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발생

계통발생

다른 표기 언어 phylogeny , 系統發生

요약 종 또는 다른 분류군의 계통과 유연관계에 관한 발생 역사.

동식물을 막론하고 어떤 한 종이 한 조상에서 나왔다는 이론이 과학계에서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계통발생의 기초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유연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언제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생물의 다양화는 30억 년 이상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것이며, 전에 살았던 아주 많은 종들이 이미 멸종되었기 때문이다. 또 그들의 잔해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대개 간접적인 증거와 신중한 고찰을 토대로 계통발생을 판단하게 된다. 생물학자들은 생명체가 초기 조상으로부터 기원된 유기체며,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진정한 계통발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똑같은 증거를 가지고도 계통을 달리 세우는 경우가 흔히 있다(→ 식물, 동물).

생물들을 분류하는 학문인 분류학은 계통발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초기의 분류체계는 이론적 근거 없이 외형적인 유사성에 따라 생물들을 나눴다. 그러나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된 이후부터 분류학은 진화적 혈통과 유연관계라는 명제에 기초를 두게 되었다. 계통발생을 주장하는 생물학자들은 가장 중요한 증거들을 고생물학(화석학)·비교해부학·비교발생학·생화학 등의 분야에서 얻는다. 세포의 미세구조나 동식물상의 지리적인 분포에 대한 연구도 도움을 준다.

화석 기록은 몸에 딱딱한 부분이 있는 무리의 계통발생을 결정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부드러운 부분은 보통 화석으로 보존되지 않기 때문이다.

계통발생을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자료의 대부분은 비교해부학과 발생학으로부터 얻는다. 여러 종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비교함에 있어 해부학자들은 공동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사성 즉 상동(相同)과, 비슷한 습관과 생활환경에 따른 유사성 즉 상사(相似)를 구분하려고 한다.

발생학자들은 배(胚) 발생의 유사성을 추적하여 종 사이의 유연관계를 측정한다. 20세기 후반부에 이룩된 생화학의 발달로 계통발생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학자들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과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함으로써, 공동조상으로부터 진화하여 다른 종으로 분화된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최초의 생물은 오랜 화학적 진화의 결과라고 추정되는데, 원시 바다와 대기에서 무작위적 반응이 일어나 아미노산이 생성되고 그 다음에 단백질이 만들어지게 되었으며 단백질이 들어 있는 방울 표면에 분자들이 붙어 막을 형성하고, 이 막에 둘러싸인 단백질 덩이에 생식능력이 생겨 생물체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기와 동일한 것을 재생하던 초기의 생물체들이 단백질이었는지 핵산과 단백질의 복합체였는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살 수 있는 바이러스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종속영양생물, 즉 영양물질을 원시 해양으로부터 유기물의 형태로 흡수했을 것이라는 데는 일반적으로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그뒤 무기물질로부터 양분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닌 독립영양생물이 나타났다. 이 생물들이 최초의 세균인데, 음식물의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었다.

남조류(藍藻類)는 진화의 다음 단계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은 세포질이 세균보다 컸으며, 큰 군체를 이루었다. 이들 단세포생물들은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엽록소에 의해 착색되어 있었다.

남조류 이후에 여러 조류(藻類)들과 곰팡이, 원생동물, 고등 동식물이 나타났다. 규조류가 주종을 이루는 황갈조식물(주로 규조류)과 암색편모충류·쌍편모충류가 포함되는 황적조식물, 홍조류는 빠뜨리기가 쉬운데, 그것은 이들의 조상이 불확실하고 더이상 다른 무리로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녹조류·유글레나류·갈조류는 계통발생에 있어 보다 큰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녹조류는 육상식물, 즉 선태류(이끼류와 태류)와 관다발식물(모든 고등식물 포함)의 조상이었던 것이 거의 확실하고 유글레나류(단세포이고 편모가 있는 생물)는 이 원시적인 단계에서 동물과 식물 간의 연결점이 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몇몇 생물학자들은 갈조류가 동물계의 근원이 된다고 여겨왔다.

끝으로 원생동물(단세포 또는 무세포성 동물)은 알려지지 않은 보다 원시적인 조상으로부터 비롯되었고,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원생동물 무리가 다세포 고등동물인 후생동물로 진화했다(→ 원생동물).

육상식물에는 선태류와 관다발식물이 있는데 이들은 여러 가지가 다르지만 건조한 땅에 적응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모조직(母組織) 안에 씨를 저장하는 것이 그러한 특징에 속한다. 선태류는 녹조류로부터 나왔고 이끼류·태류·뿔이끼류 등이 이에 속한다. 생식할 때는 정자가 난자로 이동할 수 있도록 아주 적은 양이지만 물이 필요하다. 수정란은 모조직 안에서 성숙한다. 이 식물은 납질의 큐티클층이 있어 마르지 않는다. 선태류는 녹조류보다 훨씬 더 진화하지도, 다른 종류로 진화해간 것 같지도 않다. 지구상에 번성하고 있는 거의 모든 식물들은 관다발식물에 속한다.

