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사서

[ dictionary , 辭書 ]

요약 단어를 알파벳순·가나다순 등 일정한 순서에 따라 정리 배열하고 그 표기법·발음·품사·의미·용법·용례·어원 등을 설명한 책.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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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사전(辭典)·자전(字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사용목적이나 용량(容量) 관계로 모든 사항이 망라될 수는 없고, 또 한국어는 어원에 대한 구명이 아직 충분하지 못하여 제법 큰 사전이라 할지라도 어원의 설명이 완벽하지 못하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국어사전만도 이희승(李熙昇)의 《국어대사전》을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사서가 나와 있는데, 그들 사서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는 공통이념을 가지고 있다. 수록된 언어가 동일언어(同一言語)에 의하여 정의되고 설명되거나(국어사전 등) 또는 다른 언어의 맞는 어구로 바꾸어 놓은(對譯사서 등) 두 종류의 사서가 있다.

유럽에서는 대역사서 쪽이 먼저 발전하여 영국의 사서도 라틴어를 영어로 설명한 것이 그 시초이며, 영어를 영어로 해석한 것은 1623년에 이르기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뒤부터는 동일언어에 의한 사서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사서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난어(難語)만을 수록하는 경향이 강했다. 영국의 경우에는 N.베일리가 1721년 출판한 《영어사서(英語辭書)》에서 처음으로 영어의 전어휘를 포함하려는 의도를 보였는데 그후 그와 같은 방향이 사서 편찬의 기본태도가 되었다.

사서의 종류

초기의 사서는 주로 어의(語義)를 설명하는 데 그쳤으나 오늘날의 상세한 사전에서는 어의 외에 발음(發音) ·어원(語源) ·숙어(熟語) ·예문 ·인용문 ·유의어(類義語) ·반의어 등의 전부 또는 대부분에 관한 지식을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편찬되고 있다. 그런 여러 가지 부문 가운데 특히 한 부문의 지식에 중점을 두면 발음사전 ·어원사전 ·숙어사전 ·반대어사전 ·유의어사전 ·인용문사전 등이 성립되고, 명사 ·동사 ·전치사 등의 활용에 중심을 두면 활용어사전, 문법에 중점을 두면 문법사전이 만들어진다. 또 압운(押韻)이 가능한 언어에 있어서는 압운사전도 있을 수 있고, P.로제트의 《영어보전(英語寶典)》과 같이 발상을 기초로 하여 표현을 얻으려는 사전도 있다. 어떤 작가의 전작품 또는 성서나 대장경(大藏經)에 쓰여진 전어휘를 사전과 같은 어순(語順)으로 모으고 그 출처를 나타낸 것을 ‘용어색인(用語索引, concordance)’이라고 하는데 그 예가 많다.

또한 역사 ·법률 ·문학 ·음악 ·건축 ·미술 ·철학 ·동물학 ·식물학 ·수학 ·천문학 ·지명 ·인명 등을 각각 전문적으로 수록한 것도 사전이 될 수 있으며, 《가톨릭대사전》 《성서대사전》 《불교대사전》 《민속학대사전》 등과 같이 인류문화의 어떤 부문이든지 큰 사전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 사전들은 모두 주제를 중심으로 한 것인데, 어떤 주제이건 언어에 의하여 표현되기 때문에 이른바 ‘사전(事典)’과 ‘사전(辭典)’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그을 수는 없는 실정이지만 이론상으로는 구별이 가능하다. 즉 언어의 의의(意義)를 하나의 심상(心象)으로 본다면 그 심상을 분석하고 명확하게 하는 일은 사서(辭書) 본래의 사명이며, 어의(語義)의 분석이나 용법보다도 사상(事象) 그 자체에 관한 지식의 공급을 주목적으로 하는 ‘사전(事典)’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므로 본래 사서에서는 언어의 역사와 어의의 변천이 철저하게 추구되는 것이다.

사서의 객관성

사서 편찬의 또 하나의 임무는 어휘의 수록이 주관적으로 선택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객관적으로 모든 것을 포함해야 하는가의 태도결정이라 하겠다. 본시 언어는 문학을 매개로 하여 보급되는 기회가 특히 많았으므로 사서도 문학적 용어로서 적당한 품격을 지닌 말만을 골라 수록하였고, 바탕이 천해 보이는 말은 추방함으로써 권위를 가지고 용법을 규정한다는 이른바 언어의 고정화(固定化)에 협력하였다. 그 현저한 예는 이탈리아의 아카데미아 델라 크루스카가 1612년에 낸 《이탈리아어사서》나 프랑스의 아카데미가 1694년 제1판을 낸 《프랑스어사서》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은 이탈리아나 프랑스와 같이 국어순화를 목적으로 하는 아카데미를 만들지 않았지만 존슨박사의 《영어사서》에서는 그와 같은 경향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언어의 본질이나 발달을 무시한 이와 같은 주관적인 태도는 물러나고, 사서는 일부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어휘만을 수록하는 것이 아니라 일찍이 사용하였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모든 어휘를 기록해야 하며, 그것도 단순한 기록이 아닌 역사적 변천과정을 조사하여 밝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압도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 옥스퍼드대학 출판국 간행의 《대영어사서(大英語辭書)》이다. 또 독일의 그림 형제에 의하여 1854년 이래 편찬 간행된 《독일어사전》은 그런 태도를 실천에 옮긴 최초의 시도이다.

