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의 형태와 생육

벼의 형태와 생육

벼의 형태와 생육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종자의 발아

벼의 종자는 현미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 즉 왕겨로 되어 있다. 완전히 건조시켜 수분함량이 0%인 벼종자 한 알의 무게는 12∼44mg이며 이 중 왕겨의 무게는 대체로 20% 정도이다.

볍씨는 완전히 성숙된 후에도 자연상태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발아가 되지 않는 휴면성(休眠性)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휴면 기간은 품종에 따라서 크게 다르며, 등숙기간 중의 기온·습도·일조량 등의 영향도 받는다. 일반적으로 일본형 품종들은 휴면성이 약하고 인도형 품종들은 강하다.

휴면성이 타파된 볍씨는 적당한 온도와 수분, 그리고 산소를 부여하면 싹이 트는데 발아에 알맞은 온도는 30∼34℃이고 최저온도가 8∼13℃, 최고온도는 40∼44℃이다. 수분이 충분한 상태에서는 볍씨의 수분함량이 25∼35%가 될 때까지 볍씨는 수분을 흡수하고 그후 종자 내부에서 각종 대사작용(代謝作用)이 일어나며 이어서 초엽(草葉) 또는 근초(根草)가 종피와 왕겨를 뚫고 밖으로 나오는데 이를 발아라고 한다. 수분이 충분할 때에는 어린 싹[幼芽]이 먼저 나와 잎과 줄기를 형성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린 뿌리[幼根]가 먼저 나온다.

발아할 때에는 어린 싹으로서 초엽 → 제1본엽 → 제2본엽의 순서로 생장하며 뿌리로서는 1개의 종근(種根)이 근초를 뚫고 나오게 된다. 발아 후 어린 식물은 한동안 배젖에 있는 저장양분을 이용하여 생육하지만 점차 뿌리에서 흡수하는 양분에 의존하게 되는데 배젖의 양분이 거의 흡수당하고 뿌리에 의한 독립적인 영양흡수가 시작되는 때를 이유기(離乳期)라 한다. 제3본엽이 나오는 시기가 이에 해당된다.

2) 모의 생장

모[苗]는 제4본엽이 나온 후부터 뿌리에서 흡수하는 양분에 의하여 자라게 되는데 잎과 분얼경(分蘖莖)의 수가 증가하면서 광합성도 왕성해지고 탄수화물의 양도 많아진다. 모의 뿌리는 발아할 때 나오는 종근에 의하여 지탱되다가 지상부(地上部)의 생장과 함께 생장하여 이유기가 가까워지면 5∼6개의 관근(冠根)이 초엽절(草葉節)에서 나오고, 파종 후 20일 정도가 되면 종근의 생장은 끝나고 관근의 생장이 급속히 증가한다.

한국에서는 볍씨가 발아해서 주간(主稈)의 엽수(葉數)가 5∼7장이 될 때까지를 모라고 하는데 모의 생장 과정에서는 생리적 전환기가 세 번 있다. 즉, 첫번째는 초엽에서 제1본엽이 나오는 시기이고, 두번째는 이유기, 즉 제4본엽이 출현하면서 독립적으로 영양분을 흡수 ·이용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며, 세번째는 못자리 말기, 즉 주간의 엽수가 5∼7장이 될 때로서 이 시기에 식물체의 탄수화물과 질소의 비율이 높아져서 모가 굳건해진다. 일반적으로 모의 생장도(生長度)는 주간출엽수(主稈出葉數)로 표시한다.

3)출엽과 잎의 생장

벼의 잎은 잎집[葉草]·잎몸[葉身]·잎귀[葉耳] 및 잎혀[葉舌]로 되어 있다. 잎집은 줄기를 둘러싸서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잎몸은 광합성의 주체를 이루고 있다. 잎귀는 발생학적으로 잎몸에 속하는 것으로서 잎몸이 줄기에서 떨어지지 않게 줄기를 감싸고 있다. 잎혀는 잎집에 속하는 것으로서 줄기와 잎몸 사이를 밀폐하는 구실을 한다. 잎은 줄기의 각 마디에서 1장씩 나오는데 발아할 때 처음으로 나오는 잎을 초엽(草葉)이라 하며 초엽 속에서 제1본엽이 나온다.

초엽은 발아 후 얼마 안 되어 말라죽고, 제1본엽은 원통형으로서 잎몸이 불완전한 침엽(針葉)이며, 제2본엽은 잎몸이 갸름한 스푼 모양이고, 제3본엽 이후부터는 완전한 잎 모양을 이룬다. 제일 윗마디에서는 보통잎보다 짧고 폭이 넓은 것이 나오는데 이것을 지엽(止葉)이라고 한다. 또한 분얼할 때에는 잎몸이 없는 잎이 나오는데 이것을 전엽(前葉)이라 하며, 이것은 주간의 초엽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분얼눈을 보호한다.

