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직

이인직

다른 표기 언어 李人稙
요약 테이블
출생 1862. 7. 27, 경기 안성
사망 1916. 11. 1, 서울
국적 한국

요약 신소설 작가, 언론인. 신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하여 〈혈의 누〉와 〈귀의 성〉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호는 국초(菊初).

1900년 대한제국 정부의 관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도쿄[東京] 정치학교 청강생으로 공부하고, 1904년 러일전쟁이 일어나자 일본 육군성 조선어통역관으로 종군했다.

1906년 일진회 기관지인 〈국민신보〉 주필, 〈만세보〉 주필을 지냈고, 이듬해 〈대한신문〉이라는 친일신문을 창간하여 이완용의 비서 역할을 했다. 이후 선릉참봉·중추원부찬의 등을 역임했으며, 연극운동에 관심을 갖고 1908년 원각사를 세워 한국 최초의 신극이라 할 수 있는 〈은세계〉(일명 〈최병도타령〉)를 공연했다.

1910년 이완용의 심복으로서 통감부 외사국장 고마쓰[小松綠]와 비밀리에 만나 한일합병이 체결되는 매개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일합병 이후 배후의 공로자임에도 불구하고 흔한 작위도 받지 못하고 경학원 사성(司成)이라는 말직에 보임되었다. 1916년 신경통으로 조선총독부 의원에서 사망했으며, 장례는 당국에서 보내온 공로금으로 치러졌다.

혈의 누
혈의 누

문학세계

이인직이 쓴 신소설의 대표작으로는 〈혈의 누〉(1906)·〈귀의 성〉(1906~07)·〈치악산〉(상편, 1908)·〈은세계〉(1908) 등이 있다.

〈혈의 누〉는 신소설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나온 최초의 작품이며, 청일전쟁중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혼자 남게 된 여주인공이 일본인 군의관의 도움으로 유학가서 구완서라는 청년을 만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신여성이 된다는 줄거리이다. 조선에 청일전쟁을 불러들인 봉건제도를 비판하고 신교육·신문명을 받아들일 것과 자주독립 및 자유연애사상을 강조한 작품이다.

〈혈의 누〉의 출현은 내용 및 형식 면에 있어 고대소설에서 탈피하여 근대소설에 접근할 수 있는 문학사적인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모란봉〉은 〈혈의 누〉 하편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혈의 누〉가 발표된 지 7년 후에 〈매일신보〉에 연재되다가 미완으로 끝났다. 두 작품은 학자에 따라 독립된 작품으로 보기도 하나 〈혈의 누〉 끝에 하권이 이어질 것을 예고하고 '상편종'이라 쓴 점과 〈매일신보〉에 '혈의 누'라는 제목이 비관적인 것 같아 '모란봉'으로 고쳤음을 밝힌 점으로 미루어 상·하편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런가 하면 1906~07년 〈만세보〉에 연재된 〈귀의 성〉은 〈치악산〉과 함께 신소설 중에서 내용이 가장 방대하다. 무기력한 양반가문의 본처와 평민층의 딸인 첩 사이의 갈등을 매개로 봉건적 가족제도의 불합리성과 몰락하는 양반계급의 무력한 면을 보여준 작품이다. 참신하지는 않으나 신분상승에 대한 갈구, 치밀한 구성, 객관적인 사건 전개 등 근대소설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귀의 성〉과 마찬가지로 상·하편으로 이루어진 〈치악산〉은 상편은 이인직이, 하편은 김교제가 지어 상·하 작가가 다르다.

〈치악산〉은 계모를 둘러싼 고부간의 갈등, 갑오개혁 이후의 신·구 사상의 대립, 미신타파 및 하층계급의 반발 등을 내용으로 한다. 한편 그의 작품 중 주제가 가장 뚜렷하고 신극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은세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패와 학정으로 양민을 수탈하는 양반관료에 대한 평민 최병도의 현실고발과 반항을 보여준 작품이다.

반봉건 의식이 강한 최병도가 봉건 관료에게 수탈당하기를 거부하다 맞아 죽는 전반부와 최병도의 자식인 옥순 남매가 미국에 유학 갔다 귀국하여 반민중적이고 사대주의적 태도를 보여주는 후반부로 나누어져 있다. 〈농부가〉·〈나무꾼 노래〉 등의 민요가 삽입되고,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을 풍자적으로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대표적 신소설 작가이면서 근대적 연극운동에도 적극 참여한 그의 작품들은 강한 반봉건 의식을 주제로 한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김관일·강동지·최병도' 등은 조선 말기에 형성된 평민층의 전형이며, 그들은 개화사상을 깊이 인식하고 봉건관료의 학정에 강하게 저항한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조선 말기의 사회경제적 갈등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반봉건 문명개화 사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이 봉건사회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주역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봉건관료 체제에 대한 맹목적인 부정과 근대문물제도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에서 결국 친일개화론으로 기울어지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태도는 〈혈의 누〉와 〈은세계〉에서는 외세에의 찬양으로, 〈귀의 성〉에서는 양반에 대한 평민들의 허황된 복수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구성과 묘사에 있어서 놀랄 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혈의 누〉에서는 청일전쟁중 한 여인이 가족을 찾아 헤매는 장면을 이전 소설의 순차적·평면적인 서술과는 달리 인과관계에 의한 입체적인 서술방식으로 그려냈다.

언문일치를 되도록 지켰으며 각자의 신분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소설집으로 〈혈의 누〉(1907)·〈귀의 성〉(상권, 1907)·〈은세계〉(상권, 1908)·〈치악산〉(1908)·〈모란봉〉(191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