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캐서린(Catherine of Aragon)

교황 클레멘스 7세가 헨리 8세와 캐서린의 결혼무효를 승인하지 않음에 따라 헨리 8세와 교황청의 관계가 단절되고 잉글랜드에서의 종교개혁이 시작되었다. 스페인의 공동통치자인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와 카스티야의 이사벨 1세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1501년 잉글랜드 왕 헨리 7세의 첫째 아들인 아서 공과 결혼했다.

이듬해 아서 공이 사망하자 곧 헨리 7세의 둘째 아들 헨리 공과 약혼했다. 한편 곧이어 잉글랜드와 스페인이 서로 대립하면서 페르난도 2세가 결혼지참금의 완전한 지불을 거절함에 따라 헨리 공과 캐서린의 결혼이 성사되지 못했으며 1509년 헨리 공이 헨리 8세로 왕위에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두 사람의 결혼이 성립했다. 몇 해 동안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행복했다. 캐서린은 헨리 8세의 폭넓은 지적 관심에 잘 호응했으며 헨리 8세가 프랑스 원정에 나섰을 때(1512~14) 섭정을 훌륭히 수행했다.

1510~18년 그녀는 아들 2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그 가운데 메리(나중에 잉글랜드 여왕으로 즉위, 1553~58 재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산이거나 어린나이에 죽었다. 적출의 남자 왕위계승자를 얻고자 열망하던 헨리 8세는 캐서린과의 결혼이 형의 미망인과 결합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 성서의 내용에 위배된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1527년 교황청에 결혼무효를 승인해주도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캐서린은 앞서 아서 공과의 결혼생활에서 한 번도 신방에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헨리 8세와의 결혼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청원을 제출했다.

교황은 캐서린의 조카인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카를 5세를 따돌릴 수 없었기 때문에 7년 동안 헨리 8세의 혼인무효 선포를 기피했다. 헨리 8세는 결국 1531년 7월 캐서린과 이혼했다. 그리고 앤 불린과 결혼한 지 5개월 후인 1533년 5월 23일 토마스 크랜머 캔터베리 대주교로 하여금 자신과 캐서린의 결혼을 무효로 선언하게 했다. 의회는 수장령을 통과시켜 잉글랜드 내에서 교황의 모든 관할권을 말소시켰으며 잉글랜드 왕을 잉글랜드 교회의 수장으로 삼았다. 캐서린은 언제나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나 헨리 8세의 강압에 의해 모든 공적 생활로부터 고립된 채 말년을 보내야 했다. 개럿 매팅리의 〈아라곤의 캐서린 Catherine of Aragon〉(1942)은 그녀의 전기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