관다발식물은 물과 양분을 운반하는 관이 있고 아주 작은 배우체에 비해 포자체가 우세하여 크게 자랄 수 있었으며 조직이 잎·줄기·뿌리로 분화했다. 가장 고등한 식물의 경우는 씨와 꽃이 특징이다.

녹조류의 어떤 돌연변이형에 물과 광물질을 공급해 주는 원시적인 뿌리기능이 생겨 녹조류가 관다발식물로 진화해 갔을 것으로 보이며 이 생물의 자손에게는 마침내 관다발, 줄기, 잎, 보호조직인 큐티클층 등이 생겨나게 되었을 것이다. 초기의 관다발식물은 솔잎란류라고 부른다.

모조직 내에 배가 보존됨으로 해서 씨가 발달하게 되었다. 초기의 종자고사리류는 소나무·가문비나무·전나무 등 겉씨식물로 발달해 갔다. 꽃피는식물, 즉 속씨식물은 겉씨식물 단계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꽃피는식물 대부분을 포함하는 쌍떡잎식물과 포아풀류·야자나무·백합류·난초류를 포함하는 외떡잎식물로 나눈다.

다세포동물(후생동물)의 기원에 대해서는 독일의 발생학자인 에른스트 헤켈의 이론이 오랫동안 우세했다.

그의 학설에 따르면 후생동물의 조상은 구조가 자포동물(해파리·산호)과 비슷한 구형 원생동물이었다.

오늘날에는 2가지의 대립된 해석이 있다. 그 하나는 첫 후생동물은 편모충류로, 납작하고 섬모가 난 플라눌라의 조상같은 것이었으며 그것이 뒤에 자포동물과 편형동물로 발달했다는 것이다. 다른 이론은 아세포(亞細胞)로 나누어지는 다핵 원생동물이 첫 후생동물이고 거기서 단순한 편형동물로 발달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두 주장을 뒷받침해 줄 만한 결정적인 자료는 없다. 하등 후생동물은 주축(主軸)을 중심으로 몸이 대칭적으로 발달하여 많은 동물의 특징이 되는 좌·우대칭구조를 이루게 되었다(하지만 예외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불가사리나 해삼 따위의 극피동물이다). 조직이 몸을 보호하며, 감각기관이 들어 있는 외배엽과 소화와 생식을 맡는 내배엽으로 발달해간 것 또한 중요한 단계였다. 몸의 맨 앞부분에는 일반적으로 중추신경계·감각기관·입 등이 있다.

더 고등한 후생동물의 계통에 대해서는 크게 2가지 이론이 있다.

단일계통론은 4무리가 1가지 계통을 통해 하등한 형태에서 고등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본다. 4무리란 편형동물·자포동물·연체동물 등을 포함하는 무체절동물(無體節動物), 환형동물과 절지동물을 포함하는 체절동물, 곤충과 극피동물을 포함하는 빈체절동물(貧體節動物), 척색동물 등이다. 또 하나는 여러 동물학자들이 제안한 이중계통론으로서 그 이론에 따르면 고등동물은 2가지 계통으로 진화했다.

그중 하나는 환형동물·절지동물·연체동물로 이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극피동물과 척색동물로 이어진다. 두 무리 모두 원시 편형동물로부터 나왔다.

사람은 척색동물에 포함되며, 기본구조면에서 다른 척색동물과 3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첫째, 척추동물의 뇌와 척수가 되는 배신경관(背神經管), 둘째, 신경관 아래쪽에 있는 막대 모양의 지지기관인 척색, 셋째, 적어도 배시기에는 갖고 있는 아가미틈에 의해 구멍이 난 인두(咽頭)이다.

진화의 역사를 보면 원시생물로부터 고등생물로 진화해 온 예가 많은데, 새로운 생물집단은 보다 원시적이고 덜 발달한 종으로부터 생성되는 경향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조류와 포유류는 파충류 가운데 진화가 더 많이 된 것에서 나오지 않고 원시적이고 특수화되지 않은 파충류에서 나왔다. 계통발생에 관한 자료와 결론을 보면 생명체의 세계는 모두 실제로 있었던 진화과정의 산물이며, 무리 또는 무리 사이의 유사 정도는 공동 조상으로부터 나온 후손들의 유연관계 정도와 일치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생물간의 유연관계를 실제로 반영하는 분류학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계통발생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