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

범의

다른 표기 언어 mens rea , 犯意

요약 영미법상 범죄의 의도 또는 악의(惡意)(고의).

일반적으로 형사범죄를 정의할 때는 작위(作爲) 또는 부작위(不作爲)와 그 결과뿐만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행위자의 정신상태도 포함된다.

전세계적으로 모든 형사법체계는 대부분의 범죄에 대해 범죄의도라는 주관적 요소를 요구하는데, 영미법계에서만 이에 대해 범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프랑스나 일본과 같은 나라들은 특정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범죄의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단순히 서술하고 있다.

정신적 요소에 관한 적절한 개념 정의가 중요하다는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형사 법령들은 범의가 있어야 한다면 어떤 종류의 범의가 표출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다.

또한 아주 다양한 의미를 가진 용어가 그 해석 방법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법률협회(American Law Institute)에서 마련한 모범형법전(Model Penal Code)의 시험 초안은 범의라는 용어의 사용을 4가지 경우로 축소시켰다. 첫째, 범죄자가 '고의로'(purposely) 행동한 경우로, 이는 범죄의 결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현실적이고도 의식적으로 형성된 의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인식하고'(knowingly) 행동한 경우로, 그것은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결과에 대한 의식적 인식을 의미한다. 셋째,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recklessly) 행동한 경우로, 그것은 자신의 행위가 불합리하게 위험성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무시 또는 인용(認容)한 심리상태를 말한다.

넷째, '과실로'(negligently) 행동한 경우로 이는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예견할 수 있었을 명백한 위험에 대한 부주의를 의미한다.

현대에는 모든 나라에서 범죄의 의도 혹은 어떠한 정신적 상태도 표시될 필요가 없는 상당수의 형사범죄가 생겨났다. 의제강간(擬制强姦 statutory rape)이나 중혼(重婚 bigamy)과 같은 몇몇 범죄들은 항상 범의가 필요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의제강간에서는 상대방 소녀가 동의능력을 가지는 연령에 미달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강간범의 책임 인정에 필요하지 않으며, 중혼죄는 혼인당사자 쌍방이 자유롭게 결혼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성립될 수 있다.

한편 경제적 혹은 기타 활동들을 규율하는 여러 법령들 역시 범의를 요구하지 않는데, 이러한 범죄들은 보통 공공복리사범(public-welfare offense)이라고 하여 비교적 가벼운 형이 과해진다.

이러한 사건들에서 범죄의도에 대한 증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보통 '편의성'이다. 고의 아니면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대한 증거를 요구한다면, 이런 규제 법률들 중 일부는 매우 비효과적이거나 실효성이 없어진다는 것이 그 주장이다. 담배, 술, 위험한 약물(마약 등), 자동차 교통, 총기류 등을 규제하는 법률들은 그 법을 위반한 자가 법의 무지를 호소할 경우 쓸모없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지금도 피고인이 법률을 준수하지 못한 데에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함으로써 자신의 혐의를 벗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의 지지자들은 그렇게 해도 해당 규제법령의 실효성이 거의 침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밖에도 범의라는 요건을 요하지 않는 경우로 부지(不知 ignorance)와 착오(錯誤 mistake)를 들 수 있다. 통상 법률의 부지는 항변사유가 되지 않는 데 반해 사실에 대한 부지는 항변사유가 될 수 있다.

이 단순한 공식은 형법의 상당부분에서 타당성을 갖지만, 거기에는 중요한 예외들이 있는데 특히 절대책임(무과실책임)을 져야 하는 범죄영역이 그 예외에 속한다. 그러나 그런 사건들에서도 법률의 착오(법률의 일반원칙에 관한 오인 또는 부지)는 점차 항변사유로 받아들여지는 추세이며, 가혹한 형벌을 부과하는 법령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욱 현저하다.

끝으로 모든 형사체계는 명정(酩酊)·미성년·심신장애 등과 같이 책임을 감경시키는 일정한 유형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각 나라마다 미성년자가 자신의 행위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를 규정하고 있다. 명정은 그로 인해 특정한 정신상태가 결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범죄에 대한 항변사유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영미법에서는 명정상태에서 살인한 자가 모살(謀殺 murder)의 구성요건인 '사전악의'(事前惡意 malice aforethought)를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이 인정될 경우, 모살이 아닌 고살(故殺 manslaughter)의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 한정책임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