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기제작

토기제작

[ 土器製作 ]

도차성형작업

도차성형작업

토기는 점토의 가소성(可塑性)을 이용하여 형태를 빚고 그것을 높은 온도에서 소성시켜 만든 용기로서, 대체로 완성된 토기가 나오기까지는 4~5단계의 공정(工程)를 거친다. 그 첫 단계가 원료점토의 채취와 태토(胎土)의 준비이고, 두 번째 단계가 성형(成形), 정면(整面), 및 장식(裝飾)의 단계이며, 세 번째 단계인 건조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네 번째 단계인 소성(燒成)을 거치면 완성된 토기가 된다.

원료점토의 채취와 태토의 준비 : 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점토를 구하여 성형하기 알맞은 상태로 태토를 준비해 두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토기의 원료인 점토는 점토광물과 그 외 첨가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점토(粘土)란 미세한 풍화토 혹은 퇴적토를 의미하며, 점토광물(粘土鑛物)이란 일정한 화학조성(化學造成)과 결정질의 구조를 가진 분자결정을 의미한다. 그리고 첨가물질이라면 점토에 불순물처럼 들어 있는 유기질(有幾質)과 같은 것인데 점토의 성인(成因)에 따라 함유량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고급자기(高級瓷器)를 만들 때는 유기질과 같은 불순물질이 거의 없고 성질이 우수한 점토광물(가령 순수한 카올리나이트)로 구성된 점토를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우량 점토는 풍화되어 운반되지 않은 1차 점토에서 찾아지며 순도 높은 자기를 얻으려면 그렇게 채토한 점토도 물에 걸러 불순물을 제거하는 등 특별한 가공을 거치기 마련이다. 이에 비해 선사시대와 고대의 토기(土器)나 도기(陶器)는 흔히 2차 점토로 만들어지며 보통 균일하지 않은 점토광물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때로는 원료점토 자체에 천연적으로 비가소성(non-plastic)의 입자나 유기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보통 토기의 원료인 점토는 제작자가 직접 점토층에서 채취하는 일이 많지만 전문 점토 채취자에게서 구입하기도 한다.

선사시대 이래 토기제작자라면 점토의 종류나 성질 등에 대해 일정 수준의 지식이 있게 마련이다. 특정 수준의 토기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성질의 점토를 신중하게 선택하기도 하지만 그리 체계적인 지식 없이 거의 무작위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한반도 선·원사시대 토기 제작에 있어서도 빗살무늬토기(櫛文土器)와 무문토기(無文土器)의 점토, 그리고 고식(古式) 와질토기(瓦質土器)와 신식(新式) 와질토기(瓦質土器)의 점토는 각자 성질이 달랐다는 점이 토기분석 연구를 통해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각 시대의 토기제작자는 점토에 대한 지식이나 선택의 기준이 뚜렷이 달랐음에 대해 증명된 바도 있다.

채취된 점토는 토기제작에 필요한 성질을 얻기 위하여 일정한 가공을 거쳐 태토로 준비해야 한다. 점토가공에서 가장 흔하게 행하는 작업은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거나 필요한 물질을 첨가하는 작업이다. 선사시대로부터 토기제작자는 토기의 제작을 방해하거나 제품에 결함을 초래할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는 공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흔히 원치 않는 광물, 유기물질, 필요 이상으로 큰 입자, 기타 불순물 등을 제거하고는 한다.

그 방법으로서 눈에 보이는 것은 손으로 직접 집어낼 수도 있지만, 빻거나 체로 치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이고 진보된 방법으로서는 물에 띄우거나 거르는 공정(工程)이 있다. 이 때 보통 유기물질은 물에 띄워 따르거나 건져내고, 굵고 무거운 입자는 물에 가라앉혀 분리해 내는 방법을 쓰게 된다. 이와 반대로 필요한 성질의 물질을 첨가하는 작업이 있다. 흔히 첨가하는 물질을 완화제(緩和劑, tempering material)라고 부르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모두가 그런 효과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모든 첨가물질이 건조(乾燥)나 소성시(燒成時) 항상 점토의 성질을 완화시켜 주지는 않으며 소성 혹은 재가열할 때는 토기에 결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성형작업에 유리하기 때문에 넣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완화제라고 하기 보다 그냥 첨가물로 통칭하는 것이 적당하며 보통 첨가되는 물질은 점토의 가소성(可塑性)에 반하는 비가소성(非可塑性)의 입자가 대표적이다.