사서의 편자는 언어의 비판자가 아니라 역사가가 되어야 한다는 요청이 여기서 비로소 확립되었고 모든 언어는 같은 자격으로 역사적 원칙 아래 실증적으로 다루어지게 되었다. 언어의 용례가 가치를 가지는 것은 바르냐 바르지 못하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증거를 제시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비교언어학(比較言語學)의 발전이 이 경향을 유력하게 지원하고 있으며, 어원 추구의 정밀도도 현저하게 높아진 것이 현대 여러 문화국가들의 사서편찬 실정이다.  

서양의 사서

서양에서는 다른 대부분의 학문처럼 사서의 발상도 고대 그리스인의 지혜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기록에 남아 있는 사서의 시조는 BC 2세기 초 유명한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장이었던 비잔티움의 아리스토파네스라고 할 것이다. 그 후 언어에 다양한 접근방법에 따라 사서편찬은 정밀도를 더해 갔고, 10세기 때 유명한 그리스 어학자 수이다스가 펴낸 《그리어사전》에서는 어의나 용례뿐만 아니라 문장법 등의 논문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근대적 사서의 모범은 베일리가 1721년 출판한 《영어사서》라 하겠는데, 여기에 비로소 파생어까지 포함하는 일체의 영어단어를 수록하였고 나아가 어원의 해명에도 큰 중점을 두었다. 34년 후 나온 존슨박사의 《영어사서》도 베일리의 사서를 기본으로 한 것이다. 

중국의 사서

문자의 나라 중국에서도 사서의 발상은오래 전부터 있어 왔으며, 백과사전식의 것을 유서(類書), 어학사서(語學辭書)식으로 된 것을 소학(小學)이라고 불렀는데 각각 많은 편저가 있다. 소학은 다시 ① 훈고(訓詁), 즉 문자의 뜻을 해설하는 것을 주로 한 것, ② 음운(音韻)의 해설을 주로 하는 것, ③ 자형(字形)의 해설을 주로 하는 것의 3종류로 나뉜다. ①에서는 주공(周公)의 찬술이라고 전해지는 가장 오래 된 《이아(爾雅)》를 필두로 한(漢)나라 때에 만들어진 《소이아(小爾雅)》나 《석명(釋名)》, 명(明)나라 때 찬술된 최초의 숙어사서 《변아(騈雅)》를 거쳐 청나라 때의 《별아(別雅)》나 《자관(字貫)》으로 이어졌다.

②에서는 수(隋)나라 때의 《성류(聲類)》나 《운집(韻集)》을 비롯하여 당(唐)나라 때의 《당운(唐韻)》이나 《광운(廣韻)》(이들의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을 거쳐, 청나라 때에는 《고금운략(古今韻略)》과 《패문운부(佩文韻府)》가 만들어졌고 영국의 중국어학자 H.A.자일스의 《한영자전(漢英字典)》에 결집되었다. ③에서는 주(周)나라 선왕(宣王) 때의 《사주(史籒)》 15편 이하, 진(秦) ·전한(前漢)을 통하여 꽤 시도는 되었으나 모두 없어져 전해지지않고 있으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인 후한(後漢)의 허신(許愼)이 편찬한 《설문해자(說文解字)》를 필두로 양대(梁代)의 《옥편(玉篇)》, 획인사서(畵引辭書)의 시조로 알려진 명나라 때의 《자휘(字彙)》나 그것을 대성시킨 청나라 때의 《강희자전(康熙字典)》 등 잘 알려진 것이 많다.

오늘날 쓰이고 있는 《사원(辭源)》이나 《신자전(新字典)》은 ③의 《강희자전》 계통에 속한다. 또한 ①과 ②를 합친 것으로는 당나라 때에 이미 혜림(慧琳)의 《일체경음의(一切經音義)》나 육덕명(陸德明)의 《경전석문(經典釋文)》 등의 시도를 볼 수 있었으나 이것은 불교문화 흡수에 따른 필연적인 소산이라 하겠다.  

한국의 사서

한국은 1880년 프랑스 선교사들이 《한불사전(韓佛辭典)》을 만들어 놓기까지 사전의 편찬에 소홀하였다. 그러나 한글학회에서 《큰사전》을 출판해 낸 후로 여러 사람의 손으로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국어사전이 편찬되었는데, 우선 이희승(李熙昇)의 《국어대사전》, 신기철 ·신용철의 《새 우리말 큰사전》이 대표적인 것이며, 소사전 형식의 국어사전은 수도 없이 많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한자(漢字)에 관한 사전은 오래 전부터 여러 종류가 있었다. 《전운옥편(全韻玉篇)》 《운회옥편(韻會玉篇)》을 비롯하여 《사성통해(四聲通解)》 《삼운성휘(三韻聲彙)》 《정운통석(正韻通釋)》 《화동협음통석(華東叶音通釋)》 《규장전운(奎章全韻)》 《설문해자익징(說文解字翼徵)》 《훈몽자회(訓蒙字會)》 《초학자훈증집(初學者訓增輯)》 등 문자 해석에 관한 것이 있었고, 또 《인물지(人物志)》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등 백과사전류에 속하는 것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