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

의학교육의 역사

의학교육의 기원을 명백히 밝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서양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대 그리스에서 질병에 대해 관찰하고 이성적으로 추론하는 합리적인 탐구방법이 발달하면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중세에는 그리스도교가 서양에서의 의학 연구와 교육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중세 초기에는 수도원부속 진료소와 병원에서의 도제교육이 의학교육의 주종을 이루었다. 9~11세기 사이 남부 이탈리아의 살레르노에 처음으로 의학교가 세워지기까지 오늘날과 비슷한 의학교는 없었다. 이 시기에는 바그다드·카이로·코르도바 등 이슬람 세계에서 의학과 의학교육이 번성했다.

서유럽의 여러 곳에 대학이 세워짐에 따라 의학을 가르치던 선생들은 병원생활에서 대학의 교수와 강사라는 매력 있는 자리로 옮겨갔다. 그결과 의학은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서 질병에 대한 이론을 공부하는 쪽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러나 윌리엄 하비가 혈액순환을 발견함에 따라 신체기능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촉진되었으며 이론과 원리의 전통은 다시 약화되었다.

17~18세기에는 점차적으로 의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임상경험과 시각·청각·촉각 훈련의 가치가 재강조되었으며, 점차 늘어나는 자연과학 지식을 실제 환자 진료에 응용하려는 경향이 생겨났다.

임상경험이 다시 강조됨에 따라 병원은 의학지식이 있는 의료인이 비교적 좋은 시설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효율적인 기관으로 변모했다. 실제로 19세기 중엽이 되어서야 비로소 과학에 기반을 둔 의학교육이 실시되었고, 이러한 형태의 의학교육과정이 서양의 여러 의학교에서 채택되었다. 새로운 방향으로의 의학교육의 개선은 영국의회에서 통과된 1858년 의료법에 의해 더욱 촉진되었다.

그 법에 따라 중앙의학심의회가 세워졌으며, 이 기구는 그때부터 의학교육·의사시험·의사등록에 대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이러한 발전들로부터 의학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대되었다. 미국의 의학교육은 1893년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에 마련된 모델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이 의과대학은 자연과학 분야에서 1년 동안 교육을 받은 학생만 정식입학을 시켰다. 이 학교는 존스홉킨스대학교의 부속기관이었기 때문에 임상연구와 교육도 뛰어났다. 미국 의과대학의 수준은 1910년 카네기 교육진흥재단이 교육학자 A. 플렉스너의 보고서를 출판한 뒤 더욱 개선되었다. 이 보고서는 의학교육을 위해서는 실험실·도서관·강의실 및 대규모 병원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면허 인정의 조건

의과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반드시 의사자격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각 주의 면허위원회가 의사에게 면허를 주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위원회는 그 주의 의사면허를 따려는 지원자들이 치룰 시험을 계획하고 실시한다. 전국의사시험위원회가 거의 모든 주에서 인정하는 수준의 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유럽의 몇몇 국가와 러시아에서는 국립의과대학을 졸업한 자체가 실제로 의사자격을 얻는 과정이 된다. 한국에서는 국가에서 정한 자격시험을 거쳐야 한다.

경제적 측면

의과대학의 수입은 주로 수업료, 정부 교부금이나 예산, 사적 기부금, 교수 활동의 무료 제공이라는 4가지 기본적 재원으로부터 충당된다.

미국에서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데 드는 경비는 1950년대말과 1980년대 중엽 사이에 대략 30배 증가했다. 의학교육에 드는 비용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기초의학 과정을 교육하는 데 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상교육과 관련하여 지출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수업료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는 집안의 자녀들은 의학교육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몇몇 학교에서는 장학금이나 학비 대여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노력하지만, 그러한 지원도 대개 2학년 이후에나 가능한 형편이다.

과학적 측면과 국제적 측면

의학교육은 학생들에게 이미 알려진 지식을 전달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도전하는 자세를 배우게 하는 이중의 과업을 안고 있다.

대학교 내의 다른 기관들과 지리적·행정적 관계가 긴밀한 의과대학은 여러 가지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의학은 생물학과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또한 화학·물리학·수학·심리학 및 현대기술공학·사회과학으로부터 끊임없는 도움을 받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적절한 의학교육제도가 주는 장점과 경제적 효과를 증명해주었으며,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의사협회가 만들어짐에 따라 의학교육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한의학 교육에 대해서는 '한의학' 항목 참조.

현대의 의학교육

개요

플렉스너 보고서가 출간된 이래 현대 의학교육의 가장 뚜렷한 모습은 이론적이며 과학적인 지식과 임상경험을 철저하게 융합하는 것이다.

학부전(예과) 교육과 의과대학 입학

미국과 영국연방에서는 일반적으로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수를 제한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체로 학생수를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은 졸업하는 학생보다 월등히 많다.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서양에서는 학부를 졸업하고 가능하면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할 것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미국 의과대학은 의학과 관련된 분야의 능력을 평가하는 의과대학 입학 자격시험에 합격한 학생만 뽑는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학부전 또는 예과과정에서 요구하는 필수과목은 물리학·화학·생물학 등과 그 실습이다.

한국에서는 예과 2년, 본과 4년을 거쳐 국가자격시험을 치룬 후 수련의(인턴) 과정 1년과 전공의(레지던트) 과정 4년을 밟는다.

학부교육

의과대학 교육과정 역시 나라마다 다르다.

의학교육의 시작은 보통 몸의 구조와 형태를 다루는 해부학·조직학·발생학 등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몸의 기능과 관련된 생리학·생화학·약리학·해부병리학·세균학·면역학·기생충학 등을 배우게 된다. 간단히 말해 병을 일으키는 요인들과 그것들이 조직의 구조와 기능에 야기하는 변화를 공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2년 이상의 임상교육을 받게 된다. 보통 임상교육은 내과와 일반외과부터 시작하여 산부인과·소아과·안과·이비인후과·피부과·정신과 등 주요 임상과목을 공부하게 된다.

학생들은 외래진료실·응급실·방사선과·임상검사실·수술장 등에서도 공부를 한다. 임상과정 동안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을 갖는 분야의 경험을 넓힐 수 있는 선택과정도 갖게 된다. 미국에서는 정규 의과대학 과정을 마치게 되면 의사(M. D.)나 정골사(D. O.) 자격을 얻는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학위를 수여하는데 물론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졸업 후 교육

의과대학을 졸업하여 의사가 되면 보통 대학원 과정이나 경험 많은 임상의사들의 지도를 받으며 병원에서 임상경험을 쌓는 훈련과정을 밟는다.

평생교육

의사들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재연수하는 것을 평생교육이라고 한다.

이 과정은 며칠에서 몇 달에 이르는 다양한 과정과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는데, 그러한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이 관심을 갖는 분야의 새로운 발전을 익히게 된다. 평생교육이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것을 촉진하는 기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의학교육의 질은 전문의료인 집단이 지명한 위원회가 감독하거나 공교육을 담당하는 관서에서 조정하고 있다.

의과대학 교수진

임상교수는 교육·진료·연구의 3가지 역할을 담당한다.

교수로서의 봉급 이외에, 대학병원 환자를 진료하고 그 수익을 배당받음으로써 개인적으로 개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충분한 수입을 보장받는다. 이 제도는 교수가 학생지도·교육·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교과 편성은 대개 과목 당 매주 3시간씩의 강의와 6~9시간씩의 실험실습을 3~6개월 또는 9개월 동안 부과하는 것이다. 현재 임상과목의 교육은 강의시간이 점차 줄고 환자를 직접 대해 임상 경험을 늘려나가는 쪽으로 개편되어 가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