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학

예학

[ 禮學 ]

요약 예(禮)의 본질과 의의, 내용의 옳고 그름을 탐구하는 유학(儒學)의 한 분야.

본래 중국 고대의 종교적 제사의식(祭祀儀式)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는 주대(周代)에 와서 인간행위의 규범이자 사회질서의 근간으로 정형화되면서 고대문화 전반을 의미하였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유학을 창시한 공자(孔子)는 바로 이러한 예에 정통했던 인물로 예치(禮治)를 행함으로써 당시 혼란했던 사회를 바로 잡으려고 하였으며, 예의 형식뿐만 아니라 본질을 강조하였다.

공자에 의해 이론적 기반이 마련되었던 예는 전국시대(戰國時代) 말 순자(荀子)에 의해 적극적으로 계승되었다. 그는 예를 인간이면 누구나 따라야 하는 보편적 이치(理致)로 보았으며, 그 객관적 사회성을 강조하여 사회 전체의 틀 또는 규범적 지침으로까지 확대하여 규정하였다. 한대(漢代)에 이르러 유학이 공식적인 국가이념으로 정착되면서 편찬되었던 삼례(三禮), 즉 《예기(禮記)》 《주례(周禮)》 《의례(儀禮)》는 주로 순자가 예에 관하여 내린 해석을 바탕으로 그때까지 전승되어 온 예에 관한 이론과 시행내용을 종합한 것이었는데, 이는 곧 예학의 성립을 의미하였다.

이후 한대와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금문학파(今文學派)와 고문학파(古文學派)의 논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예학은 당시 사상계 ·정치계와 밀접한 연관을 맺으면서 예의 적용을 둘러싼 논의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또한 남북조시대와 당대(唐代)를 거치면서 예는 국가 ·왕실의 예인 오례(五禮)와 사가(私家)의 예인 가례(家禮)로 분화하였으며, 송대(宋代)에 성리학(性理學)이 성립되고 주자(朱子)에 의해 《주자가례》가 저술되면서 가례의 비중이 점점 커져갔다.

주자는 예를 ‘천리가 절도에 맞게 드러난 것이요, 인간사에 본받아야 할 규범(天理之節文 人事之儀則)’이라고 정의하여 성리학의 철학적 기반인 이기론(理氣論)과 예의 본질을 연관지어 설명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처럼 예학은 예의 이론[禮論]과 예의 견해[禮說]를 중심으로 전개 발전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 예가 언제 전래되었는가는 확실하지 않으나 《예기》가 국학(國學)의 교수과목인 것으로 보아 이미 삼국시대부터 들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가 본격적으로 수용된 것은 고려 말에 《주자가례》가 도입되고 조선시대에 들어와 성리학이 지배이념으로 되면서부터였다.

그리하여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고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추구하였던 전기에는 제도적 성격이 강한 《주례》와 왕실의 예인 오례가 강조되었으며, 성종대(成宗代)에 이를 집대성한 《국조오례(國朝五禮)》가 편찬되기도 하였다. 사림(士林)이 등장하는 중기에 오면 성리학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고 국조오례의파(國朝五禮儀派)와 고례파(古禮派)의 대립으로 상징되는 여러 차례의 전례논쟁(典禮論爭)을 거치면서 예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김장생(金長生)의 《가례집람(家禮輯覽)》과 정구(鄭逑)의 《오선생예설분류(五先生禮說分類)》 등 수준 높은 예서(禮書)들이 많이 저술되었으며, 학파에 따라 예론이나 예설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차이는 17세기 예송(禮訟)에서 《주자가례》 《의례》 등을 중시하며 왕례(王禮)와 사례(士禮)의 동일성을 강조하는 왕사동례(王士同禮)와 《예기》 《주례》 등을 중시하며 왕례와 사례의 차이를 강조하는 왕사부동례(王士不同禮)로 나타났다.

예송(禮訟)에서의 사상적 차이는 중세 사회체제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연결되었으며, 때문에 예송은 조선 후기사회로 가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만 했던 하나의 과정이었다. 후기에는 왕권이 강화되면서 국가가 왕실의 예를 다시 정리하고 향례(鄕禮)를 장악하려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그 사회적 비중은 상당히 줄어들고 그나마 세도정치기(勢道政治期)에는 정약용(丁若鏞) 등 몇몇 학자들에 의해 《주례》가 다시 주목을 받았을 뿐 거의 형해화(形骸化)되어 버렸다.

이처럼 예학은 시기에 따라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끼쳐왔다. 따라서 우리 역사에 예학이 가지는 위치와 영향에 대해서는 시기별로 좀더 세밀한 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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