벼잎은 밑에서부터 위로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순차적으로 나와 신장하는데 영양생장기에는 주간에서 4∼5일에 1장의 비율로 잎이 나오지만 유수분화기 이후에는 7∼8일이 걸린다. 잎의 수는 생육과 더불어 증가하는데 주간엽수(主稈葉數)는 품종에 따라서 다르다. 보통 조생종은 적고 만생종은 많으며 모내기를 일찍하여 생육기간이 길어질수록 많아진다.

보통 12∼21장의 잎이 나오나 새로운 잎이 증가함에 따라 늙은 잎은 차차 말라죽으므로 생육 각 시기의 잎수는 그렇게 많지 않으며 출수기 무렵에 주간에 생존해 있는 잎은 4∼5장이다. 엽위별(葉位別) 잎몸의 길이와 면적은 윗마디로 올라갈수록 차차 커져서 맨 위에서부터 2∼4번째 잎이 가장 크고 지엽은 이들보다 작은 것이 보통이다.

4) 줄기의 생장

벼의 줄기는 마디[節]와 마디사이[節間]로 이루어졌고 마딧수는 12∼18개이며 주간의 잎수에 2를 더한 것과 일치한다. 마디사이는 상부 4∼5개가 길고 그 밑의 마디는 줄기의 밑부분에 밀집되어 분얼경을 내고 있는데 상부 4∼5개의 마디를 신장절(伸長節)이라 하고 그 밑의 마디들을 분얼절(分蘖節)이라 한다. 마디의 표면은 융기하고 잎 ·분얼 ·관근 등은 이 부분에서 발생하며 마디사이는 원통형으로서 윗부분을 제외하고는 잎집에 둘러싸여 있다.

볍씨로부터 직접 나온 줄기를 주간(主稈)이라 하며 주간의 분얼절에서 겨드랑눈이 신장하여 새 줄기가 형성되고 곁가지의 분얼절에서 다시 곁가지가 나오는데 이것을 분얼이라 한다. 주간에서 직접 나오는 것을 제1차분얼이라 하고, 제1차분얼에서 다시 나오는 것을 제2차분얼, 그리고 제2차분얼에서 나오는 것을 제3차분얼이라 한다. 제3차분얼 이상의 것은 보통재배에서 이삭이 결실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결실할 이삭을 착생하는 분얼을 유효분얼(有效分蘖)이라 하며 총분얼수에 대한 유효분얼수의 비율을 유효경비율(有效莖比率)이라 한다.

모든 분얼은 주간의 어느 잎과 동시에 나오는데, 즉 어느 주간엽(主稈葉)과 동시에 나오는 분얼은 그보다 3잎 밑의 제1차분얼이라는 관계가 주간과 제1차분얼간에, 그리고 제1차분얼과 제2차분얼 간에 인정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현상을 동신분얼(同伸分蘖)이라 한다. 줄기의 신장은 생육초기에는 분명하지 않고 출수 전 30∼35일부터 신장을 시작하는데 급격한 신장을 나타내는 시기는 출수 전 20일경부터 출수까지이며, 이러한 신장은 위에서부터 4∼5마디에서 일어난다.

5) 뿌리의 생장

벼의 뿌리는 1개의 종근(種根)의 발생으로 시작하여 그 후 분얼절에서 발생하는 부정근(不定根) 또는 관근(冠根)으로 대치된다. 늙은 뿌리는 말라죽고 새로운 뿌리가 나와 대치되는데 밑의 마디일수록 더 많은 뿌리가 나오며 주간이 분얼경보다, 그리고 제1차분얼이 제2차분얼보다 많은 뿌리를 낸다. 벼의 뿌리는 모내기 후 급격히 증가하고 수전기(穗夢期)경에 최고에 달하며, 새로 발생한 뿌리의 양분흡수력은 발근 후 10∼15일에 가장 왕성하다. 뿌리가 발생하는 것과 잎이 나오는 것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즉 어느 마디에서 나오는 뿌리는 그 마디보다 항상 3개의 윗마디에서 나오는 잎과 동시에 나오게 된다.

