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점

농점

[ 農占 ]

요약 한 해 농사를 정초에 미리 점치는 행위.

대체로 음력 정월 대보름날을 전후하여 많은 형태의 농사 점복(占卜) 행위가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결실의 희망과 함께 병충해나 자연현상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대보름날은 첫번째 드는 만월이므로 달을 보면서 일년 농사를 점치고 대보름달처럼 만월의 풍요를 기원한 것에서 다양한 농점이 나왔다.

농점의 유형은 직접적인 점세(占歲)와 간접적인 것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가정 단위, 후자는 집단 단위로 이루어진다. 먼저 직접적인 점세는 여러 기록에 보이는데 《동국세시기》에는 대보름날 달빛이 붉으면 가물고, 희면 장마가 될 징조라 하였고, 또한 달의 사방이 두터우면 풍년, 엷으면 평년작이라 하였다. 《열양세시기》에는 차천로(車天輅:1556~1615)의 시를 인용하여 “농가에서는 대보름날 달이 북쪽에 가까우면 산골에 풍년, 남쪽으로 기울면 해변가의 곡식이 잘 익는다고 한다. 또한 몹시 붉으면 초목이 탈까 걱정되고 매우 희면 냇물이 넘칠까 염려된다. 알맞게 중황색이면 대풍년이로다”라 하였다. 대보름달은 농사를 미리 점치는 것과 함께 각자의 소원을 비는 대상으로 풍요와 번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달불이는 월자(月滋)라 하는데 대보름 전날 콩 12개에 12달 표시를 하여 수수깡 속에 넣고 짚으로 묶어 우물 속에 넣는다. 다음날 이것을 꺼내 콩들이 불은 모습을 보고 가뭄과 홍수를 점친다. 또한 콩알에 각 호주가 표시를 하여 콩이 많이 불은 집이 풍작이 될 것으로 점치는 집불이, 즉 호자(戶滋)가 있다.

대보름날의 직접적인 농점은 이 밖에 나무그림자로 점을 치는 목영점(木影占)과 사발점 ·닭울음점 ·소점 ·바람점 ·비점 ·키점 ·짚불점 등이 있다. 목영점은 《동국세시기》에 전하는 것으로 대보름날 자정에 1자 정도되는 나무를 뜰 앞에 놓고 나무에 비치는 그림자의 길이로 점을 치는 것인데, 중국 청(淸)나라 때 《수시통고(授時通考)》에는 대보름날 월영점을 쳤다고 하였다. 사발점은 사발에 재를 담고 그 위에 여러 곡식을 담아 지붕 위에 올려 놓고 다음날 아침 남아 있는 곡식은 풍년, 날아간 곡식은 흉년이라고 점치는 것이다. 닭울음점은 대보름날 새벽에 첫 울음소리를 세어서 열번 이상이면 농사가 풍년이고 횟수가 적으면 흉년이라고 점친다. 소점은 보름날 아침에 솥뚜껑에 나물과 밥을 놓고 소에게 먹여서 밥을 먼저 먹으면 그 해는 시절이 나쁘고 나물을 먼저 먹어야 농사가 잘 된다고 한다. 바람점은 동해안 어촌에서 보름날 샛바람이 불면 해초가 흉년이 들 것으로 점치며, 보름날 비가 오면 농사가 잘 될 것으로 점치는 비점도 있다. 키점은 쌀을 까부르는 키를 방앗간에 엎어 놓았다가 보름날 키에 쌀이 붙어 있으면 풍년, 싸래기가 붙어 있으면 흉년이라 점치고, 짚불점은 타고 남은 재의 빛깔로 짚단의 뿌리가 탄 재가 검으면 늦벼, 끝이 검으면 올벼풍년이고 재의 빛깔이 희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간접적인 점세로는 각종 모의전의 승부로 점치는데 이것은 농사의 예축적인 성격이 많은 것으로 줄다리기 ·횃불싸움 ·차전놀이 ·돌싸움 ·고싸움 ·나무쇠싸움 등이 있다. 줄다리기는 대표적인 대보름놀이로 《동국세시기》에는 영남지방에서 칡줄다리기인 갈전(葛戰)을 하여 점풍(占豊)을 했다고 적고 있다. 줄다리기에는 밀양 ·삼척지방의 게줄다리기 등이 있는데, 줄다리기는 암줄과 수줄로 나누어 농경사회 지모신 신앙에 뿌리를 둔 촌락공동체의 축원적 농경의례로서 전국적으로 퍼져서 전승되고 있다. 충청지방에서는 거전(炬戰)이라 하여 횃불싸움을 하고 줄을 당겼는데 끌려가지 않는 쪽이 풍년이 든다 하였다. 횃불싸움은 달과 불의 상승으로 풍년이 들기를 바라는 직접 점세인데 춘천의 차전은 서로 힘을 겨루어 쫓기는 쪽이 흉년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돌싸움은 석전(石戰)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 삼문 밖과 아현사람들이 편을 갈라 만리동 고개 위에서 했는데, 삼문 밖이 이기면 경기도가 풍년, 아현이 이기면 다른 도가 풍년이 든다 하였다. 중국에서는 정초 날이 맑으면 그 해는 반드시 풍년이 든다고 점치고 대보름날이 맑으면 과일이 풍작이라 믿고 입춘날이 맑아도 가을걷이가 좋을 것으로 점친다. 또한 음력 2월 6일인 좀생날에 하늘의 좀생이별과 초승달의 거리가 가까우면 흉년, 적당한 거리면 풍년이 들 것으로도 점을 친다. 농점에는 날씨나 달 ·별 등의 천체운행도 활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