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성

무조성

다른 표기 언어 atonality , 無調性

요약 화성이 작품 안에서 위계구조적 요소로 작용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현상.

무조성적 화성은 조성적 화성처럼 위계구조적 기능을 맡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능화성이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아르놀트 쇤베르크와 그의 악파의 표현주의적 작품들에서 음악 형식의 주된 결정요소로 새롭게 기능화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선율, 리듬적 요소들이 등장했고, 이것은 19세기 후기 낭만주의 음악에 조성의 중심성이 약하게 된 현상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예를 들어 리하르트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Tristan und Isolde〉가 발표될 즈음에는 표현적 반음계화성이 강조된 나머지, 모든 화음이 으뜸음과 기능적으로 연관되지 않고(화성 진행의 결과 화음들이 으뜸화음을 중심으로 위계구조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의미) 화음들의 진행에 의한 순수음향 자체가 흥미거리가 되었다. 결국 기능화성과 밀접히 연관되던 온음계 대신 동일한 크기의 12개의 반음들로 구성된 반음계가 지배적으로 되었고, 그 결과 수세기 동안 서양음악의 구조를 지배했던 화성 종지 및 조바꿈[轉調]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선율, 리듬적 긴장과 그 해결로 대신하게 되었다(→ 12음음악).

무조성은 비교적 짧은 길이의 수사적이고 감정적 강렬함을 표현하는 음악에서는 적합했지만, 대규모 음악의 통일성을 유지하기에는 방법상의 문제가 있었다. 쇤베르크는 좀더 효과적으로 무조성을 이루기 위해 동일한 음정 간격을 갖고 있는 12개 음들을 체계적으로 배열해 무조성을 이루는 방법(음렬음악의 최초 형태인 12음 음렬 기법으로, 1950년 이후에는 음높이뿐 아니라 음길이, 셈여림 관계, 음색 등 다른 매개변수도 다루게 됨)을 고안해냈는데, 이것은 고전주의·낭만주의 시대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으나 조성음악 이전 혹은 초기 조성음악에서 자주 사용된 다성적 짜임새에 기초한 것이었다.

무조성음악 작품 속에도 조성적 중심이 있는 악구가 포함될 수 있으므로, 무조성은 실제 작곡에 있어서는 상대적인 것이다. 한편 전형적인 무조성음악으로는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연가곡 〈달빛 속의 피에로 Pierrot Lunaire〉(1912), 알반 베르크의 오페라 〈보체크 Wozzeck〉(1925) 등을 들 수 있다. → 다조성, 반음계주의, 12음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