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 비극

세네카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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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세기에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가 무운시로 쓴 9편의 레제 드라마(공연보다는 읽기 위해 쓴 희곡).

16세기 중엽 이탈리아의 인문주의자들에 의해서 재발견된 뒤, 르네상스 극에 비극을 재등장시킨 전범이 되었다. 당시의 서로 판이하게 다른 두 갈래의 극 전통(프랑스의 신고전주의 비극과 영국의 엘리자베스 시대의 비극)은 모두 세네카에게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세네카의 희곡들은 대개 에우리피데스·아이스킬로스·소포클레스의 극을 고쳐쓴 것이었다. 상류층 모임에서 낭송하기 위해 쓴 것으로 추측되는 이 작품들은 사건을 길게 연설조로 서술한다든지, 도덕적 교훈을 강요한다든지, 과장된 수사법을 쓰는 점에서 원작들과 다르다. 끔찍한 행위를 세세하고 장황하게 설명하는가 하면, 사변적인 긴 독백도 들어 있다. 이 극작품에는 신이 거의 나오지 않지만 유령과 마녀들은 많이 등장한다.

그리스 원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대에는 세네카의 희곡이 수준높은 고전극으로 잘못 이해되기도 했다.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모두 알고 있었던 르네상스 시대의 학자 J. C. 스칼리게르(1484~1558)는 에우리피데스보다 세네카를 더 좋아했다. 17세기 피에르 코르네유와 장 라신의 비극에서 절정에 달했던 프랑스의 신고전주의극 전통은 그 형식과 장엄한 문체를 세네카로부터 이어받았다. 이 신고전주의 작가들은 세네카가 창조한 새로운 극중 인물인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의논상대역(대개는 하인), 행동을 대신하는 대사의 사용, 도덕적으로 사소한 것까지 까다롭게 따지는 태도 등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엘리자베스 시대 극작가들은 그의 형식보다는 피비린내 나는 복수라는 주제에서 영국인의 취향에 적합한 것을 발견했다. 토머스 색빌과 토머스 노턴이 쓴 영국 최초의 비극 〈고버덕 Gorboduc〉(1561)은 세네카를 직접적으로 본떠서 쓴 살육과 복수의 이야기이다. 세네카 비극의 영향은 셰익스피어의 〈햄릿 Hamlet〉에도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복수라는 주제, 많은 인물들이 죽어가는 절정 부분, 유령과 같은 무대장치 등은 모두 세네카에게서 원형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라틴 문학, 프랑스 문학, 엘리자베스 시대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