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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코를 심하게 고시는데요

작성자 익명 작성일 2023-07-01 10:59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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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가 심하셔서 부모님께서 각방을 쓰신지도 꽤 됐습니다. 어느정도냐면 저희 집이 복층인데, 다른 방을 넘어 다른 층에까지 코골이 소리가 크게 들리고 (문은 닫혀 있습니다) 정말 심할 땐 땅이 진동하는 느낌까지 납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땅이 울립니다. 앞서 말했듯, 층이 다른데도요.

게다가 전 잘때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잠드는 편입니다. 창문 열어놓고 공사 소리가 들어와도 못 일어나고 계속 잡니다. 제 동생은 저보다 심해서 한 번은 집안에 화재 경고음이 울렸는데 세상 모르고 잔 적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무던한 저와 동생이 가끔 아버지 코골이에 밤중에 깬 적이 있을 정도인지라 밤귀가 밝고 예민하신 편인 어머니가 특히 많이 힘들어 하십니다.

 

일이 고되고 피곤하실테니 코 고시는 걸로 뭐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코 골며 주무실때는 얼마나 힘드실까 싶어 괜히 좀 찡해지기도 해요.

다만 결국 그것 때문에 가족 전체의 수면 스케쥴에 영향이 가고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특히 어머니는 밤에 들리는 아버지의 코골이에 잠을 뒤척이다 다음 날 기상해서 출근하시는 걸 무척이나 힘들어 하십니다. 귀마개를 사용해도 땅으로 진동이 전해져서 소용 없다시네요.)이기 때문에 계속 뒀다간 어머니께서 아예 별거나 이혼을 하실 기세더군요... 아버지는 '남편이 일이 얼마나 힘들까-하고 보듬어주진 못할망정 그딴 소리를 입에 올리냐'며 극대노 하시는데... 아버지껜 죄송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저와 동생은 어머니의 심정이 어느정도 이해가 갑니다... ㅠㅠ 일이 얼마나 고되고 몸이 힘드시면 저럴까 싶지만 그것과 별개로 잠을 못 자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요... 위에서 말했듯 귀마개를 껴도 땅으로 진동이 전해져서 결국 깨기 때문에 가족들이 귀를 틀어막는 것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거기다 제가 알아보니 어느정도의 심하지 않은 코골이는 평소에 코를 골지 않던 사람도 많이 피곤하면 골수도 있고, 심각한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다른 방에까지 들릴 정도의 코골이라면 무호흡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 고혈압을 유발하거나 뼈, 치아 등이 약해질수도 있어 하루빨리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게 권장되더군요... 안 그래도 아버지가 이제 슬슬 나이도 있으시고, 뼈나 관절을 포함한 건강이 전체적으로 안 좋아지시는 게 눈에 보여서 더 신경이 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아직 고혈압 수준은 아니지만 혈압도 조금 높으셔서 조마조마합니다. 코골이로 인해 무호흡증이 생기면 수면질이 떨어진다 하니 아버지의 피곤에 이것도 한 몫하지 않을까 싶고요.

 

가족들의 수면질도 걱정되고, 아버지의 건강도 염려되어 넌지시 검사 얘기를 꺼내본적이 있지만 아버지께선 "내가 코 좀 곤다고 병원에 데려가려는 거냐", "새빠지게 일하느라 피곤해서 그런건데 싹바가지가 없다", "이래서 자식새끼 키워봐야 쓸모없다"라는 말만 반복 하십니다 ㅠㅠ 코골이에는 피로도 당연히 한 몫 하겠지만 그것도 정도가 심해지면 수면장애의 일종이어서 아버지 건강에도 악영향이 간다, 아무리 주무셔도 피로가 안 풀리시지 않느냐 수면질이 좋지 않으셔서 일수도 있다, 라면서 설득을 해봤지만 결론적으론 그저 화를 내시며 온갖 쌍욕을 퍼부으셨습니다...

 

사실 저 본인은 조만간 독립할 예정인지라 크게 신경은 안 쓰입니다... 얼마 안 있으면 아버지의 코골이를 들을 일이 없지요... 다만 최근 들어 노화로 인해 마찬가지로 건강이 악화되고 그만큼 예민해지신 어머니가 통 잠을 못 이루시면서 결국 아버지와 싸움이 잦아진 것과, 아버지의 무호흡증 가능성, 그리고 그로 인해 발병할 수 있는 여러가지 합병증의 가능성이 상당히 신경 쓰이고 걱정됩니다. 안 그래도 건강이 좋지 않으신 분인데 이제 나이가 드셨으니 특히 더 조심하셔야 해서요... 화재 경고음이 울려도 못 듣고 자던 동생마저 최근들어 아버지의 코골이가 더 심해진 것 같다, 공부하다 말고 자다 말고 코골이가 30분씩이나 끊기지 않고 들리면 노이로제에 걸리고 미쳐버릴 것 같다, 코골이 소리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뚫고 들어온다, 라면서 힘들어 하는 바람에 저 혼자 맘 편히 집을 떠날 수도 없게 됐습니다...

 

아버지의 코골이로 신경 쓰이고 염려되는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어떻게 아버지가 검사와 치료를 받으실 수 있게끔 잘 말씀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암만 아버지 건강이 염려된다 말씀 드려도 "나 아직 정정하다", "무시하지 마라", "코 좀 곤다고 환자 취급을 하냐", "그렇게 심하지도 않은데 꼴값 좀 떨지 마라"면서 제 말을 도무지 안 들어주십니다... 어머니는 10여년간의 설득 끝에 설득을 포기하시고 당신이랑 한 집에서 못 살겠다는 말만 반복하시느라 어머니를 통해서 말씀을 드리면 늘 싸움이 나고요... 동생 통해서 말을 전하면 질린다는 듯이 얘기하기 때문에 또 다른 싸움이 납니다 ㅠㅠ

코골이 때문에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서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버지를 설득하려하니 코골이의 ㅋ자만 나와도 아버지는 노발대발 화를 낼 뿐 아니라 욕까지 하시니 어찌해야 하나 난감한 상황입니다.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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