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퍽

군사령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총리에 오르려던 야망은 이루지 못했다. 헨리 7세의 처남이자 노퍽 공작 2세 토머스 하워드의 아들인 그는 1513년 5월 해군사령장관이 되었으며 그해 9월 9일 노섬벌랜드 브랭스턴 근처 플라든필드에서 스코틀랜드인들이 일으킨 반란을 진압하는 데 공을 세웠다.

1520년 아일랜드 총독이 되었으나 곧 사직하고 프랑스와 맞서 싸울 함대를 지휘했다. 1524년 아버지를 이어 노퍽 공작이 되었으며 헨리 8세 당시의 총리 토머스 울지에 반대하는 파당을 이끌었다. 1529년 울지가 실각하자 노퍽은 왕실회의 의장이 되었으며 1533년에는 조카 앤 불린이 헨리 8세의 새 왕비가 되도록 힘썼다. 그러나 1536년 앤이 몰락할 즈음 노퍽과 헨리 8세의 관계는 토머스 크롬웰의 등장으로 이미 벌어져 있었다. 노퍽은 대시종장의 자격으로 앤의 재판과 처형을 주재하는 일을 맡았다.

그러나 '은총의 순례단'(Pilgrimage of Grace：1536)으로 알려진, 잉글랜드 북부에서 일어난 로마 가톨릭 신자들의 반란을 노련한 솜씨로 진압하여 일시적으로나마 왕의 신임을 다시 얻었다. 종교문제에 있어서 보수적이었던 그는 영향력있는 교회개혁가인 왕실 고문 토머스 크롬웰과 캔터베리 대주교 토머스 크랜머의 주요 정적이었다. 1540년 크롬웰이 처형되고 나서 그는 영국의 제2인자로 떠올랐으나 1542년 조카인 헨리 8세의 5번째 왕비 캐서린 하워드가 처형됨에 따라 그의 세력은 다시 약화되었다.

1546년 12월 노퍽은 아들인 서리 백작 헨리 하워드의 반역행위에 공모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으로 서리 백작은 처형되었으며 노퍽도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형이 집행되기 전인 1547년 1월 헨리 8세가 죽자 노퍽은 프로테스탄트인 에드워드 6세(1547~53 재위)가 통치할 동안 감옥에 보내졌으며, 로마 가톨릭교도인 메리 여왕(1553~58 재위)이 즉위한 뒤 1553년 8월 풀려나 공작신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메리 1세와 스페인의 펠리페가 결혼하는 것에 항의하여 일어난, 토머스 와이엇 경이 이끈 봉기를 진압하지 못하고 그뒤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