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체계

모음체계

다른 표기 언어 母音體系

요약 한 언어의 모음이 서로 고립되어 있지 않고 일정한 방식으로 조직을 이루고 있는 체계.

모음들이 조직되어 있는 모습은 혀의 위치와 입술모양으로써 3가지 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각 모음을 발음할 때 혀는 어느 정도 높은가(혀의 높이), 혀가 앞쪽에 있는가 뒤쪽에 있는가(혀의 앞뒤 위치), 입술이 둥근가 둥글지 않은가(입술 모양) 하는 그것이다.

혀의 높이는 사실상 입을 벌리는 정도와 다르지 않으므로 개구도라고도 한다. 혀의 높이가 가장 높은 모음이 고모음, 그다음이 중모음, 가장 낮은 것이 저모음이다. 이것을 4단계로 나눌 필요가 있을 때는 중모음을 반고음과 반저모음으로 나눈다.

개구도의 관점에서는 고모음을 폐모음, 저모음을 개모음이라 한다. 이때 중모음은 반폐모음이나 반개모음으로 부른다. 우리말의 '이·위·으·우'가 모음이고 '예·욍·어·오'가 반고모음, '예·어'가 반저모음이며 '아'가 저모음이다. 혀의 앞뒤 위치는 모음 발음시 혀의 가장 높은 부분을 기준으로 정한다. 그곳이 입천장의 앞쪽 딱딱한 부분인 경구개이면 전설모음, 입천장의 뒤쪽 물렁물렁한 부분인 연구개이면 후설모음이라 한다.

그 중간쯤의 위치에서 발음되는 것은 중설모음이다. 우리말의 '이·위·에·외·애'가 전설모음이고 '으·어 [ə]·아[a]'가 중설모음, '우·오·어[ʌ]·아[α]가 후설모음이다. 입술 모양이 둥글면 원순모음, 둥글지 않으면 평순모음 또는 비원순모음이라 한다.

우리말의 '위·외·우·오'가 원순모음이고 '이·에·애·으·어·아'가 평순모음이다. 대부분 언어의 기본적인 모음체계는 이와 같은 3가지 방식으로 구성된다. 우리말의 모음체계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이러한 모음체계는 음성학적인 것인 데 반해 음운론적인 모음체계는 이와 조금 다르다.

음운론에서는 서로 구별되어 쓰이지 않는 음성들을 하나의 음소(音素)로 여긴다. '없 : 다'의 '어'[ə]와 '업다'의 '어'[ʌ]는 음가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 다른 소리로 구별되어 쓰이는 것이 아니므로 이 두 음성은 '어'라는 하나의 음소를 형성한다.

'닫'의 '아' [a]와 '각'의 '아'[α]도 마찬가지로 '아'라는 하나의 음소에 속한다.

그래서 우리말의 모음체계는 모음 10개(이·에·애·위·외·으·어·아·우·오)로 이루어진다. 또 음운론에서는 모음체계를 수립할 때 각 모음의 정확한 음가보다 모음들의 대립관계를 중시한다. '이'와 '위'는 혀의 높이도 같고 혀의 앞뒤 위치도 같은데 입술 모양이 다르므로 입술 모양의 면에서 서로 대립한다(즉 구별된다). '우'와 '오'는 혀의 높이에서 서로 대립한다. 그러나 혀의 앞뒤 위치에서 전설모음과 중설모음, 또는 전설모음과 후설모음의 대립은 있어도 중설모음과 후설모음의 대립은 없다.

'으'와 '우', 또는 '어'[ə]와 '오'는 중설모음과 후설모음의 대립이라기보다 평순모음과 원순모음의 대립이다.

즉 음운론적으로는 중설이냐 후설이냐의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전설이냐 비전설이냐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음운론적인 모음체계에서는 '으·어[ə]·아[a]'를 후설모음으로 처리하게 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분석하여 우리말의 음운론적인 모음체계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모음의 음운현상은 대개 모음체계와 연관되어 있다.

여러 방언에서 전설모음 '이' 앞의 '으·어·아·우·오'가 각각 '이·에·애·위·외'로 바뀐 움라우트 현상이 그러한 예이다(드리다→ 디리다, 아기→ 애기, 죽이다→ 쥑이다). 각 후설모음이 입술 모양이나 혀의 높이는 바뀌지 않고 혀의 앞뒤 위치만 바뀌어 전설모음이 된 것이다(평순고모음 : 으→ 이, 평순중모음 : 어→ 에, 평순저모음 : 아→ 애, 원순고모음 : 우→ 위, 원순중모음 : 오→ 외). 이러한 체계적인 변화 때문에 '이'라는 전설모음이 후설모음을 전설모음으로 동화했다고 간단히 말할 수 있다.

중세국어의 모음체계는 다음과 같았던 것으로 보인다.

전설모음은 '이' 하나이고 나머지 여섯이 모두 후설모음으로서 체계가 매우 불안정했기 때문에, 근대국어를 거쳐 현대국어에 이르는 동안 '이미지'가 사라지고 전설모음 '에·애'와 '위·외'가 생겨나는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중세국어의 모음체계를 다음과 같이 보기도 한다.

이 견해를 따르면 위에서 본 모음체계를 거쳐 이러한 모음체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젊은 세대의 말에서는 '위·외'가 각각 이중모음 [wi]·[we]이고 '에·애'가 구별되지 않아 모음체계가 좀더 단순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모음체계가 조금씩 바뀌어가는 과정을 모음추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