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사거리
건사거리는 꼭두각시놀음 평안감사마당의 세 번째 거리이다. 상좌중들이 절을 짓고 허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건사거리는 박첨지가 등장하여 명당에 절을 짓겠다고 알리고 퇴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상좌중 둘이 나와 법당을 한 채 지었다가, 다시 완전히 헐어버리고는 퇴장한다. 건사거리는 평안감사마당의 끝 대목이자, 꼭두각시놀음의 끝 대목이다. 이에 걸맞게 건사거리는 박첨지가 등장하여 끝까지 구경해주어서 고맙다며 절을 하고 퇴장하는 것으로 맺어진다. 꼭두각시놀음이 가면극과 매우 유사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건사거리는 가면극에는 없는 내용으로서 꼭두각시놀음의 특징적 대목이다. 건사거리는 남사당패와 절과의 관련성을 잘 보여준다.
구한말의 국학자 이능화는 "항간에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사당은 사노비(寺奴婢)에서 비롯되었는데, 안성군의 청룡사가 그 본거지라고 한다. 그래서 남녀 사당이 중을 대하게 되면 반드시 공경하고 예(禮)를 행하여, 마치 노비가 상전을 섬기듯 한다고 한다"고 하며, 사당패가 사찰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지적했다. 사당패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찰에서 내준 부적을 가지고 다니며 팔고, 그 수입의 일부를 사찰에 바쳤다. 그래서 사당패들은 자기들의 수입으로 절의 중수(重修) 등 불사를 돕는다는 것을 내세웠다. 사당패나 걸립패의 구성원에 승려나 보살이 직접 참여하고 있거나 뒤에서 조종하고 있었고, 그들의 수입이 사종(四種)이란 명목으로 사찰에 바쳐졌던 것은 현재 남아 있는 많은 시주질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남사당패의 꼭두각시놀이에서 건사거리를 통해 절을 짓는 내용을 보여 주는 것은 그들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공연 목적과 일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꼭두각시놀이의 각 거리가 독립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볼 때, 맨 마지막 거리에서 절을 지어 그동안 진행되어 온 갈등을 극적으로 승화시키며 화해를 이루고, 시주를 해 준 관중들의 안녕과 행복을 빌어 주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건사거리와 유사한 절을 짓는 대목은 서산박첨지놀이에서도 나타난다. 서산박첨지놀이에서의 절을 짓는 대목은 절을 짓기 위한 시주 소식‚ 절을 짓기 위한 스님의 시주 부탁‚ 목수들이 공중사 짓기‚ 소경이 눈 뜬다는 소식‚ 소경 눈뜨기‚ 등장인물들이 모두 나와서 춤추며 놀기 등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절짓기와 소경 눈뜨는 대목은 서산박첨지놀이의 내용이 갖는 독특함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대목이다. 지배층인 평안감사의 횡포로 시력을 잃게 된 소경이 불공을 통하여 눈을 뜨게 된다는 내용 전개는‚ 종교인과 세속인의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서 고통 받는 민중에 대한 불교적 해원이라는 주제를 만들어낸다. 이는 종교인과 세속인의 갈등을 통해서 관념적 허위를 비판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는 꼭두각시놀음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서산박첨지놀이는 불교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기보다는 불교적 기적 혹은 불교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서산박첨지놀이 전승 공동체의 불교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을 이 대목에서 엿볼 수 있다.
건사거리에서 상좌들이 절을 짓고 있는 장면 꼭두각시놀음. 평안감사마당
목수들이 절을 짓고 있는 장면 서산박첨지놀이
소경이 눈을 뜨는 장면 서산박첨지놀이
참고문헌
- 심우성‚ 『남사당패 연구』‚ 동문선‚ 1974.
- 이능화, 『조선해어화사』, 東洋書院, 1927.
- 전경욱, 『한국의 전통연희』‚ 학고재, 2004.
- 허용호‚ 「토박이 광대패 인형극의 전승 양상」‚ 『구비문학연구』 20‚ 한국구비문학회‚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