비가소성 입자(粒子) 중에서 가장 흔한 것으로 모래 알갱이를 체로 쳐서 사용하는데 보통 석영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그밖에 조개껍질, 광물 혹은 암석분쇄물, 풀줄기, 씨앗, 토기조각 등이 흔히 첨가되는 비가소성 입자이다. 이들 비가소성 입자는 건조나 소성에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나 사용 시(時) 가열되는 토기에 필요한 성질을 얻기 위해 첨가되기도 하지만 성형시(成形時) 작업능률을 올리기 위해, 즉 작업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첨가하기도 한다. 태토의 준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 중의 하나는 물을 섞는 작업이다. 성형 및 건조작업에 필요한 가소성을 지니게 될 때까지 물을 섞거나 물이 많이 섞인 점토와 보다 건조된 점토를 섞는 작업을 하여 성형작업을 준비한다.

성형작업 및 건조 : 성형작업은 토기의 형태를 만드는 작업인데 공정상으로 그릇의 기본형태를 구축하는 1차 성형과 그릇의 부분을 교정하거나 그릇 표면 및 기벽두께 등을 다듬는 2차 성형으로 구분된다. 2차 성형 중 가장 보편적인 작업을 정면, 즉 표면을 다듬는 작업이라 할 수 있지만 1차 성형 이후 정면만으로 끝내는 일은 거의 없다.

1차 성형 작업에는 실로 다양한 방법이 있다. 흔히 선사시대 토기제작에서 권상법(卷上法) 혹은 윤적법(輪積法)이라는 방법이 있다. 점토덩이로부터 점토끈 혹은 점토띠를 만들어 그것을 감아 올리듯 쌓아서 토기의 기벽을 만들어 올리는 방법이다. 이 보다 훨씬 간단한 방법으로 풀이나 짚으로 바구니를 만들 듯 토기의 형태를 만들고 그것에 진흙을 발라서 성형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그릇의 바깥 틀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적당량의 점토를 넣은 뒤 안 틀로 누르면 토기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방법(틀만들기: molding)도 있다. 그리고 원시적인 방법 중에 점토덩이를 준비하여 그에 손을 넣어 일정한 형태의 공간을 만들고 점차 그릇 벽의 두께를 얇게 해나가면서 다듬어나가는 방법(pinching)도 있다.

그리고 대형의 항아리를 만들 때 많이 쓰는 방법으로 일정한 크기의 점토조각을 서로 이어 붙이면서 쌓아나가는 방법이 있다. 여러 성형법 중에서는 가장 진보된 방법이면서,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것이 도차법이다. 도차법(陶車法, throwing)은 도차를 사용하고 그 속도, 동력의 종류, 적용방식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도차 회전에 따른 원심력을 이용하여 점토덩이로부터 완성된 형태의 토기를 뽑아내는 방법이다.

2차 성형은 보통 2가지 절차로 나뉘어진다. 첫째는 성형공정을 통해 토기의 기본형이 완성되고 난 뒤 토기의 부분형태를 교정하는 조정작업(調整作業)이고, 둘째는 그릇 벽의 표면만을 다듬으면서 미적인 효과까지 거두기는 정면공정(整面工程)이다. 우선 기형(器形) 및 기벽(器壁) 조정(調整)작업으로는 대표적인 것이 회전법(回轉法, turnning method)이 있다. 그리고 권상법이나 조각붙임방법으로 형태를 마련한 뒤에 두께가 고르지 않은 기벽을 교정하고 그릇의 전체적인 대칭성이 맞지 않아 찌그러져 보이는 부분을 도차 위에 올려 회전시키면서 손질하는 방식도 있다.

