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장수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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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중엽. 지금의 해남 대흥사 산내 암자인 진불암에는 70여 명의 스님들이 참선 정진하고 있었다.
어느 날 조실 스님께서 안거 결제법어를 하고 계시는데 종이장수가 종이를 팔러왔으나 스님들이 모두 법문을 듣고 있어 아무한테도 말을 걸 수 없었다.
그냥 돌아갈 수도 없어 법당 안을 기웃거리던 최씨는 조실 스님의 풍채에 반해 법문을 듣고 거룩한 말씀이라 생각하였고, 법당 안의 장엄한 분위기와 스님들의 경건한 모습에 출가를 결심하고 조실스님을 찾았다.
최씨를 법기라고 생각한 조실 스님은 그 자리에서 머리를 깎아 주었다. 최행자는 그날부터 물을 긷고 나무를 하는 등 후원 일을 거들면서 염불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염불은 통 외우지를 못했다. 외우고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또 외워도 그때뿐이었다. 주위의 조롱에 아랑곳 않고 노력해봤지만 허사였다.
그는 자신의 우둔함을 탓하면서 그만 하산하기로 결심하고 조실 스님께 인사드리려고 찾아갔으나 스님은 판타카의 얘기를 해주었다.
최행자는 「판타카」와 같은 수행인이 되기로 마음을 다졌다. 그는 후원 일을 도맡아 하면서 외우지는 못할망정 <천수경>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조실 스님이 막 잠자리에 들려는데 최행자의 방에 있던 천수경에서 빛이 발하더니 다음날 최행자는 무슨 경이든 한 번만 보면 줄줄 외워 나갔다.
이 스님이 후일 대흥사 13대 국사의 한 분인 범해 각안 스님이다. 조실 스님은 한 분의 진불이 출현했다고 생각했다. 진불암을 처음 창건하게 된 동기는 옛날 남인도에서 불상과 16나한상 그리고 (금강경)과 (법화경) 등을 모시고 온 배가 전라도 강진 땅 백도방에 도착한 데서 비롯됐다.
영조 스님 일행이 명당지를 찾아 인도 부처님을 봉안하던 날 밤 스님은 꿈에 한 노인으로부터 「이곳은 후세에 진불이 출현할 가람 이니라」는 계시를 받고 절 이름을 진불암이라 명명했다.

[설화내용]
조선조 중엽, 지금의 해남 대흥사 산내 암자인 진불암에는 70여명의 스님들이 참선 정진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조실 스님께서 안거 결제 법어를 하고 있는데 마침 창호지 장수가 종이를 팔려고 절에 왔다. 대중 스님들이 모두 법당에서 법문을 듣고 있었으므로 종이장수 최씨는 누구한테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돌아갈 수 없고 해서 최씨는 법당 안을 기웃거리다 법문하시는 조실스님의 풍채에 반해 자기도 모르게 법당 안으로 들어갔다. 맨 뒷쪽에 앉아 법문을 다 들은 최씨는 그 뜻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거룩한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중 스님들의 경건한 모습이며 법당 안의 장엄한 분위기가 최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도 출가하여 스님이 될 수 있으면 오죽 좋을까.』
내심 생각에 잠겼던 최씨는 결심을 한 듯 법회가 끝나자 용기를 내어 조실스님을 찾아갔다.
『스님, 저는 떠돌아다니며 종이를 파는 최 창호라 하옵니다.
오늘 이곳에 들렸다가 스님의 법문을 듣고 불현듯 저도 입산수도하고픈 생각이 들어
스님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조실스님은 최씨를 바라만 볼 뿐 말이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창호지 장수 주제에 종이나 팔면서 살 것이지 스님은 무슨 스님, 불쑥 찾아든 내가 잘못이지.』
가슴을 조이며 조실스님의 답을 기다리던 최씨는 마음을 고쳐먹고 일어서려 했다.
이때였다.
『게 앉거라. 간밤 꿈에 부처님께서 큰 발우하나를 내게 주셨는데 자네가 올려고 그랬구나.
지금은 비록 창호지 장사지만 자네는 전생부터 불연히 지중하니 열심히 공부해서 큰 도를 이루도록 해라.』
최씨를 법기라고 생각한 조실스님은 그 자리에서 머리를 깎아주었다.
최 행자는 그날부터 물을 긷고 나무를 하는 등 후원 일을 거들면서 염불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후원일과는 달리 염불은 통 외우지를 못했다.
외우고 뒤돌아서 잊어버리고 또 외워도 그때뿐이었다.
대중들은 그를「바보」라고 수군대며 놀려했다.
최 행자는 꾹 참고 노력에 노력을 해왔으나 허사였다.

