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하빌리스

호모 하빌리스

[ Homo habilis ]

호모 하빌리스 두개골

호모 하빌리스 두개골

250만년 전부터 170만년 전 사이에 존재한 고인류 화석으로, 두개골용량은 530~800㏄이며,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의 여러 유적지에서 발견되었다. 중요한 화석은 동아프리카의 오모지역과 투르카나 호수 동쪽지역에 위치한 쿠비포라 등지에서 발견되었다.

호모 하빌리스의 화석은, 1959년 올드바이 협곡에서 루이스 리키의 아들인 조나단이 머리뼈 부분과 턱 및 손뼈를 발견하여 세상에 알려졌다. 1964년 루이스 루키는 이 화석들을 인류속(genus Homo)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속하는 것이라고 믿고,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handy man)라고 명명하였다. 1968년까지 모두 4개의 호모 하빌리스 화석을 발견하였지만, 이 화석이 호모 하빌리스, 즉 호모종이라는 주장은 그 당시 학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였다. 인류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개골 용량이 700㏄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클라크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2년 투르카나 호수에서 KNM ER-1470으로 알려진 머리뼈의 발견으로 루이스 리키의 주장이 인정되었다.

호모 하빌리스의 형질적 특징을 살펴보면, 이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비해 머리 표면의 크기가 팽창되었고 두개골은 마르고 차단되었으며 이마는 그리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둥근 아치형의 윤곽은 낮고 편평하기보다는 둥글고, 후두부의 뼈는 구부려져 있다. 후두부의 낮은 부분은 목의 짧은 근육에 의해 덮여져 있고, 이빨의 크기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비해 작지 않았다.

형질인류학자들은 오랫동안 호모 하빌리스의 호모 여부와 그들 생활터전의 성격에 대한 논쟁을 벌여왔다. 첫 번째는 종에 대한 논쟁인데 해부학적으로 살펴보면 이 화석은 머리 크기가 일정하지 않다. 일부 학자들은 이들은 같은 종이지만 성별차로 인해 머리 크기가 차이 난다는 ‘단일종 가설’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1992년 영국의 인류학자인 우드(Bernard Wood)는 이러한 ‘단일종 가설’에 의문점을 제기하고, 이 지역에서 발견된 큰 머리뼈는 호모 하빌리스가 아닌 루돌프인으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작은 머리뼈 화석만을 근거로 ‘복수종 가설’을 주장하고 있다.

ER-1470 화석의 해부학상 특징으로는 눈굼되줄임을 들 수 있다. 이는 오스트랄로피테신보다는 약하며, 블룩한 앞머리뼈와 모단 윗머리뼈가 얇은 머리통을 이루고 있고, 뒷머리뼈는 호모 에렉투스와는 다르게 둥근형이다. 그래서 1986년에 발레리 알렉세예프(V.Alekseev)는 ER-1470 화석을 ‘호모 루돌펜시스’라고 명명하였다. 또한 쿠비포라 지역의 190~180만년 전의 층에서 새로 발견된 화석(ER- 1590, ER-3732, ER-1802)도 호모 루돌펜시스로 재분류되었다. 이런 화석은 동아프리카에 적어도 2종의 호모가 같은 시기에 살았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인류의 진화가 호모 하빌리스에서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이어 호모 사피엔스로 진행되어 왔다는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견해와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호모 하빌리스의 진화상 위치를 재검토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두 번째 논쟁은 올드바이 유적을 과연 주거지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1960년대 아이작은 약 180만년 전부터 인류는 사냥을 하고 옮겨온 돌을 이용하여 그곳에서 연모를 만들고 동물을 도살하였으며, 먹다 남은 찌꺼기는 주워먹는 짐승이 먹었고, 발견된 뼈는 호미니드와 주워먹는 짐승이 남긴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따라서 그는 올드바이 유적을 주거지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주장들은 ‘음식분배행위 가설’이라고 하는데, 아이작은 음식의 분배행위가 인류 진화의 중심이었다고 주장하였다. 1980년대에 아이작은 50번 유적지 연구 결과 이 유적에 남겨진 돌과 동물 화석 및 식물성 음식은 다른 곳으로부터 옮겨져 온 것이며, 당시의 호미니드는 사냥하기보다는 다른 동물들이 먹다 남긴 나머지를 주워먹었을 것이라고 자신의 가설을 수정하였지만, 올드바이 유적이 선 주거지라는 주장은 변함 없었다.

하지만 루이스 빈포드는 아이작의 음식분배행위 가설에 회의를 느끼고 그곳의 화석이나 연모는 우연히 그곳에 도달된 것이며 그곳은 호모니드가 살던 주거지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였다. 리처드 포츠(Richard Potts)는 이러한 견해에 자극을 받아, 최근 올드바이 유적에서 발굴된 뼈화석 등을 재조사하였다. 조사결과 올드바이 유적에서 발견된 돌감은 특별한 지점으로부터 계획성 있게 운반된 것이며, 따라서 올드바이 유적은 주거지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주거지는 짧은 기간 중에 집중적으로 사회 활동과 음식분배 행위가 일어난 곳인데, 올드바이 유적은 5~10년이라는 기간동안 가끔씩 사용되었기 때문에 포츠는 올드바이 유적을 ‘선 주거지’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참고문헌

  • 체질인류학(박선주, 1994년)
  • Encylopedia of Human Evolution and Prehistory(Ian Tatterwall·Eric Delson·John Van Couvering,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8년)
  • 오리진(리차드 리키·로저 르윈 共著, 김광억 譯, 1985년)
  • 형질인류학 및 선사고고학(존스톤·셀비 共著, 권이구 譯, 198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