이 때 보통 물을 묻힌 손이나 가죽 천으로 대고 하기 때문에 회전물손질이라는 표면 흔적이 그릇의 안팎에 남게 된다. 그릇 벽의 조직을 치밀하게 하고 두께를 고르는 방법으로 타날법이 있다. 타날법(打捺法)은 회전법 보다 건조가 훨씬 진행된 이후라야 적용이 가능하며, 두드리는 도구(打捺具)나 안에서 기벽을 받칠 때 쓰는 받침모루(內拍子)에 새겨진 무늬는 두드리는 과정에서 그릇표면에 장식적인 무늬를 남긴다. 타날문은 중국에서는 신석기(新石器) 조기(早期)부터 보이지만 한반도에는 철기시대 점토대토기(粘土帶土器) 단계부터 나타나서 이후에 대유행하게 된다. 타날문의 종류로는 승석문(繩蓆文), 의사승석문(擬似繩蓆文), 격자문(格子文), 평행타날문(平行打捺文)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리고 여분의 점토를 깎아 내는 방법, 그 외 긁어내는 빗질법 등의 방법이 있다. 2차 정면에서 그릇 형태 교정 이후에 시도되는 기술로는 각종 정면법(整面法)과 장식법이 있다.

정면법으로 가장 흔한 방법은 마연(磨硏, polishing)이 있다. 토기가 상당히 건조된 상태에서 비교적 단단하고 매끄러운 도구로 그릇표면을 문지르는 방법으로 슬립을 입히고 난 뒤에 마연을 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기벽두께를 교정할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표면을 깔끔하게 다듬기 위한 빗질이나 문지르기 등도 정면법의 중요한 절차이다. 그 다음으로는 장식이다. 역시 장식은 성형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루어지는게 보통인데 흔한 방법으로 긋기(線刻法, incising), 찍기(押印法, impressing), 굴리기(rouletting), 뚫기(perforating), 채회(彩繪, painting) 등과 함께 부착물로 붙이기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어 장식이 이루어진다.

건조과정은 토기제작에 있어 성형-기형조정-정면-장식 등 일련의 공정속도를 좌우하며 토기생산효율 및 전반적인 제작속도에 영향을 많이 준다. 전토를 준비한 이후 성형과 교정 및 정면, 장식을 거치면서 토기는 지속적으로 건조해 들어가기 때문에 건조의 속도를 조정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1차와 2차 성형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점토가 빨리 건조되면 성형이나 2차 정면과 같은 기술을 전혀 적용할 수 없게 된다. 가령 권상법과 같은 성형법은 이미 성형된 그릇의 아래 부분이 어느 정도 건조가 진행되지 않으면 윗부분을 쌓아 올릴 수 없다. 그러나 도차에서 기형을 뽑아 올리는 작업은 매우 균일한 수분 함량 분포 하에서 가능하다. 같은 2차 정면법 중에도 타날법과 마연법, 부착물 붙이기, 페인팅 등은 각자 요구되는 토기 건조상태가 다르다. 그래서 토기가 건조해가는 과정에 맞추어져 각 단계의 작업이 베풀어질 수밖에 없다.

