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역사소설

다른 표기 언어 historical novel , 歷史小說

요약 지나간 시대의 시대정신·풍습·사회상황 등을 사실적이고 자세하며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게 전달하려는 소설.

역사소설은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저서 〈나, 클라우디우스 I, Claudius〉(1934)처럼 실제의 역사적 인물들을 다룰 수도 있고, 허구적 인물과 역사적 인물을 혼합해서 다룰 수도 있다.

역사소설은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만 초점을 맞출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프란츠 베르펠의 소설 〈무사 다그의 40일 Forty Days of Musa Dagh〉(1934)은 아르메니아의 한 요새 방어를 극화한 것이다.

보다 많은 경우에 역사소설은 과거의 사회에 대한 폭넓은 전망을 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이런 경우 큰 역사적 사건들은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의 개인적인 삶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나타난다. 최초의 역사소설인 월터 스콧 경의 〈웨이벌리 Waverley〉(1814)가 나온 이후로 이런 종류의 소설은 계속 인기를 유지해왔다.

역사소설은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War and Peace〉(1865~69)처럼 수준높은 예술성을 담고 있는 것도 있지만, 대개는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역사소설의 한 종류는 순전히 현실도피적인 역사적 로맨스인데, 이런 소설은 역사성을 주장하지 않으며 비현실적인 인물과 비현실적인 모험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위해 과거의 배경을 사용할 뿐이다.

전쟁과 평화(Voyna i Mir)
전쟁과 평화(Voyna i Mir)

한국의 역사소설

한국에서 역사소설이 처음 씌어진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오래 전부터 있었던 듯하다. 고전문학 작품 가운데 대표적인 역사소설로는 〈김유신전〉·〈최치원전〉·〈임경업전〉·〈박씨전〉 등의 열전과 실기류 소설 외에도 〈임진록〉·〈병자록〉 등의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을 들 수 있다. 그뒤 개화기에 발표된 신채호의 〈을지문덕〉이나 장지연의 〈애국부인전〉과 같은 위인전이나 역사·전기 문학은 애국계몽운동의 일환으로 창작된 것이며, 내용은 관념적이고 영웅 중심적인 역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군담소설 수준에 머물렀다.

역사소설은 일제강점기에 특히 많이 씌어졌는데 이는 일제의 검열로 인해 억압받는 민족현실을 사실대로 소설화할 수 없게 되자 전문소설가인 이광수·김동인·현진건·박종화 등이 역사소설에 치중한 탓이다.

이광수는 한국 근대문학사상 최초의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는 〈가실〉을 비롯해 〈마의태자〉·〈단종애사〉·〈이차돈의 사〉 등을 발표했으며, 단편작가로 널리 알려진 김동인은 〈젊은 그들〉·〈운현궁의 봄〉·〈대수양〉 등을 발표해 역사소설 분야에 중요한 자리매김을 했다. 한편 현진건은 〈무영탑〉을 발표해 낭만적 역사소설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박종화는 1936년 〈금삼의 피〉를 발표한 뒤로 1970년대까지 역사소설을 꾸준히 써서 한국의 대표적 역사소설가로 위치를 굳혔다. 그런가 하면 홍명희가 쓴 〈임꺽정〉은 미완인데다 정식 문인이 아닌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다가 최근에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일제강점기에 발표된 역사소설 중 가장 규모가 큰 대하 역사소설로 평가받았다. 1960년대 이후에 씌어진 역사소설로는 안수길의 〈북간도〉, 박경리의 〈토지〉, 황석영의 〈장길산〉, 김주영의 〈객주〉,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