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숭배

수목숭배

[ tree cults , 樹木崇拜 ]

요약 특정한 나무를 신성시하여 숭배하는 일.
할미꽃

할미꽃

그러한 나무를 신목(神木)이라 하며 또한 그 나무에 깃들여 있다고 믿어지는 신이나 정령(精靈)을 수목신 또는 식물신이라고 한다. 나무를 숭배하는 풍습은 오랜 옛날부터 있었던 것으로, 그것은 번식과 식물에 대한 소원을 비는 원시적인 농경종교의 한 형태로 생각된다. 고대 아리안 인종 사이에도 널리 성행하였는데, 켈트족 사이에서는 드루이드교의 사제(司祭)계급이 떡갈나무를 숭배하였다. 또 게르만족은 여러 나무에 신명(神名)을 붙이고 또 나무가 우거진 숲을 ‘신성한 숲’이라 하여 숭배하였다. 당시 유럽에서는 월계수(月桂樹)나 올리브나무 ·떡갈나무 등이 특히 신성시되었으며, 인도에는 종교적 신앙과 의식을 수반한 성수(聖樹)가 옛날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수목숭배의 습속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현상으로서 특히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지에서는 그 유풍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국에서 예로부터 산 ·하천 ·마을 ·집터 등에 신이 있다고 믿어왔듯이 수목에도 정령이 있다고 믿었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환인(桓因)의 아들 환웅(桓雄)이 태백산 신단수(神壇樹) 아래 내렸다는 전설은 이미 이때부터 나무가 신성시된 단적인 예이다. 지금도 강릉단오제(江陵端午祭)에서는 대관령 국사서낭당[國師城隍堂]의 한 나뭇가지에 내린 신을 영신(迎神)하여, 그 나뭇가지 즉 신목(神木)을 굿단에 모셔다가 굿을 하는 풍습이 있다. 이렇게 특수한 나무가 아니더라도 어디에나 크고 오래된 나무에는 신이 깃들여 있어 그 신은 인간사에까지 영향을 미쳐 복을 주기도 하고 화를 주기도 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래서 정초에는 흔히 이들 나무에 새끼로 금줄을 치거나 비단조각을 매어놓고 고사를 지낸다. 평소에도 가정에 우환이 있거나 특별한 소원이 있을 때는 큰 나무에 간단한 제물을 차려놓고 비손을 한다. 수목신은 대개 크고 오래 된 나무에 있는 것으로 믿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마을 근처나 산에 있는 가시덤불, 또는 희귀한 나무 등에도 신이 있는 것으로 믿어 치성을 드린다.

이러한 수목신은 모두 선신(善神)으로 믿고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악령적인 성격을 띠는 수도 있다. 민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귀신붙은 나무인데, 그것은 인간사가 뜻대로 되지 않아 원한을 남긴 채 사람이 목매어 죽은 나무 등이다. 또한 큰 고목(古木)에는 원령만이 아니고 큰뱀이 들어 있는 것으로 믿어 두려움을 느끼게도 한다. 또 한국에서는 산삼(山蔘)을 신성시하고 있어 이에 얽힌 설화도 많을 뿐만 아니라, 심마니들은 신령의 현몽에 의하여 산삼을 캘 수 있다고도 믿어 왔다. 그 밖에 식물이나 꽃에도 정령이 있는 것으로 믿어, 할미꽃은 손녀딸의 푸대접으로 죽은 할머니의 넋이고, 백일홍은 고기잡이를 나가 돌아오지 않는 어부의 딸이 아버지를 백 일이나 기다리다 죽어서 핀 꽃이며, 진달래는 계모의 구박에 못 이긴 어린 딸이 죽어서 핀 꽃이라는 등 많은 이야기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