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종교

이집트 종교

이집트 종교는 동물과 인간의 모습을 한 여러 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신이 많았던 것은 정치적 통일(BC 2925경)을 이룩하기 이전에 나일강 유역에 제사 중심지가 수없이 많이 있었던 사실을 반영한다. 그뒤 중앙집권적 정부가 등장하자 살아 있는 왕에 대한 숭배뿐만 아니라 국가신을 기리는 국가 종교의식이 출현했다. 왕은 신의 아들이자 우주를 지배하는 신왕(神王)인 매의 신 호루스로 묘사되었다. 국가 종교의식의 등장으로 많은 신학적 개념이 발전하면서 이집트인들은 세계에 대한 보다 명료한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아트 개념이었다. 마아트는 신들이 인간에게 준 올바른 세계질서를 의미했다. 이 개념은 진리, 정의, 올바른 사회적 행동을 포함했다. 왕은 마아트의 집행자였으며, 신들을 위해 이집트를 잘 보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신들에게 마아트를 바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이집트인들은 여러 지역의 종교의식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하고 상충되는 특징을 갈등 없이 융화하기 위해 혼합주의적 관념을 발전시켰다.

예를 들어 프타는 멤피스의 우주창조론에서 창조주였고, 아툼은 헬리오폴리스의 우주창조론에 등장하는 창조주이다. 이집트인들은 한 신을 다른 신과 연관시켜 한 신의 특징이 다른 신의 특징이 되었다고 설명함으로써 이러한 상이한 창조론들을 융합했다. 그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지닌 신들을 하나로 묶어 혼합적인 속성을 지닌 신을 만들었다.

태양신 '레'는 보편적 속성 때문에 여러 신들과 관련을 맺었다. 이집트인들은 그들이 신봉하는 신들의 여러 특징이나 권능이 서로 모순된다기보다는 '레' 신의 상이한 측면들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남성 혹은 여성 신들은 반대 성을 가진 신의 특징을 갖게 되었고, 이집트 종교에서 신은 자기창조적이고 자존적(自存的)인 신이 되었다.

이집트인들은 삶이 영원히 계속된다는 믿음을 발전시켰다.

지상의 생활은 인간이 존재하는 하나의 양태에 지나지 않는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우주의 또다른 국면으로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죽은 자들은 살아 있는 자들의 세상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죽음을 위한 준비는 사실상 신들과 함께 사는 새로운 삶을 위한 준비이다. 고왕국에서는 오직 왕만이 그러한 영적인 세계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반 개인들도 종교의식을 통해 왕과 같은 신비한 속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집트인은 시간이 순환한다고 생각했다. 왕이 죽으면, 그는 죽은 자의 왕 오시리스가 되어 지하세계를 다스리고, 그의 아들은 마아트의 집행자인 새 호루스가 된다고 믿었다. 살아 있는 왕이 30년 동안 통치했을 때에는 제의상의 죽음을 거쳐 오시리스가 되어 신비하게 소생되는 일련의 종교의식을 치러야 했다. 이것은 온 땅의 소생을 상징하는 의식으로 연례적인 나일 강의 범람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어느 시대에나 신전은 이집트인들의 예배 중심지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전은 중요한 경제적·정치적 역할을 맡게 되었다. 신왕국 시대 말엽 카르나크에 있는 아몬-레 신전은 이집트에서 정치권력의 핵심이었다.

시기는 다르지만 헬리오폴리스에 있었던 구왕국시대의 레 신전과 제26왕조 시대 사이에 있던 네이트 신전 같은 지역 신전들은 국가적으로 유명한 신전이었다. 왕은 이론상으로는 모든 신들을 섬기는 대사제였지만, 실제로는 사제를 임명하여 일상적인 종교의식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각 신전의 성소에는 지역 신의 형상이 있었다. 이집트인들은 의식을 통해 정결해진 사람들만이 신의 일상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축제 때 성스러운 배에 신을 싣고 일반인들이 볼 수 있게 했다.

개개인은 집에 있는 제단이나 예배소에서 신을 섬길 수 있었다. 대부분의 신전 뒤쪽에는 일반인들이 예배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이집트인들의 신전은 그들이 생각하는 우주를 축소한 모습으로 지어졌다. 대개 성소는 신전의 다른 부분보다 더 높게 지어졌는데, 이것은 그곳에서 우주가 창조되었다는 시원적 언덕을 상징했다.

천장은 별들로 장식되었고, 기둥은 연꽃과 파피루스 식물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이들 역시 창조 때의 시원적 늪을 상징했다. 신전에서 행해지는 의식은 이와 같은 창조 역사를 재연하고 땅의 회복을 도와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집트에서 나온 대부분의 고고학적 증거물은 무덤 유적지에서 출토되었다.

왕조 이전 시대의 작은 구덩이들을 효시로 작은 혈묘에서부터 거대한 기자의 피라미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조로 발전했다. 각 무덤은 영혼의 영원한 안식처였다. 고왕국시대의 무덤들은 대부분 왕의 무덤 근처에 집결되어 있다. 그당시 사람들은 왕과 결합함으로써 저승으로 통하는 안전한 길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었다. 후에 그들은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대개 정성스런 의식과 마술에 의해) 저승에 갈 수 있는 입장권을 얻는다고 믿었다.

왕의 피라미드 본문들에서 나온 관상(棺上) '본문'(Coffin Text)과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에는 죽은 자를 정화하고 악한 피조물들로부터 보호하며, 그가 저승에 가는 데 필요한 암호와 주문을 가르쳐주는 내용으로 된 일련의 주술문이 실려 있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대가 오면서 이집트인들의 세계관에는 비극적인 기조가 스며들었고, 개인의 의식이 더 강조되었다. 이러한 의식이 발전하면서 마술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대단히 많이 발견되었다. 이집트인들은 자신들의 신비한 환경을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신왕국 시대에 들어와 이집트인들은 스카라바이우스 등의 상징들을 신들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거나, 신들과 자신들을 동일시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이집트인들의 종교가 갖는 가장 중요한 점은, 그들이 믿는 여러 신에 대한 신앙이 체계화되지는 못했지만 이집트 문화에서 이질적인 요소들을 통합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