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일기

[ diary , 日記 ]

요약 그날그날 생긴 일이나 감상을 날짜에 따라 적은 기록.
난중일기 번역물

난중일기 번역물

유럽에서는 로마시대의 비망록 또는 그날그날의 사건기록인 코멘타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대부분은 관청의 일지에 가까웠다. 기록성과 문학성이 뛰어난 것으로 카이사르의 《갈리아전기(戰記)》(BC 1세기)가 있다.

일기는 본시 개인적인 것으로서, 공개하는 데 뜻을 두지 않기 때문에 사실(事實)의 적나라하고도 극명(克明)한 연속적 기록에 의하여 첫째로 역사적 의의를 가진다. 《파리의 어떤 부르주아의 일기》는 1409∼1431년까지 프랑스의 한 사제(司祭)가 썼고 다시 다른 사람이 1449년까지 이어서 쓴 작품인데, 샤를 6∼7세 시대를 아는 데 큰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일기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은 근대적 자아의식이 싹트기 시작한 17세기 이후의 일이다. 프랑스에서는 루이 14세 때의 일을 적은 당조 후작(1638∼1720), 일화를 중심으로 써나간 에드몽 바루비에(1689∼1771), 고십으로 충만한 샤를 코레(1709∼1783), 영국에서는 50년간 일기를 썼다는 존 이블린(1620∼1706), 런던의 대화재와 질병유행의 상황을 암호로 적은 새뮤얼 피프스(1633∼1703), 소설가가 되기 위한 훈련으로 썼다는 여류작가 패니버니(1752∼1840) 등의 일기가 유명하다. 패니버니의 일기의 마지막 부분에는 조지 3세가 런던 교외의 가든스에서 그녀를 따라다닌 이야기가 기록되었다.

대부분의 일기에는 답답하고 지루한 것이 많으나 치밀한 관찰안(觀察眼)에 의한 꼼꼼한 기록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를테면 피프스의 일기로는 차를 마시기 시작한 시기, 연극에 처음으로 여성이 등장한 날짜 등을 알 수 있다. 길버트 화이트(1720∼1793)의 일기도 그 관찰의 눈이 자연(自然)에 쏠렸기 때문에 박물지(博物誌)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스위스의 철학자 아미엘의 일기(1847∼1881)는 그 뛰어난 사색성(思索性)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일기도 점차 문학가에 의하여 기록되어 그 작가의 비밀을 푸는 하나의 큰 열쇠로서 중요시되었다.

일반적으로 자서전이나 회상록에는 자기과시(自己誇示)가 따르지만 그런 점에서 볼 때 공개를 의도하지 않는 일기 쪽이 진실성 면에서 앞서고, 또 훨씬 흥미로운 데가 있다. 죽음 직전까지 기록을 계속한 남극탐험가 스콧의 일지는 인간의 용기를 보여주는 기록으로서 감동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것으로는 히틀러의 측근이었던 괴벨스 선전상(宣傳相)과, 무솔리니의 측근이었던 치아노 외상(外相)이 쓴 일기가 특히 귀중하다.

한국의 일기로 소중한 것은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다음 달부터 필자가 전사한 전월(前月)까지의 군중일기(軍中日記)로서 충무공의 시취에 넘치는 일상생활과 동료 친척과의 왕래, 수군통제에 관한 비책 등 중요한 기사가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