입산한 지 반년이 지났으나 그는 천수경도 못 외웠고, 수계도 못 받았다.
그는 자신의 우둔함을 탓하면서 그만 하산하기로 결심하고 조실스님께 인사드리러갔다.
『스님, 저는 아무래도 절집과 인연이 없나 봅니다.
반년이 지나도록 염불 한줄 외우지를 못하니 다시 마을로 내려가 종이 장사나 하겠습니다.』
최행자의 심각한 이야기를 다 들은 조실스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너무 심려치 말고 공부를 계속 하거라.
옛날 부처님 당시에는 너 같은 수행자가 있었는데 열심히 공부하여 깨달음을 얻었느니라.』
조실스님은 옛날 인도에서 부처님을 찾아가 수행하던「판타카」형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최 행자를 위로했다.

형과 함께 출가한 판타카는 아무리 부처님께서 법문을 설하셔도 기억하질 못했다.
마침내 그는 대중 스님들로부터 바보라고 놀림을 받게 된다.
판타카는 울면서 부처님 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판타카야, 내 말을 기억하거나 외우는 일은 그렇게 소중한 일이 못된다.
오늘부터 너는 절 뜰을 말끔히 쓸고 대중 스님들이 탁발에서 돌아오면 발을 깨끗이 닦아 주거라.
이처럼 매일 쓸고 닦으면 얻는 바가 있을 것이니라.』
부처님께서는 판타카에게
『쓸고 닦으라.』
고 일러주셨다.

판타카는 그날부터 정사의 뜰을 쓸고 스님들의 발을 씻어주었다.
판타카가 잊고 있으면 대중스님들은 대야에 물을 떠가지고 와서 거만스럽고 비양거리는 말투로
『쓸고 닦아라.」
하면서 더러운 발을 내밀었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난 어느 날 아침. 판타카는 마당을 쓸던 빗자루를 땅바닥에 홱 내던지면서 크게 소리쳤다.
『알았다. 알았어.』
그는 뛸 듯이 기뻐하며 단숨에 부처님 앞에 나아갔다.
『부처님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뭘 알았단 말이냐?』
『부처님께서 제게 쓸고 닦으라신 말씀은 매일 같이 저의 업장을 쓸고 마음을 닦으라는 뜻이었지요.」
『오! 판타카야 참으로 장하구나.』
부처님께서는 그길로 큰 북을 울리셨다.
대중이 한자리에 모이자 부처님은 기쁨에 찬 목소리로
『판타카는 깨달았다. 판타카는 깨달았다』
고 말씀하셨다.

조실스님의 이야기를 다 들은 최 행자는「판타카」와 같은 수행인이 되기로 마음을 다졌다.
그는 후원 일을 도맡아 하면서 언제나 천수경을 읽었다.
어느 날 밤이었다.
밖에서 환한 불빛이 조실스님 눈에 비쳤다.
이상스럽게 생각하고 문을 열어 보니 최 행자 방에서 방광이 일고 있었다.
조실스님은 감격스러웠다.
최 행자는 곤하게 잠들어 있는데 그가 읽던 천수경에서 경이로운 빛이 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다음날 또 이변이 일어났다.
글 한 줄을 못 외우던 최 행자가 천수경 뿐 아니라 무슨 경이든 한번만 보면 줄줄 외워 나갔다.

이 스님이 후일 대흥사 13대 주지의 한분인 범해 각안 스님이다.
유명한 저서로「동해열전」이 있다.
조실스님은 선대 스님들로부터 들어온「진불암」창건 유래를 생각하며 또 한분의 진불이 출현했다고 생각했다.
진불암을 처음 창건하게 된 동기는 옛날 남인도에서 불상과 16나한상 그리고 금강경과 법화경 등을 모시고 온 배가 전라도 강진땅 백도부근에 도착한 데서 비롯했다.
영조 스님 일행이 명당지를 찾아 인도부처님을 봉안하던 날 밤. 스님은 꿈에 한 노인으로부터
『이곳은 후세에 진불이 출현할 가람이니라.』
는 계시를 받고 절 이름을 진불암이라 명명했다.

<한국사찰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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