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

배스(Bath)

영국 잉글랜드 서머싯 주의 행정구이며 도시. 가파른 구릉지대로 둘러싸인 천연분지를 흐르는 에이번 강 유역에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회석으로 건축되었으며, 매우 우아하고 건축학적으로 뛰어난 영국의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16세기 후기 수직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세인트피터앤드세인트폴 대수도원 교회는 그 창문으로 유명하지만, 이곳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가파른 골짜기의 경사면에 들어서 있는 조지 왕조풍의 고전적 건축물들이다. 이곳의 뜨거운 광천(49℃)에 관심을 갖게 된 로마인들은 미네르바 여신을 위해 아쿠아에술리스를 세우게 했다.

색슨인들이 이곳에 대수도원을 세웠으며, 973년 대수도원에서 전(全)잉글랜드의 첫 왕인 에드거가 왕위에 올랐다. 그후 1088년과 1122년 사이에 노르만인들이 교회를 다시 세우면서 웰스에 건설한 주교구를 이곳으로 이전시켰다. 1206년 주교좌가 웰스로 복귀되었고, 웰스의 성당 참사회원과, 주교가 이름뿐인 대수도원장으로 있던 배스의 수도사들 사이에 대립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이 주교구는 아직도 배스웰스라고 불린다.

1189년 칙허장을 받았고 중세에는 서부 잉글랜드 양모무역과 뒤이어 직물무역에 참여했지만, 왕족이 사용하는 온천장은 영세하게 유지되었다. 그러다가 1755년 가까이 있는 멘딥 구릉에서 욕조 안을 납으로 씌운 로마인들의 온천장이 발견되자 광천지로서 새롭게 활기를 되찾았다. 가장 뛰어난 영국 멋쟁이에 속했던 사교계의 명사 리처드 '보'(Beau) 내시가 이곳을 관리했으며, 상류사회의 휴양지로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이 도시가 전성기를 맞으면서 엘리자베스 왕조풍의 도시가 다시 세워졌으며, 건축가인 존 우드 부자(父子)와 그들을 후원한 랠프 앨런에 의해 팔라디오식(式)으로 확장되었다(우드, 우드). 랠프 앨런은 자신의 채석장에서 돌을 공급해주었으며 도시 외곽에 프라이어 파크(1735~43) 대저택을 세웠다.

1769~74년에 로버트 애덤이 펄트니 다리를 세워 이곳과 에이번 강 건너편의 배스윅 신교외지역을 연결했다(로마). 에이번 강에 의해 참호처럼 둘러싸인 지역 안에 있는 대수도원 근처에 광천과 로마인들의 온천장으로 통하는 18세기의 펌프룸(광천수 마시는 곳)이 있다.

이 도시를 아름답게 해주는 140개 정도의 역사적인 테라스 저택과 개인 건축물들 가운데는 1728~35년 존 우드가 지은 퀸 스퀘어, 1754년 우드가 착공하고 그의 아들이 완공한 서커스, 1767~75년의 로열 크레슨트, 1775년의 시청, 1796~97년 존 파머가 세운 랜스다운 크레슨트, 홀번오브멘스트리 미술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는 배스윅의 시드니가든스에 있는 1795년의 건축물 등이 있다.

1942년 공습으로 1771년에 지어진 회의실이 파괴되었고, 도시 전체도 심하게 손상되었지만 이후 물론 폭넓은 수리·재건이 이루어졌다. 1963년에 다시 문을 연 회의실에는 18, 19세기의 복장 수집품이 전시되어 있다. 시에서 외곽으로 3㎞ 떨어진 클레이버턴 장원은 19세기 초의 대저택으로 미국에 관한 자료를 소장한 대규모의 미국 박물관으로 쓰인다.

18세기와 19세기초에 런던을 벗어나 잉글랜드 상류 사회를 이끌던 중심지로서 이 도시는 문학적 자취를 풍부히 지니고 있다. 이 시대 생활이 토비어스 스몰릿의 소설들과 리처드 브린즐리 셰리든의 희곡들에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노생거 대수도원 Northanger Abbey〉·〈설득 Persuasion〉은 1800년 무렵의 이곳 상류사회 생활을 미묘한 풍자와 예리한 직관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둘 다 1817~18년에 씌어졌다.

배스 올리버스(비스켓의 일종으로, 올리버스는 류머티스성 질병치료를 위해 왕실 국립병원을 창설한 탁월한 의사 윌리엄 올리버의 이름에서 유래했음), 배스 소형 롤빵, 배스 벽돌, 장애자들을 위한 배스 의자 등의 이름들은 모두 이 시에서 따왔다.

제조업 중심지는 아니지만 인쇄·제책업, 경공업, 의류업 등이 상당히 발달했다.

로열 크레센트(Royal Cres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