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원론

기일원론

다른 표기 언어 氣一元論 동의어 유기론, 唯氣論

요약 우주만물이 존재할 수 있는 근원적 실체를 기(氣) 하나로 보는 학설.

이는 이일원론(理一元論)·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과 구별된다.

기일원론은 유기론(唯氣論)이라고도 하는데, 인간·자연·사물 등 모든 존재는 로 되어 있다고 본다. 기의 명칭은 태허(太虛)·태화(太和)·일기(一氣)·원기(元氣)·신기(神氣)·담일청허지기(湛一淸虛之氣)·지기(至氣) 등 학자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는데, 이기이원론에서 말하는 이개념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중국에서는 장재(張載)의 태허설(太虛說)에서 비롯되어 왕부지(王夫之)·대진(戴震) 등으로 이어지지만, 만물이 기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자연철학은 전국시대(戰國時代)부터 있어왔다.

우리나라에서 기일원론 철학의 본격적인 전개는 서경덕(徐敬德)부터이다. 이후 임성주(任聖周)·최한기(崔漢綺)·최제우(崔濟愚)에게로 이어져 내려왔다.

서경덕은 우주만물의 궁극적 근원을 기로 보아 기일원론의 철학을 열었다.

그는 천지만물이 아직 생성 변화되기 이전의 우주 원형을 태허(太虛)라 하고, 그것은 담연무형(淡然無形)하기 때문에 그 큼이 밖이 없으며 그 먼저됨이 시작이 없다 하였다. 태허는 만유(萬有)의 궁극적 실체인 기의 원형으로서 빈 것이지만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전 우주공간을 빈틈없이 꽉 채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태허는 허(虛)이면서도 허가 아니며,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으므로 없는 것 같지만 실은 실재하는 것으로 '허즉기'(虛卽氣)라 하였다.

그러므로 노자(老子)가 유(有)를 무(無)에서 생긴 것이라고 한 것은 허가 곧 기임을 몰랐기 때문이며, 허가 기를 낳을 수 있다 하였는데 이 또한 잘못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러면 이 태허로부터 천지만물은 어떻게 생성되는가?

그에 의하면 이 본체의 기인 태허로부터 음양(陰陽)·동정(動靜)·취산(聚散)에 따라 천지·일월성신과 삼라만상이 생성 전개된다. 여기에서 만물이 화생(化生)되기 이전의 본체세계를 선천(先天)이라 하고, 만물이 화생되어진 이후의 현상세계를 후천(後天)이라 하였다.

그리고 기야말로 취산은 있어도 유무(有無)는 없다며 기불멸론을 주장하였다. 즉 이 세계는 담일무형(湛一無形)의 기가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비록 한 조각 촛불의 기가 눈앞에서 꺼지는 것을 본다 해도 그 남은 기는 끝끝내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기가 모이면 그것이 태어남이요 기가 흩어지면 그것이 곧 죽음이라 하여, 기의 작용은 천차만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그 기는 영원히 불멸한다 하여 기의 항존성(恒存性)을 주장하였다.

임성주는 장재의 태허설, 정(程)·주(朱)의 이일분수설(理一分殊說), 나흠순(羅欽順)의 기론(氣論), 정호(程顥)의 성론(性論)을 바탕으로 기일원론의 철학을 깊이있게 열었다.

그는 장재·서경덕·노자(老子)·맹자(孟子), 〈주역〉 등의 기론을 종합하여 다양한 설명을 하였다. 임성주의 기는 체(體)로서는 천(天)·천기(天氣)·호연지기(浩然之氣)·태허(太虛)라 부르고, 그 유행함을 도(道)·건(乾)이라 불렀다. 일기(一氣)는 우주 사이에 상하·내외가 없고 시작과 끝이 없이 가득 차서 많은 조화를 일으키며 인간과 많은 사물을 낳게 한다.

기의 근본은 하나일 따름인데 그것이 오르내리고 날리고 뭉쳐 혹은 크게, 혹은 작게, 혹은 바르게, 혹은 기울어지게, 혹은 맑게, 혹은 흐리게 되어 스스로 각기 하나의 다른 기가 된다.

반면 이(理)는 기(氣)의 자연(自然), 당연(當然)의 '연'(然)자의 뜻으로 기의 속성 내지 법칙으로 격하된다. 천지 만물은 모두 기화(氣化)의 소산인데, 그 본체인 원기(元氣)는 곧 '기지일'(氣之一)이다. 이것이 바로 장재의 태허요 맹자의 호연지기라 한다.

그리고 이 일기 내지 원기의 일동일정(一動一靜)에 따라 일음일양(一陰一陽), 춘하추동 사시, 오행(五行)의 변화가 있게 된다. 그는 이기묘합의 관계 속에서 이일분수의 의착처(依着處)로서 기일분수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그의 기일원론 철학을 체계화하였다.

또한 최한기는 신기(神氣)라는 실체개념을 독자적으로 설정하여 기일원론의 철학을 전개하였다.

그는 우주 삼라만상에 근원적으로 존재하는 보편자를 신기라 하고, 이것은 고정체가 아닌 활동변화하는 것이라 하였다. 기는 한 덩어리의 활물(活物)이므로 본래부터 순수하고 담박하고 맑은 것이다.

그는 모든 현상적인 만물은 기(氣)와 질(質)이 서로 합하여 이루어진다 하고, 기는 하나이지만 사람에게 주어지면 사람의 신기가 되고, 물건에 주어지면 물건의 신기가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사람과 물건의 신기가 같지 않은 까닭은 질에 있다. 반면 이는 실체개념이 아니라 기의 조리(條理) 내지 내재적 속성으로 파악하였다.→ 기일분수, 기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