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주의

정적주의

다른 표기 언어 Quietism , 靜寂主義

요약 그리스도교 영성(靈性)에 대한 교리.

대개 영혼의 소극적 상태(정적), 즉 인간의 노력을 억제하여 신의 활동이 온전하게 펼쳐질 수 있는 상태에서 완전함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적주의의 요소는 그리스도교와 비그리스도교 운동을 망라하여 여러 종교 운동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정적주의라는 용어는 보통 미겔 데 몰리노스의 교리를 말한다. 스페인의 사제였던 몰리노스는 17세기 후반에 로마에서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였으나 로마 가톨릭 교회는 그의 가르침을 이단으로 정죄했다.

몰리노스에 따르면, 그리스도교도의 완전에 이르는 방법은 명상이라는 내면적 방법이고, 신의 도움을 받아 모든 사람이 이 명상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이 상태는 수년 혹은 평생 동안 지속될 수 있다.

이 명상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막연한 태도로 신을 숙고하는 것인데 인간의 내적 능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영혼은 '어두운 신앙'의 상태, 즉 모든 명확한 사고와 모든 내적 활동을 배제한 소극적인 정화(淨化)의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행동을 하려고 하는 것은 사람 안에서 모든 것을 행하고자 하시는 하느님께 죄를 범하는 것이다. 활동하지 않는 상태를 통해서 인간의 영혼은 그 근원인 신적 존재로 돌아가며 신적 존재로 변화한다. 유일한 실체인 하느님은 이런 신비적인 죽음을 거친 사람의 영혼 속에 살며 다스린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가 사라졌기 때문에 하느님이 하고자 하는 일만을 원할 수 있다. 그들은 구원이나 완전함, 그밖의 어떤 것에 대해서도 걱정해서는 안 되며, 다만 모든 것을 하느님에게 맡겨야 한다. 일상적인 경건 훈련도 그들에게는 필요하지 않다. 심지어 유혹을 당할 때에도 명상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정적주의 교리에 따르면, 마귀는 명상자의 몸을 다스리는 주인이 될 수 있으며 명상자에게 사악한 행동을 하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명상자가 동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행동은 죄가 아니다. 교황 인노켄티우스 11세는 1687년에 몰리노스의 가르침을 이단으로 정죄했으며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개신교에서는 경건주의와 퀘이커교의 일부 교리가 정적주의와 유사하다. 프랑스에서 정적주의는 좀더 완화된 형태로 나타났다. 프랑스에서는 영향력있는 신비주의자였던 잔 마리 부비에르 드 라 모트 기용이 정적주의를 널리 보급했다.

기용은 캉브레의 대주교였던 프랑수아 드 살리냑 드 라 모트 페늘롱의 지지를 얻었고, 페늘롱은 반정적주의라고 불리기도 하는 순수한 사랑에 대한 교리를 전개했는데, 교황 인노켄티우스 12세는 1699년 이를 이단으로 정죄했으며, 페늘롱과 기용은 모두 이에 복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