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망명

[ refuge , 亡命 ]

요약 정치적 탄압이나 종교적 ·민족적 압박을 피하기 위해 외국에 도피하여 보호를 요청하는 행위.

국민국가에서는 속인주의에 따라 개인은 원칙적으로 어느 한 국가에 속하며 그 관할하에 있으므로, 본국에서의 인종적 ·종교적 ·정치적 박해 또는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국으로 도피하여 자신을 보호해야 할 경우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망명은 단순히 전화(戰禍)를 피하기 위한 난민과 구별된다. 특히 전쟁 ·혁명 ·동란이 발생할 때 대량적으로 이런 현상이 생긴다. 그 예로 16세기 프랑스에서 신교도의 박해로 국외로 도피한 위그노, 17세기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청교도들, 프랑스혁명기의 왕후귀족들의 망명이 있으며, 현대에서는 1917년 러시아혁명 후 소비에트체제에 반대한 백계 러시아인의 망명, 나치스의 탄압에 의한 대량적인 자유주의자 ·사회주의자의 망명, 일제강점기 때의 한국독립운동가들의 해외망명 등을 들 수 있다.

망명자 문제를 국제적으로 다룬 것은 국제연맹이었다. 1920년 설립된 국제연맹에서 탐험가인 난센이 고등판무관에 임명되어 러시아혁명 후의 러시아인 망명자 구제를 담당하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 후에도 국제난민기구(IRO)가 설치되어 파시스트 ·나치스 체제로부터 망명해 오는 사람들의 보호를 담당하였다. 그 후 1951년 국제연합에서 설치한 국제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가 그 사업을 계승, 또 그 해에 작성된 ‘망명자의 지위에 관한 조약’으로 망명자에 대한 보호를 정하였다. 1967년 국제연합총회는 그것을 보완하는 ‘망명자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를 채택하였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은 “사람은 누구나 박해로부터의 보호를 타국에 요청하고 또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선언하였고, 1967년 국제연합총회가 채택한 ‘비호권에 관한 선언’은 그것을 재확인하였다. 망명자에 대한 보호는 이와 같은 국제선언이나 문명국의 헌법과 지역적 조약 등으로 확인되어 있다. 그러나 국제법상의 의무는 없어 실정국제법에서는 국가가 이에 대응하는 의무를 가지지 않는다. 국가에 따라서는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정치범 불인도의 원칙’이라는 국제관행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