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설

신소설

[ 新小說 ]

요약 19세기 말~20세기 초에 걸쳐 출현한 일련의 소설 작품.

개화기 소설이라는 명칭과 더불어 통용되기도 하나 그 내포는 서로 다르다. 이 용어는 일본에서 쓰이던 것인데, 1906년 《대한매일신보》의 광고에서 처음 보였고 이듬해 《혈의 누》가 단행본으로 간행되면서 ‘新小說 血의 淚’라고 밝힘에 따라 이후 보편적인 명칭으로 굳어졌다. 이인직을 비롯한 개화파 지식인들이 이전의 고대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소설 형태를 창출하였던 바, 신소설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그들의 작품을 지칭한다. 이인직의 《혈의 누》, 이해조의 《자유종》, 최찬식의 《추월색》 등이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들이다.

신소설은 제명을 비롯하여 확대된 장면 묘사, 작품 서두의 참신성, 근대적인 사상과 문물의 도입, 풍속의 개량 등 내용과 형식의 측면에서 고대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후기로 갈수록 부녀자들을 상대로 한 대중적 독서물로 변질되어 고대소설의 상투적 수법인 우연을 통한 사건전개, 선악의 평면적 대립, 흥미위주의 사건 설정 등이 남발되면서 초기의 참신성이나 문제의식이 점점 희석되어 갔다. 실상 초기의 문제의식이라는 것도 제한적인 의의만이 있을 따름인데, 일본을 개화의 표본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한계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반봉건과 반외세라는 당시의 시대적 과제를 철저히 깨닫지 못한 채 무조건 일본을 따르는 것이 개화의 전부인 양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 조선적인 것은 무조건 낡은 것, 그래서 버려야 할 것으로 생각했고, 반대로 일본이나 서구적인 것은 무조건 새로운 것, 그래서 추구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던 단선적이고 피상적인 신소설의 문제의식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국권회복을 위해 궐기한 의병들을 오히려 토벌해야 할 비적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편향성은 비판을 넘어 노여움까지 불러 일으킨다.

한편 개화기 소설이라 하면 위에서 거론한 신소설과 함께 개화기 공간에 출현한 소설적 형태의 작품들까지 포괄한다. 역사전기 소설과 토론체 소설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 작품들은 신소설이 보여주고 있는 피상적인 문제의식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어 주목된다. 장지연의 《애국부인전》, 박은식의 《서사건국지》, 신채호의 《을지문덕》 등이 이 시기 역사전기소설의 대표적 작품들이며 안국선의 《금수회의록》, 김필수의 《경세종》, 그리고 기타 《소경과 앉은뱅이 문답》과 《거부오해》 등이 토론체 소설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역사전기소설은 이른바 경험적 서사체로서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토론체 소설은 문답과 토론을 위주로 한 비서사적 성격 때문에 각각 소설의 범주에서 얼마간 떨어져 있는 장르적 성향을 보여주고는 있으나, 신소설이 확보하지 못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학사적 의의는 자못 크다고 하겠다. 역사전기소설은 위기에 처한 나라의 운명을 한몸에 걸머진 뛰어난 영웅의 활약을 통해 당시 조선, 즉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국권이 상실되어가는 위기적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지식인들의 시대 대응력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 영웅소설, 그리고 3.1운동 이후 유행했던 역사전기소설의 중간단계를 잇고 있는데, 다만 한 개인의 영웅적인 행적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작위적인 경향이 노출되는 아쉬움이 남는다.

토론체 소설은 당시의 긴급한 현안이라 할 만한 개화의 문제, 국권의 문제 등 시사적인 쟁점들을 서시화하였다는 점에서 연설의 산문화 경향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또한 대화를 위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서사와 희곡의 중간 단계라고도 할 수 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을 등장시켜 언술과 언론의 방식으로 대화를 진행하고 있어 풍자적 색채를 강하게 띠기도 하는데, 이는 조선 후기에 성행했던 우화소설, 몽유록, 그리고 민속극 등에서 그 영향의 일단을 추출할 수 있다. 신소설이 개화주의자들의 손에서 창작되었음에 반해 역사전기소설과 토론체 소설은 민족주의자들의 손에서 창작되었으며, 이후 근대소설적 면모는 이광수의 《무정(無情)》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