소성(燒成) : 소성공정은 토기제작의 가장 마지막 단계이면서 동시에 제품의 파손이나 결함이 생기지 않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공정이다. 소성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먼저 성형된 토기를 완벽하게 건조시켜야 하는데 간혹 기벽에 남아 있는 수분이 소성할 때 급격히 증발하면서 토기에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점토로 성형된 토기를 소성시킨다 함은 가열하여 토기 태토에 물리적·화학적 변화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과정이다. 소성이 시작되면서 최초로 수분이 수증기로 증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200℃~350℃ 사이에서는 점토광물에 들어 있던 흡착수가 빠져나가고 유기물질의 분해가 완성된다. 또한 450℃~800℃ 사이에서 점토광물의 분해가 일어난다 점토광물의 종류에 다라 분해가 시작되는 온도와 진행속도가 다르다. 700℃부터는 규소가 녹아 유리질화되는 과정이 시작되지만 950℃ 이하에서는 광범위한 유리질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짧은 시간 내의 유리질화는 적어도 1,000℃ 이상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흔히 소성법은 준비된 시설물에 따라 노천소성법과 실요소성법이 있다. 노천소성(露天燒成, open firing)은 보통 특별한 구조물 없이 노천에 연료와 토기를 함께 쌓아 놓고 소성하는 방법이다. 구조물은 특별히 마련하지 않더라도 돌이나 흙을 쌓아 바람막이 벽을 만들거나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장작과 토기를 쌓아 소성시키는 방법도 있다. 노천소성에 있어서 다소 기술적인 배려로 특별한 소성조건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손 치더라도 소성온도나 소성분위기를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실요소성(室窯燒成, kiln firing)에서는 소성(燒成) 온도(溫度)와 분위기(雰圍氣)를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특히 노천소성법으로는 800℃~900℃ 이상을 올리기도 힘들고 그 온도에서 소성을 지속하기는 더욱 힘들다. 하지만 실요소성의 최대 강점은 재래식 가마라 하더라도 소성온도를 별 무리 없이 1,300℃까지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온도를 지속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마문(窯門)이나 굴뚝의 개폐 여하에 따라 소성분위기를 바꿀 수 있고 그래서 소성의 각 단계에서 필요한 소성분위기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마(窯)는 구조적으로 다양한 형식이 있다. 가마의 기본적인 특징은 연료와 토기를 함께 놓고 소성하는 것이 아니라 연료를 태우는 연소실과 토기를 안치 혹은 적재해두는 소성실이 따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가마의 구조적인 특징에 따라 몇 가지 종류를 구분해 볼 수 있는데 보통 연소실과 소성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라는 것이 관건이 된다. 연소실과 소성실의 상대적 레벨과 평면 배치 및 양실(兩室) 간에 특별한 구조물의 설치 여하에 따라 가마의 구조를 분류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가마의 구조에 따라서 소성조건이 크게 달라지는데 이는 가마 안에서 열기가 흐르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토기가마 중에도 보다 원시적인 구조는 소성실을 연소실 직상부(直上部)에 두고 연소실(燃燒室)~소성실(燒成室)-굴뚝이 수직으로 배치되게 설계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일종의 승염식가마(昇焰式窯, updraft kiln)의 범주에 속하며 열기의 가마내(窯內) 체류시간이 짧아서 열효율이 낮은 편이다. 이에 비해 연소실과 소성실을 수평으로 배치하여 열기의 흐름을 더디게 하거나 심지어는 연소실과 소성실 사이나, 혹은 소성실 안에 낮은 격벽(隔壁)을 설치하여 열기가 굽이치도록 한 것도 있다. 전자를 평염식가마(平焰式窯)라고 한다면 후자는 도염식가마(倒焰式窯)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중국 신석기시대에 나타나는 토기가마는 수혈식(竪穴式) 혹은 승염식(昇焰式) 가마에 해당하며 전국시대(戰國時代)부터는 평염식이나 도염식 가마가 발전한다. 철기시대 이후 한국에 보급되었던 가마는 고온(高溫) 소성(燒成)의 도기(陶器)를 소성할 수 있는 평염식이나 도염식과 같은 발전된 토기가마임이 분명하다. 필요한 성질의 토기를 얻기 위해서는 가마의 구조도 중요하지만 가마의 운영방법에 따라서도 소성의 효과는 달라진다. 보통 토기를 소성할 때는 일정기간 가마를 개방한 상태에서 연소를 계속하여 가마 자체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 소성분위기는 산화조건이 된다. 하지만 최대로 승온된 상태에서 소성을 지속하려면 가마를 폐쇄하는데 이때 환원분위기가 조성된다. 승온기간과 숙성기간을 얼마만큼 유지하느냐 혹은 그에 따른 가마내(窯內) 분위기(雰圍氣)를 어떻게 조절하는가에 따라 토기의 색상, 경도, 유리질화의 정도 등이 크게 좌우된다.

참고문헌

  • 原三國土器의 起源과 系統(崔秉鉉, 韓國考古學報 38, 韓國考古學會, 1998년)
  • Pottery Analysis(P.M.Ric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7년)
  • 中國古陶瓷論文集(中國硅酸鹽學會 編, 文物出版社, 1982년)
  • 韓國のやきもの1-新羅-(沈壽官·李殷昌, 淡交社, 197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