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학

인문과학

다른 표기 언어 humanities , 人文科學

요약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거나 인간의 가치와 인간만이 지닌 자기표현 능력을 인식하기 위한 분석적·비판적 연구방법에 관심을 갖는 학문 분야.
liberal arts라고도 함.

미국에서는 많은 대학과 대학교의 행정적 구분단위를 가리키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인문과학이라는 오늘날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의 '파이데이아'(paideia)와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인간성')에서 유래했다. '파이데이아'는 BC 5세기 중엽 소피스트들이 젊은이들을 폴리스(도시국가)의 능동적 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일반 교육과정이고, 후마니타스는 BC 55년 키케로가 '데 오라토레'(De Oratore:웅변학교)에 마련한 웅변가 양성과정이었다.

수사학자인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비롯한 중세 초기 교부들은 파이데이아와 후마니타스를 그리스도교의 기본 교육과정으로 채택했다. 그들은 이것을 '유익한'(bonae) 과목 또는 '교양'(liberales) 과목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수학·언어학·역사·철학·과학 등이 포함되었다. 중세 후기에 후마니타스의 구성과목은 그대로 통용되었지만 후마니타스라는 말 자체는 별로 쓰이지 않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다시 널리 쓰이게 되었고 형태도 약간 바뀌었다.

15세기 이탈리아 인문주의자들은 세속적인 문예 및 학술활동(문법·수사학·시·역사·도덕철학, 고대 그리스어 및 라틴어 연구)을 가리켜 '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studia humanitatis:인간 연구)라는 말을 썼다. 그들은 이 학술활동을 신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인간과 고전에 대한 연구로 생각했다. 18세기에 디드로를 비롯한 프랑스 백과전서파는 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가 오직 고대 그리스어·라틴어와 고전 문헌 연구에만 몰두하는 무미건조한 학문이 되었다고 비난했다.

19세기에 이르러 인문과학은 그 범위가 넓어지자, 신의 영역과 선을 긋기보다는 오히려 발달하고 있는 자연과학의 소재론·방법론과 구분함으로써 정체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자연과학은 인간의 의도나 목적과는 관계없이 세계와 자연현상을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인문과학

개요

오늘날 인문과학 개념은 인간의 자족적 가치체계를 전파하는 데 기초하여 전인 교육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기의 개념과 비슷하다. 그러나 인문과학을 자연과학뿐 아니라 사회과학과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 그리고 인문과학의 주제와 방법론을 강조하는 것이 그렇게 구별하는 데 효과적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점이 초기와는 다르다.

19세기말 독일 철학자 빌헬름 딜타이는 인문과학을 '정신과학' 또는 '인간과학'이라 부르고, 이 학문의 인식영역이 자연과학의 주제를 벗어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20세기초 신칸트주의자 하인리히 리케르트는 인문과학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인문과학의 주제가 아니라 연구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자연과학은 특수한 사실에서 일반적 법칙을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반면, 인문과학은 특수한 사실이 문화나 인간에 대해 갖는 독특한 가치를 연구하는 것이지 일반법칙을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러한 견해들은 오늘날 인문과학의 의미에 관한 4가지 주요이론의 바탕이 되었으며 이 이론들 사이에 벌어진 논쟁의 원인을 제공했다.

일반기예론

로널드 크레인의 주장에 따르면, 인문과학의 방법과 기예는 어떤 주제도 연구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다. 수학·자연과학·사회학·심리학 등은 모두 역사·언어·문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문과학의 일반 기예를 통해 논의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본적 철학 규칙도 갖고 있다.

인문과학의 기예는 관념의 분석, 언어 사용을 비롯한 기호 표현의 분석, 설명과 해석, 역사적 연구 등 4가지이다.

언어기능론

이 이론에 따르면 인문과학은 그 과학이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규정된다. 이 이론을 내세운 윌리엄 T. 존스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언어가 경험적 지식에 바탕을 둔 인식적·지시적 기능을 갖는 데 비해, 인문과학의 언어는 상대적으로 비인식적·표현적 기능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특수능력론

그 이름이 암시하는 것처럼, 언어만이 아니라 정신도 합리적(과학적) 정신과 상상적(인문적) 정신으로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상상적 정신은 사실, 객관적 관찰, 예측 등이 아니라, 삶·운명·자유 등과 탄력 있는 이미지·관념에 관심을 갖는다. 합리적 능력과 상상적 능력은 각기 다른 방법을 사용하며, 이를 바탕으로 양자는 더 세밀한 분야로 나누어진다. 가령 인문과학은 독창적인 생산에 전념하는 예술과 배움·가르침에 몰두하는 교양과목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경험론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일상생활의 논리인 인문과학의 '자연스러운' 논리와 목표지향적이고 고도로 전문적인 자연과학·수학의 논리 사이의 차이점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헨리 B. 비치의 이론에 따르면, 자연스러운 논리의 목표는 "단지 인간과 인간의 본성을 인식하고, 나아가서 우리 인간의 상황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를 훨씬 폭넓게 인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