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짐이지만, 버릴 수없다- 같은 내용의 시를 찾아요

 

현실의 사랑 - 함영숙 
    
사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도 십대 지나 이십대 넘겨봐
달콤한 사랑만으론
현실을 살아가기 무척 힘들어

먹고 살기 너무 바빠
낭만은 잊은지 오래야
사랑에 대한 책임은
내 삶의 무거운 짐이 되었어

우리 너무 힘들어 하지 말자
가만히 생각해 보면
너와 난 같은 세대 사람이니까
사랑으로 한번 승리해 보자

산다는 건 우리의 선택이 아니야
힘들어 하면서도 가야하는 길이라면
어차피 사는 삶 첫 사랑으로 돌아가
사랑에 감사하며 현실을 가자

 

 

작은 들꽃 34 - 조병화

 

호롱불을 끌 때도 얼추 되었지요
치레는 두고 세수만 하겠습니다
아직 뭇 새의 죽지에 잠이 어룽진
미명, 새벽 못 속에는
간밤 돌아온 한 숲이
막 꿈길을 뒤척이고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내가 지금 짊어지고 있는 이 이승의 짐 중에서
가장 무거운 짐이 사랑이로구나
가장 소중한 짐이 사랑이로구나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이로구나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나는 지금 이곳, 이 자리까지
눈에 보이는 짐은 버리고 왔건만
내려놓을 수 없는 짐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로구나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그런데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나누는 짐이란다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 나누는 짐이란다
가장 쓸쓸한 사람들이 나누는 짐이란다
서로 소리 나지 않게 주며 받으며
서로 멀리 이어 가는 가벼우면서도
가장 무거운 짐이란다

그런데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사랑은 소유가 아니란다
사랑은 혼자 갖는 것이 아니란다
사랑은 강요해서는 안되는 것이란다
사랑은 그저 사랑하는 것이란다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사랑은 영원히 갖고 싶어진단다
사랑은 혼자만이 갖고 싶어진단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들꽃아,
사랑은 사랑함으로써 행복해야 한단다
사랑은 사랑받음으로써 행복해야 한단다

아, 사랑은 사랑으로 행복해야 한단다

 

 

아내(1) - 손석철

하늘이 정하여스물두해 전
내게온 당신은
초가지붕 하얗게 핀 박꽃을 닮았었지요
그 청순한 박꽃이
스물둘의 배도 넘는 주름으로 변했습니다
난 네게 묻습니다
그래서 나를 자주 미워 합니다
역경과 슬픔의 짐이 한없이 무거운 수레임에도
웃으며 끌고 있는 당신
오늘의 주름진 그웃음은
그때 스물둘의 박꽃처럼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수레의 짐이 내려지는 날
난 그날 당신의 주름위에 힘겹게 피어있을 박꽃을 위해
한없는 사랑의 물을 주어
활짝웃는 꽃이 되게 하려합니다

 

사랑의 짐 - 조예린

나는
안고 온 옹달시루를
슬금, 밀어버립니다
이윽히 타래진 풀섶을 앉았노라면
그제서야 나무, 산, 하늘
저벅저벅 제 길로 깨어 가고
은한(銀漢)에 쓸려 떠나는 내 옹달시루도
어느 고마운 하늘쯤
살팍한 별자리 박히겠어요

돌아오는 고무신에 찬 이슬은
설움도,
애틋함도,
그만 넉넉히
藥머루가 익겠지요

이병률 시인의 "사랑"이라는 시입니다
문학과 지성사, 눈사람여관

짐보다는 가볍게 속삭이고, 또 움츠리고,
숨어서 고백하는 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