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설

신소설

다른 표기 언어 新小說 동의어 개화기소설, 開化期小説

요약 한국에서 20세기초 개화기에 등장했던 과도적 형태의 소설. 고대소설과 다르고 '새로운 소설'이라는 뜻에서 신소설이라 불렀으며,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여 '개화기소설'이라고도 한다.

목차

접기
  1. 특징
  2. 주요작품
  3. 의의

한국에서 신소설이란 용어가 언제 처음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여러 설이 있으나 1907년 출간된 〈혈의 누〉 초간본 표지에 '신소설'이라 씌어진 것을 시초로 본다.

문학사적으로는 이인직의 〈혈의 누〉(1906)를 시작으로 이광수의 〈무정〉이 나온 1917년 이전까지의 작품을 가리킨다.

신소설이 발생한 요인은 개항에 의한 서구의 근대문명 수용으로 말미암은 사회적 변화에 있다.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① 국한문혼용과 한글 전용을 내세운 국어운동 전개와 독서 인구의 확대, ② 상업적 성격을 지닌 출판사의 출현, ③ 민간신문과 직업작가의 등장, ④ 근대문명의 수용, ⑤ 고대소설의 사실주의 요소의 영향, ⑥ 일본·중국 소설의 영향이다.

신소설은 10여 년에 걸쳐 씌어졌으나 중요한 작품은 대부분 1905~10년에 나왔다. 이 시기에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려고 여러 정책을 시도했고, 이에 조선인 사이에 국권회복을 위한 투쟁의지가 드높아 의병운동을 일으키거나 신문화·신교육을 받아들여 근대적 자각을 고취시키는 계몽운동을 벌였다. 신소설은 이러한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아 씌어졌다.

특징

신소설은 고대소설과 달리 작품의 첫머리가 매우 자유롭다. 고대소설의 대부분은 "대명년간에"나 "화설 중고적에" 등으로 시작되는 데 반해 신소설은 정해진 규칙이 없다. 예를 들면 〈혈의 누〉는 "일청전쟁의 총소리는", 〈은세계〉는 "겨울 치워 저녁 기운에"로 시작된다.

이처럼 신소설의 첫머리가 구어체 문장으로 씌어진 것은 한문에 토를 단 듯한 이전의 문장과 확연히 구분되는 파격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신소설에 나오는 문장은 개화기의 새로운 감각이 담겨 있고 사건이나 장면 묘사가 과장되지 않고 사실적이다. 인물도 선악의 대립이 아니라 개성 위주로 설정되고, 이야기가 고대소설은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데 반해 신소설은 현실감을 나타내려고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거나 전후 사건 및 장면이 뒤바뀐다.

말하자면 인물의 행동을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이 아니라 신념이나 특성에 비중을 두고 시간의 순서를 거슬러 올라간다. 이외에도 〈금수회의록〉(1908)·〈자유종〉(1910)과 같은 토론소설, 토막 이야기마다 흥미로운 사건을 제시한 연재소설 형태도 등장했다.

주요작품

개화기에 발생한 신소설의 내용은 봉건제도의 비판, 신문화·신교육 사상, 자유연애 등의 계몽의식을 드러낸 것이 대부분이다. 이를 중요한 작가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인직은 신소설 대표작가로 1906년 〈혈의 누〉를 발표해 신소설 장르를 개척했다. 〈혈의 누〉는 청일전쟁중 부모를 잃은 옥련이 일본인 군의관의 도움으로 유학가는 이야기이며, 봉건제도를 비판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것이 문명개화라고 주장한다. 처첩간의 갈등을 다룬 〈귀의 성〉은 고대 가정소설 유형을 답습하고 있으나 양반계층의 횡포를 잘 드러냈고, 〈은세계〉는 반봉건적인 측면에서 이인직 소설의 정점에 놓인다. 평민층 최병도가 봉건지배층의 수탈에 항거하여 끝내 희생당하지만, 이를 통해 무너질 수밖에 없는 봉건제도의 모순을 드러냈다. 이해조는 이인직과 함께 신소설 2대 작가로 〈빈상설〉(1907)·〈구마검〉(1908)·〈홍도화〉(1908)·〈자유종〉(1910) 등을 발표했다. 〈빈상설〉은 〈귀의 성〉과 마찬가지로 처첩간의 갈등을 다루었고, 〈구마검〉과 〈홍도화〉는 혼인제도 개혁, 미신타파 등의 계몽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어느 부인의 생일 잔치에 모인 부인들이 여권신장과 풍속개량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의 〈자유종〉은 신소설 중 '토론소설'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었다. 이외에 번안이기는 하지만 구연학의 〈설중매〉(1908)는 독립협회를 근거지로 한 개화파의 활동을 그려냈고, 안국선의 〈금수회의록〉(1908)은 우화형식의 토론소설로 봉건관료의 부패와 제국주의의 만행을 폭로했다. 한일합병 이후에 나온 최찬식의 〈추월색〉(1912)·〈안의 성〉(1914), 김교제의 〈현미경〉(1912) 등은 통속적이고 친일적 성격을 보여주어 이전의 신소설이 지닌 이념적 성격은 탈색된다.

의의

신소설은 고대소설에서 근대소설로의 제일보를 내디딘 과도기소설이다. 언문일치의 구어체를 시도하고 소설의 허구성에 관심을 기울인 점, 오락성 이외에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창작된 점,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평등 사상을 내세운 점, 소설의 독자를 규방 아녀자에서 신학문을 배운 지식층으로 끌어올린 점 등은 한국소설사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