벼의 형태와 생육 본문 이미지 1

따라서 분얼이 증가하고 잎이 많아지면 뿌리도 많아지는데 벼의 생육시기별 지상부의 경엽(莖葉)과 지하부 뿌리의 건물중(乾物重) 비율은 생육 초기에는 뿌리의 무게가 지상부(地上部) 무게의 35% 정도이나 출수기에는 약 16%, 호숙기(糊熟期)에는 7% 정도로 크게 저하된다. 이것은 벼의 생육이 진전됨에 따라 뿌리보다는 지상부의 잎 ·줄기 ·이삭의 발육이 더 많다는 것을 나타내며 출수기 이후에는 뿌리의 생육이 거의 정지되기 때문이다.

6) 이삭의 분화와 발달

줄기의 끝 생장점에서 지엽이 분화된 후 이삭목마디[穗首節]가 형성되고 그 위에 어린 이삭이 분화되는데 이것이 유수분화기이다. 벼의 이삭은 이삭줄기[穗梗]·이삭가지[枝梗] 및 작은이삭[小穗]으로 구성되는데 유수 ·제1차이삭가지 ·제2차이삭가지 · 작은이삭의 순으로 분화되며 유수분화로부터 작은이삭이 분화하는 데까지 6일 정도가 소요된다.

벼꽃을 영화(穎花)라고 하며 수술 6개, 암술 1개로 되어 있다. 영화가 분화되는 때는 출수 전 24일경이고 화분(花粉)과 배낭핵(胚囊核)이 될 생식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은 출수 전 12일경이다. 그 후 화분이 완성되고 씨방이 발달하며 배낭도 완성되어 출수 ·개화를 기다리게 된다. 어린이삭[幼穗]이 분화한 후 이삭의 여러 가지 형태가 갖추어지고 생식기관(生殖器官)이 완성되어 출수하게 될 때까지 30일 정도 걸리는데 이삭의 발육과정은 비교적 정확하게 출수 전 일수와 관련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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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의 발달과정은 출엽과도 관계가 있으며 유수분화기는 지엽으로부터 밑으로 네번째 잎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과 일치하며, 지엽이 나올 때는 작은이삭이 분화하여 이미 화분모세포(花粉母細胞)가 형성되는 시기가 된다. 생식세포, 즉 화분과 배낭핵을 만드는 세포가 분열되는 시기를 감수분열기(減數分裂期)라고도 하는데 이 시기는 지엽의 잎귀와 그 아랫잎의 잎귀가 같은 위치에 있는 시기, 즉 지엽의 잎귀가 밖으로 나타나는 시기와 일치한다.

7) 출수·개화 및 수정

이삭이 지엽의 잎집에서 나오는 것을 출수라고 하는데 품종 및 재배환경에 따라서 이삭목이 지엽의 잎집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벼는 출수 당일 또는 다음날부터 개화하기 시작한다. 영화의 작은껍질과 큰껍질의 끝부분이 약간 열리면서 꽃밥이 밖으로 나와 25∼30°로 개화되고 꽃밥이 터져서 화분이 쏟아져 수분(受粉)이 이루어진다.

벼의 수분은 개화와 동시에 이루어지며 1개 영화의 개화시간이 1∼2.5시간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자가수분(自家受粉)을 하게 된다. 암술머리에 떨어진 화분은 곧 발아하여 화분관(花粉管)을 내고 배낭에 도달하면 수정이 이루어진다. 배낭 안의 두 군데에서 생식핵(生殖核)이 융합되는 중복수정(重複受精)을 하며 수분 후 수정이 이루어지기까지 2.5∼4시간이 걸린다.

8) 등숙(登熟)

수정된 씨방은 발달하여 현미가 되며, 현미는 벼의 과실에 해당한다. 수정한 다음날부터 씨방은 길이 ·너비 ·두께의 순으로 신장하는데, 수정 후 25일 정도 되면 쌀알의 외형은 거의 완성된다. 수정 후 30일경이 되면 쌀알은 내용이 충실해지고 수분함량도 20% 정도로 떨어지며 35일 이후에야 완숙기에 이르게 된다. 현미의 무게는 주로 배젖의 무게로서 수정 후 10∼20일에 현저히 증대되고 35일까지 거의 증대가 끝나며 완숙될 때까지 큰 변화가 없다.

배젖의 저장물질은 90% 이상이 녹말인데 수정 4일 후부터 배젖의 중앙부세포(中央部細胞)에 녹말축적이 시작되며 저장 단백질은 6∼8%로서 배젖세포의 세포질 속에 수정 후 6∼7일부터 축적된다. 개화 후 쌀알의 발육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순조롭지 못한 경우가 있는데, 수정 이전의 장애로 인하여 씨방의 발달이 거의 없는 상태인 불임립(不稔粒)과 수정 후 성숙되는 동안의 장애로 인하여 발육이 정지된 불완전립(不完全粒)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