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매신저

제임스 1세와 찰스 1, 2세 시대에 활약했으며 희극, 줄거리 구성, 사회적 사실주의, 풍자력이 뛰어난 작가다. 1583년 11월 24일 솔즈베리의 세인트토머스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으며, 1602년에는 옥스퍼드대학교의 세인트앨번홀에 다녔다. 그때부터 1613년까지의 삶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려진 바가 없고, 배우생활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얼마 동안 문하생으로 문학수업을 하면서 극장 매니저 필립 헨슬로를 위해 작품을 썼으며, 1613년경부터는 존 플레처 같은 동료 극작가들과 공동작업을 했다.

1620년경부터 독자적인 작가생활을 시작했고, 1625년에는 플레처(매신저는 플레처의 희곡 몇 편을 개작하기도 했음)의 뒤를 이어 유명한 극단 킹스 멘(King's Men)의 수석 극작가가 되었다. 플레처만큼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죽을 때까지 킹스 멘에 몸담았다. 플레처와 함께 쓴 희곡 가운데 하나는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를 다룬 〈The False One〉(1620경)이다. 다른 작가와 함께 쓴 그밖의 주요희곡으로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가정의 비극을 그린 〈비극적인 지참금 The Fatal Dowry〉(내서니얼 필드와 공저, 1616~19)과 로마 제국의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 밑에서 그리스도교도들이 겪은 박해를 다룬 역사극 〈순결한 순교자 The Virgin Martyr〉(토머스 데커와 공저, 1620[?])가 있다.

필립 매신저(Philip Massinger, 1583–1640). 1750.

혼자 쓴 희곡은 15편이 전해지고 있으나, 씌어진 시기는 대부분 불확실하다. 기교가 돋보이는 2편의 멜로드라마풍(風) 추리물 〈밀라노의 공작 The Duke of Milan〉(1621~22)·〈이상한 전투 The Unnatural Combat〉(1624[?]), 그리스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비극 〈로마의 배우 The Roman Actor〉(1626)·〈마음대로 생각하라 Believe As You List〉(1631) 등은 모두 비극이다. 〈로마의 배우〉는 그의 희곡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그리스의 도시 시라쿠사에서 일어난 노예반란을 다룬 〈노예 The Bondman〉(1623)는 7편의 희비극 가운데 하나이며, 정치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영웅적인 예수회 수사를 주인공으로 한 희비극 〈배교자 The Renegado〉(1624)를 발표해 매신저가 로마 가톨릭교도가 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이는 사실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다른 희비극 〈궁녀 The Maid of Honour〉(1621[?])는 정치적 사실성과 찰스 시대 후기 극의 궁정풍 세련미를 결합시킨 작품이다. 그러나 그의 희곡들에 나타나는 찰스 시대 양식에 따르려는 경향과, 뛰어난 두 희극 〈묵은 빚을 갚는 새로운 방법 A New Way to Pay Old Debts〉·〈도회지 부인 The City Madam〉이 지닌 날카로운 사실주의적·풍자적 힘은 서로 어긋나게 나타난다.

〈묵은 빚을 갚는 새로운 방법〉은 가장 큰 인기와 영향력을 누린 작품으로서, 경제적 억압과 사회적 무질서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도회지 부인〉(1632[?])도 이와 비슷한 악을 다루고 있지만, 자연주의 양식과 상징주의 양식을 기묘하게 결합시킨 좀더 딱딱한 인위적 구성에 머물러 있다. 필립 에드워즈와 콜린 기브슨이 엮은 5권으로 된 표준판 〈희곡과 시 Plays and Poems〉가 1976년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