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론

전파론

[ 傳播論 ]

문화의 변동을 주로 전파에 기인한다고 보는 관점으로, 19세기말 고고학적 자료가 점차 축적되고 인류문화의 기원은 무엇인가? 누가 첫 농경인인가? 언제, 어디에서 금속문화가 시작되었나? 등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자 단순진화론에 대항하여 나타났으며 20세기초까지 유행한 이론이다. 전파론은 문화가 한 지역에서 발생하여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어 간다는 전제하에서 제시된 이론이다. 즉 문화의 어느 한 요소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의 복합체로서 번져나가는데 이를 문화권(文化圈)으로 보아 세계를 여러 문화권으로 나누고 이들 각 문화권에서 지역적인 사회가 문화권의 중심으로부터 문화요소를 빌러 쓴다고 주장하였다. 이 이론은 한국고고학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한국고고학은 주로 한국문화의 기원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바로 전파론에서 기인한다.

전파의 개념은 처음 지리학에서 시작되었으며 고고학에서는 1872년에 출판된 퍼거슨(James Fergusson)의 저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거석문화가 인디아의 고대문명으로부터 북부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확산되었다고 본 그의 견해는 전형적인 전파론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전파론자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발견이 드물며 중요한 혁신(innovation)이 인간의 역사에서 1번만 나타난다고 보아, 직접적인 노출이나 중간 매체에 의한 교류를 통해 다른 쪽으로 전달된다고 보았다.

전파의 종류를 직접전파와 자극전파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에서 자극전파란 문화요소의 직접적인 유입이 아니라 개념이나 생각이 전파되어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전파를 1차적 전파와 2차적 전파로 나누는 경우가 있다. 1차적 전파(一次的傳播)는 다른 문화의 복합적인 특성과 함께 혁신이 소개되는 경우로 다른 집단에 의한 침략이나 정벌과 함께 이루어진다. 2차적 전파(二次的傳播)는 문화적 경계를 넘어 혁신만이 채용되거나 합병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가끔은 변형된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본격적인 전파론은 영국학파와 독일-오스트리아학파에 의해 각각 시작되었다. 영국학파의 전파론은 리버스(W.H.R.Rivers), 스미스(G.Elliot Smith), 그리고 페리(W.J.Perry) 등에 의해 주장되었다. 당시 페트리(Petrie)가 이집트에서 발견한 고고학적 유물에 의한 자극과 유럽에서 이집트문화의 일반적인 영향을 언급한 스웨덴 고고학자인 몬텔리우스(O.Montelius)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이집트의 유물이 전세계로, 심지어 중미(中美)까지 파급해 나가면서 동시에 그들의 문화도 파급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hyperdifussionist’ 혹은 고대 이집트문화의 핵심이 태양숭배이기 때문에 ‘heliocentric(sun-centerd) school’이라고 불려졌다.

그리고 독일-오스트리아학파의 전파론은 전파의 중요성과 예측할 수 없는 점을 강조한 라젤(F.Ratzel)의 지리학적 전통과 연결된다. 그 뒤를 이어 그래브너(F.Graebner)와 오스트리아의 신부인 쉬미트(Wilhelm Schmidt) 등이 전파론의 체계를 세웠다. 그들은 문화요소가 개별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멀리 전파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단일지역에서 출발된다고 보는 영국학파와 달리 몇 개의 문화복합체(culture complexes 혹은 culture circles; kulturkreis)의 존재와 전파를 주장하였다. 그래서 독일-오스트리아학파는 ‘kulturkreis school’이라 불려졌다. 이 학파 역시 역사적인 관련성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 독일-오스트리아학파는 영국학파보다는 그 영향력이 컸으나 역시 극단적인 전파론으로 불려졌다.

유럽의 선사문화가 근동지역의 문화로부터 유입되었다고 본 차일드(G.Childe)는 문화상의 유사성(類似性)과 상이(相異)점을 전파론적 관점에서 서술하였다. 그는 고고학적 자료의 특성을 문화집단(cultural group) 또는 문화라고 명명하고, 그것이 당시 사람들의 물질적 표현이라고 보면서 동일한 문화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되었을 경우 이것을 사람의 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전파론은 각 지역에서 자생적인 문화발전과정과 능력을 경시하였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게 되는데, 특히 유럽에서는 C14 연대가 출현한 후 유럽의 편년이 크게 변화되면서 고고학에서 전파론적 해석은 더 이상 자리잡을 수 없게 되었다.

참고문헌

  • 한국고고학의방법과 이론(최성락, 학연문화사, 1998년)
  • In the Beginning(B.Fagan, HarperCollins, 1991년)
  • 문화인류학개론(한상복 외, 서울대출판부, 198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