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세공품

금속세공품

다른 표기 언어 metalwork , 金屬細工品

요약 구리·철·은·청동·납·금·황동 등의 금속으로 만든 장식물.

최초의 수공예품은 지구상에서 천연적으로 발견되는 돌·나무·뼈 등으로 만들었다.

흙에서 금속을 분리해내서 이 금속을 망치로 두들겨 가정용품, 귀금속, 무기 그리고 의식(儀式)에 쓰이는 물건을 만드는 기술을 익힌 것은 인류가 상당히 진화된 뒤이다.

금속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공한다. 어떤 금속은 물건을 만드는 데 쓰이고, 어떤 금속은 장식용으로만 쓰인다. 금속을 성형하는 데 주로 쓰는 기술은 단조와 주조이며, 그중 단조가 가장 오래된 방법이다. 땜질이나 용접술이 발명되기 전에는 금속판을 두들겨 모양을 만들고, 각각을 만들고자 하는 물건의 중심부에 리벳이나 핀으로 고정시켰다.

BC 2500년경 이후부터 단조와 함께 주조가 사용되었다. 어떤 물건을 주조하려면 금속을 녹여 주조틀에 붓고 이를 식혀서 만드는데, 사용하는 주형에 따라 다양한 주조방법이 있다.

납형법(cire perdue)이라고도 하는 로스트왁스 법(lost-wax process)은 밀랍으로 형을 떠서 내열성 주형에 넣고, 여기에 뜨거운 금속을 부어넣어 밀랍을 녹이는 것이다. 금속이 식어서 단단해지면 주형을 깨고 성형된 물건을 꺼낸다.

따라서 이 방법은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나무나 석회로 만든 주형을 사용하는 방법을 쓰면 여러 번 주조를 할 수 있다. 장식기술에는 단조, 금속의 안쪽을 두들겨 바깥 장식면을 두드러지게 하는 돋을새김, 홈파기, 조각, 박아넣기 장식(상감), 법랑 장식, 금도금 등이 있다. 흑금 상감법은 미리 장식할 모양을 새겨넣은 단단한 금속의 표면에 녹인 황화은을 박아넣는 방법이다.

은 고대로부터 세공에 사용되어왔고, 특히 보석을 박은 장신구와 같은 개인용 장식에 많이 쓰였다.

또 은으로 만든 실용품들은 고대에도 널리 쓰였지만 지금도 중요시된다. 금은 세공의 중심지는 그리스·페르시아·로마였다. 비잔틴 시대부터는 교회에서 사용될 값비싼 금은 세공품들을 만들었는데, 대부분 보석을 박아 넣거나, 금도금하거나, 법랑으로 사치스럽게 장식했다. 12세기 무렵 금은 세공인들은 왕족, 귀족, 부유한 상인계급의 후원을 받아 길드를 조직했다.

중세말 영국에서는 은제품에 대한 순도(純度)를 통제하기 위해 순도검증각인제(금이나 은의 품질보증)를 실시했다.

16세기 플랑드르와 독일에서는 정밀한 금세공 작업이 이루어졌다. 17세기부터 영국에서 만들어진 많은 은식기들은 지금도 남아 있으며 그 모양이 단순하고 우아하여 높이 평가되고 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전부터 아메리카 대륙의 금은 세공술은 질적으로 매우 우수했다.

지금의 콜롬비아·중앙아메리카·멕시코 지역에서는 로스트왁스 법으로 속을 깊게 판 용기들을 만들었으며, 금박(金箔)과 은박(銀箔)을 단조하고 장식하여 섬세한 의식(儀式) 용품을 만들었다. 미국 남서부 아메리칸 인디언들, 특히 주니족과 나바호족의 은 세공술은 매우 독특하여 멕시코 기술자들이 다른 지역에 소개 했다.

구리는 인간이 가공한 첫번째의 비귀금속이었다.

곧이어 주석이나 아연을 섞어 마모에 강하고 다루기 쉬운 여러 가지 합금을 개발했다. 구리는 비교적 연하기 때문에 금이나 은을 다루는 방법과 비슷한 방법으로 세공했고, 주로 법랑으로 장식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거울이나 항아리 같은 구리제품을 많이 만들었다. 17, 18세기 유럽에서는 가정용품을 만드는 데 널리 사용했고, 18세기 중엽부터는 경질(硬質)의 은을 입힌 동판인 셰필드 판의 원료로 사용했다.

구리와 주석의 합금을 청동이라 하고, 아연을 섞은 합금을 황동이라 한다.

이 두 가지 합금은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드는 데 널리 쓰이는데, 특히 청동은 주조를 통해서만 성형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청동으로 훌륭한 항아리나 동상을 만들었으며, 규모가 큰 조각품을 만드는 데는 청동이 가장 중요한 재료로 쓰였다. 갑옷·꽃병 같은 작은 물건은 단조기법으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종·촛대·샹들리에 같은 중요한 청동 세공품은 교회에서 쓰기 위해 중세부터 주조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유명한 청동작품은 15세기에 로렌초 기베르티가 만든 피렌체 성당의 세례당(洗禮堂) 문이다.

영국에서는 13∼16세기에 걸쳐 무덤을 표시하는 황동 묘비판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교회와 성당에 남아 있다. 17, 18세기 프랑스 가구 제작자들은 청동을 도금하여 장식용으로 썼다. 중국에서는 3,700년 동안 대부분의 제례용 그릇을 만드는 데 청동을 썼고, 이들 가운데는 조각작품으로 여길 만큼 대단히 고급스러운 것들이 있다.

백랍(白鑞)은 주석과 구리·납이 섞인 합금으로, 순수한 상태로는 지나치게 깨지기 쉽고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주조하기 어렵다.

백랍 제품은 주형을 써서 만들며, 이 합금이 압형(押型)이나 조금(彫金)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형태나 장식이 간단하고 실용적이다. 1500년경 슐레지엔 지방에서는 백랍 제품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고 손꼽히는 목이 가늘고 뚜껑이 달린 병을 만들었다. 17, 18세기경에는 접시, 손잡이와 뚜껑이 달린 큰 컵을 만드는 데 백랍이 널리 쓰였다. 그러나 18세기 중엽부터는 값싼 도기와 자기가 점차 백랍을 대신했다.

연철이나 주철 같은 은 오랫동안 장식용 건축자재로 쓰였다.

16세기부터는 특히 연철을 구부리거나 망치질하여 대문과 난간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영국에서는 중세와 튜더 시대에 장식용 철세공품인 경첩을 교회 문에 많이 달았고 연철봉 빗장을 써서 창문을 보호했다. 은 내수성이 강하여 예로부터 지붕을 덮는 데 쓰였다. 또한 고대로부터 청동이나 금속 조각용의 귀금속 대신 쓰였다. 17세기말에는 비바람에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은빛을 띠는 납으로 만든 정원용 조상(彫像)이 유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