) 또는 지신(地神)이라 불리는 눈끔적이가 등장하여, 타락한 중들인 상좌옴중, 먹중을 벌한다. 연잎과 눈끔적이는 특이한 차림새를 하고 있다. 연잎은 붉은 얼굴에 이마에는 청색 연잎을 쓰고, 학의 무늬가 그려진 청창의(靑氅衣)를 입고 있다. 눈끔적이의 가면은 적흑색인데, 눈구멍이 크며 속에는 개폐 장치가 되어 있어 눈을 끔적끔적할 수 있다. 호랑이를 그린 장삼을 입고 있다. 이들은 고결한 존재로서, 상좌·옴중·먹중 등 계율을 어긴 파계승들을 쫓아버린다.

연잎과 눈끔적이

연잎과 눈끔적이 양주별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에서 상좌와 옴은 타락한 중으로서 부정적 인물이다. 옴은 마마에 걸린 중으로서 역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옴중을 눈끔적이가 눈을 끔적끔적하며 쫓아내는 모습은 바로 나례에서 역귀를 쫓는 구나(驅儺)의 주인공인 방상시 가면을 연상시킨다. 연잎과 눈끔적이도 양주별산대놀이에서 중요한 배역이기 때문에 고사를 지낼 때 가운데 두며, 그 춤은 역귀를 구축(驅逐)하는 모습이므로, 이 가면들은 나례 구나의식의 영향 아래 형성된 것을 알 수 있다. 나례를 담당했던 연희자들이 후대에 가면극을 놀게 되면서 나례의 방상시 가면과 같은 구나 가면(귀신을 쫓는 가면)을 변형시켜 연잎과 눈끔적이 가면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1930년에 경성제국대학 조선어문연구실에서 조사하고 김지연이 필사한 『산대도감극각본』은 양주별산대놀이의 대본이다. 이 대본의 고사를 지내는 장면에서 "연잎과 눈꿈쩍이가 중요한 자이기 때문에 가운데 둔다"라는 설명이 보인다. 그리고 연잎은 천살성(天殺星), 눈끔적이는 지살성(地殺星)이라고 적어 놓았다.

눈끔적이는 문자 그대로 눈을 끔벅거리는 존재를 말한다. 실제로 이 인물의 가면은 눈구멍이 크며, 안에서 눈을 움직일 수 있게 개폐 장치가 되어 있으며, 이것을 입으로 조절한다. 그러나 현재는 이런 모습의 가면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눈끔적이는 지살성 또는 지신으로 간주된다. 일제강점기 조사 기록에 의하면 눈끔적이를 첩목(睫目)이며, 땅의 정기라 했다. 눈끔적이는 연잎과 함께 등장한다.

연잎(蓮葉)은 연꽃의 잎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탈의 윗부분에 녹색의 연잎 모양이 그려져 있다. 연꽃은 부처의 상징이자,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에 이른 수행자의 모습에 비유되기도 하며, 극락정토를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연잎은 불교적 의미를 지닌 존재라 할 수 있다. 연잎을 천살성 또는 천신(天神)이라 지칭하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조사 기록에 의하면, 연잎을 수석(首席)에 넣고, 그 의미를 봉래(蓬萊) 곧 하늘의 정기라 했다.

양주별산대놀이에서 연잎은 앞에서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눈끔적이는 그 뒤에서 장삼으로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한다. 연잎은 하늘만 쳐다보고 춤을 추며, 눈끔적이는 땅만 내려다보고 춤을 춘다. 연잎의 눈살을 맞으면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죽기 때문이다. 상좌들이 차례로 곱사위춤을 추고 연잎 앞에 가서 쳐다볼 때, 연잎이 부채를 떼면 상좌들이 놀라서 들어간다. 이때 옴이 "아따 그 자식들 무엇을 가 보고 그렇게 기절경풍을 하느냐?"라고 큰소리치면서 눈끔적이가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을 홱 벗기면, 눈끔적이가 눈을 끔적끔적하며 옴을 쫓아버린다. 눈끔적이 가면의 눈동자 속에는 쇳조각을 달아 눈을 끔적이게 했다.

퇴계원산대놀이의 연잎·눈끔적이과장은 양주별산대놀이의 연잎·눈끔적이과장과 유사하다. 이에 비해 송파산대놀이의 연잎과 눈끔적이는 양반 신분의 인물이지만 외모의 흠으로 인해 과거도 못보고 노류장화(路柳墻花)로 허송세월을 하다가, 산대판에서 흥겹게 노는 데 마음이 끌려 은근히 함께 놀아주기를 바라는 무언의 인물들이다.

요컨대 양주별산대놀이·퇴계원산대놀이에서 연잎이 천신적 존재라면, 눈끔적이는 지신적 존재이다. 눈끔적이와 연잎이 등장하여 옴중과 먹중의 접근을 막고 부채로 춤을 추면서 쫓아내는 것으로 보아, 세속화된 인물이 아니라 그 신성성을 여전히 담지하고 있는 인물로 파악된다. 반면 송파산대놀이의 눈끔적이와 연잎은 과거를 보지 못한 한량으로 인식되며 팔먹중과 함께 놀다가 들어가는 인물이다. 양주별산대놀이·퇴계원산대놀이에서 눈끔적이와 연잎이 종교적 인물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송파산대놀이에서는 외모의 흠으로 과거도 보지 못한 도태된 양반이며,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로서 먹중들과 동격으로 나타난다.

참고문헌

  • 이병옥, 『송파산대놀이』, 도서출판 피아, 2006.
  • 전경욱, 『한국의 가면극』, 열화당, 2007.
  • 조동일, 『탈춤의 역사와 원리』, 홍성사, 1979.
  • 퇴계원산대놀이보존회, 『퇴계원산대놀이』, 월인, 1999.

참조어

연잎·눈꿈쩍이놀이, 연잎과 눈꿈쩍이, 연잎과 눈꿈쩍이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