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가발

[ wig , 假髮 ]

요약 대머리를 감추거나 분장·장식을 위해 머리에 덧얹어 쓰는 제 머리가 아닌 가짜머리.
가발

가발

서양에서는 BC 30세기경 고대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으며, 장식은 물론이고 머리를 햇볕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였다. 최고(最古)의 재료로는 사람의 머리털을 사용하였으며, 양(羊)의 털이나 종려(棕櫚)잎의 섬유 등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가발의 용도는 점차 분장용이나 장식용, 위엄을 나타낼 때, 무대용·연예용·의례용·법관용 등 특종 직업용으로 사용되어 왔다.

빛깔은 검은색을 가장 많이 사용하였고, BC 12세기경에는 빨강·파랑·노랑·초록 등 여러 가지 빛깔이 출현하였으며, 헤나 염료(henna 染料)나 인디고(indigo) 등으로도 염색하였다.

고대 이집트의 가발은 대개 밀랍 등으로 굳힌 컬(curl)과 변발을 만들어 낸 것이 많았고, 남녀가 함께 사용하였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자기 머리를 깎고 사용하였으나 여성은 자기 머리 위에 가발을 썼다.고대 로마 때에 남성은 대머리를 감추거나 변장을 하기 위해서 가끔 사용하는 정도였으나, 여성의 경우에는 머리의 모양과 빛깔이 다양화됨에 따라서 폭넓게 이용되었다. 그러나 3세기에는 보편화되어서 변발이나 아이론으로 머리털을 곱슬곱슬하게 컬을 하고, 또 웨이브를 짓는 것이 유행하였다. 질이 좋은 가발은 그 심(芯)에 양피(羊皮)를 사용한 것이었는데, 블론드(blond) 계통의 빛깔이 크게 인기가 있었다.

북쪽의 갈리아 사람들에게서 구입한 머리털을 가발로 쓴 것은 문헌상의 기록으로도 알 수가 있으며, 16세기 무렵부터 가발이 재등장하였는데 이 때의 것은 주로 부분가발이었다. 17세기 초에는 프랑스 궁전에서도 가발을 쓰는 것이 유행하였고, 17세기 후반에는 유럽 전체에 보급되었다. 이 때의 재료로는 사람의 머리털처럼 컬이 잘 되는 말[馬]이나 양의 털을 사용하였다. 여성의 경우는 주로 부분가발이나 붙임털을 사용하였으나, 남성의 가발은 부채처럼 끝이 넓어진 가발(full bottomed wig)을 사용하였다.

18세기에는 더욱 활발하여 주머니 가발·결발(結髮)·피그테일(pigtail) 등 새로운 양식이 생기면서 17세기에 시작되었던 잿빛·블론드 등의 가루를 뿌리는 일이 18세기에 더욱 유행하였다. 19세기 후반에도 복잡한 머리 모양을 즐긴 프랑스에서는 여성의 가발이 크게 유행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모(人毛)나 화학섬유의 가발 및 헤어 피스(hair piece)가 사용되고 있다. 남성의 가발은 18세기 전성 후 점차 사라져 갔으나, 19세기 전후에 다시 사용되었다.

한국에서는 머리 숱이 적은 여인들이 다리[月子]를 달아 쪽을 찐 것이 가발의 시초이다. 《삼국사기》 등의 문헌에 의하면 다리에 관련된 기록을 볼 수 있는데, 신라 성덕왕 때에 당(唐)나라에 사신을 보내는 편에 다리를 예물로 가져가게 한 기록이 있다. 또 경문왕(景文王) 때 당나라에 가는 사신은 4자 5치(135cm) 길이의 다리 150냥(5.6kg)과 5자 3치(159cm) 다리 300냥(11kg)을 가지고 갔다는 기록이 있다. 16냥중이 1 근이므로 분량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나, 그 시절에는 다리를 귀금속만큼이나 귀중하게 다루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고구려의 고분벽화에서 볼 수 있는 여인도(女人圖)의 머리 모양이 다리를 이용한 얹은머리라고 고증되어 있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머리 모양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 다리를 사용한 점이 현대 여성들의 가발 사용 목적과는 좀 다르다. 조선 정조(正祖) 때만 하더라도 머리 모양을 크게 꾸미는 것이 유행하여 다리값이 금값처럼 비싸져서, 다리의 사용을 국법으로 제한하였다고도 한다.

용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많은 종류의 가발이 있었다.
① 첩지:조선시대 상류사회의 여인들이 액세서리로 사용한 가발.
② 다리머리:머리를 땋아서 긴 다리를 만들어 평상시의 머리에서 쪽이나 어여머리 또는 무수리 등과 같이 예식머리를 할 때에 사용한 가발.
③ 부분가발:머리의 윗부분이나 아랫부분에 부분적으로 이용하는 가발.
④ 전체가발:앞머리에서부터 머리 전체에 쓰는 가발.
⑤ 어여머리:조선시대 황후의 평상시의 머리 모양으로 상류사회 여인들은 왕가의 축제일 때에만 이러한 머리 모양을 하도록 허용되었다.
⑥ 무수리머리:궁중에 처음 들어온 시녀들이 상궁이 되기 전에 하던 머리 모양이다.

한국에도 가발공업이 성행하고 있는데, 원모처리(原毛處理)나 식모(植毛)기술 등이 우수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손으로 식모를 한 제품이 기계로 식모하는 것보다 머리에 잘맞고 머리의 흐름도 매우 자연스럽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