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절

중원절

다른 표기 언어 Ghost Festival , 中元節
요약 테이블
위치 중국 문화권
행사시기 음력 7월 15일 전후
장소 중국, 말레이시아, 타이완, 싱가포르 등
발생시기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요약 중국 문화권에서 음력 7월 15일 전후로 열리는 명절

목차

접기
  1. 개요
  2. 유래와 역사
  3. 주요 행사
    1. 경극
    2. 푸두
  4. 지역별
    1. 홍콩
    2. 타이완
    3.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개요

중원절
중원절

중원절(中元節)은 중국의 전통 명절이다. 도교와 불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위진남북조시대에 형성돼 중국 문화권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타이완이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중원절이라 부르며 한국은 백중(百中), 일본은 오봉(お盆)이라 부른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음력 7월을 ‘귀신의 달(鬼月)’ 혹은 ‘귀신의 계절(鬼節)’ 이라 부른다. 음력 7월 보름이면 저승의 문이 열려 혼령들이 이승을 떠돌아다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은 중원절 기간 동안 조상에게 음식을 공양하고 제사를 지낸다. 거리에서는 종이로 만든 가짜 돈을 태우거나, 배고픈 영혼을 위해 음식을 놓아두기도 한다. 돈이나 공양물을 태우는 것은 조상이나 영혼들이 내세에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중원절은 혼령이 직접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오는 시기로, 이 무렵에는 이사나 새로운 일 등을 진행하지 않는다.

유래와 역사

중원절은 도교와 불교, 민간신앙이 혼합된 전통이다. 중원절(中元节)이란 이름은 도교에서 유래했다. 중원(中元)은 상원(上元), 하원(下元)과 함께 도교의 삼원(三元) 중 하나다. 상원은 1월 15일로 천관(天官)이 복을 내리는 시기를 말한다. 중원은 7월 15일로 지관(地官)이 죄를 구해 주는 날이다. 중원을 관장하는 지관은 삼관 중 제2위의 신으로 사람들의 행위를 감독한다. 죄를 따지고 지옥을 다스리므로 지관의 생일인 7월 15일에는 죽은 영혼들의 죄를 사해달라는 의미로 공양을 드린다. 하원은 수관(水官)이 액운을 막아 주는 날을 말한다. 수관의 생일인 10월 15일에 제사를 올리며 각종 재액을 씻어달라 간청한다. 이렇듯 도교 전통에서는 삼원이 되면 각각의 선관(仙官)들에게 음식을 공양하며 제를 올렸다.

도교의 중원 개념은 인도에서 전해진 불교의 우란분회(盂蘭盆會)와 융합했다. 우란분회란 음식을 공양해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불교의 의식이다. ‘우란분(盂蘭盆)’ 혹은 ‘우란분재(盂蘭盆齋)’라고도 한다. 우란분은 산스크리트 어의 ‘울람바나(Ullambana)’를 한자로 음역(音譯)각주1) 한 것이다. 울람바나는 ‘거꾸로 매달림’ 혹은’ 거꾸로 매달린 고통’이란 뜻이다. 이는 우란분회가 유래한 <우란분경(盂蘭盆經)>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목련존자
목련존자

<우란분경>의 주인공은 석가모니의 제자인 목련존자(目連尊者)각주2) 다. 목련은 인도 브라만(Brahman) 계급 출신의 젊은이로 출가 후 수행을 통해 육신통(六神通)각주3) 을 얻었다. 그는 어느 날 신통력으로 죽은 어머니를 찾아보았다. 그의 어머니는 죄로 인해 아귀 지옥(餓鬼道)에서 거꾸로 매달려 굶주림과 갈증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목련은 탄식하며 어머니에게 줄 음식을 가지고 지옥으로 갔다. 목련은 어머니에게 음식을 주려 했으나, 매번 어머니 입 앞에서 음식이 불타 사라졌다.

결국, 그는 슬피 울며 석가모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석가모니는 어머니의 죄가 커 목련 혼자서는 구제할 수 없다며 음력 7월 15일 승려들에게 음식과 과일 등을 공양하라고 알려주었다. 음력 7월 15일은 승려들의 하안거각주4) (夏安居)가 끝나는 날이자 자자(自恣)가 열리는 날이다. 자자는 승려들이 모두 모여 스스로 잘못을 돌아보는 참회 의식이다. 석가모니는 이날 승려들에게 백미오과(百味五果)각주5) 를 공양하면 부모가 구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목련은 석가모니가 일러준 대로 음력 7월 15일에 음식을 갖추고 정성스레 공양을 바쳤다. 그의 어머니는 아귀 지옥에서 벗어나 극락을 누렸다고 전해진다. 이후 불교에서는 음력 7월 15일이면 조상의 혼령과 부처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우란분회 의식이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중원절은 도교의 전통과 불교의 우란분회 의식, 민간신앙이 결합한 것으로 지역에 따라 다양한 풍습들이 전해진다.

주요 행사

지역마다 중원절과 관련해 여러 풍습이 전해진다. 특히 중원절은 다른 명절과 달리 금기사항이 있다. 저승의 문이 열려 영혼들이 인간 세상에 몰려오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금기사항 중 하나는 물에 들어가거나 물가 근처에 가지 않는 것이다. 한국의 물귀신처럼, 물에 빠져 죽은 영혼에 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재앙을 피하고자 부모들은 중원절 동안 아이들을 물가에 가지 못하게 말린다. 같은 이유로 산이나 길에서 혼자 다니거나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도 금기사항이다.

지역에 따라 휘파람 부는 것을 금기하기도 한다. 밤늦게 부는 휘파람은 귀신을 불러들인다고 생각해서다. 이외에도 중원절에는 밤에 문을 열어서는 안 되며, 빨래를 밤에 밖에다 널지 않는 등 여러 금기사항이 있다. 특히 중원절에는 계약이나 이사, 결혼, 사업 등 새로운 일은 시작하지 않는다. 자동차와 같은 큰 소비 역시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타이완처럼 중원절 풍습이 강한 지역에서는 일시적인 경기침체로 계절적 실업이 발생하기도 한다.

경극
경극
경극

중원절 기간에는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경극(京劇) 공연이 열린다. 경극은 19세기 베이징에서 개발된 중국 연극의 하나다. 14세기부터 있었던 중국의 전통 가극인 곤곡(崑曲)의 요소를 가미해 만들었다. 특히 중원절에 열리는 경극은 이승으로 돌아온 혼령들을 즐겁게 하려는 것이다. 혼령들이 기뻐야 살아있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극은 주로 대나무로 만든 임시 무대에서 진행하며, 중국 신들의 도덕적인 공덕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공연할 때는 맨 앞자리를 비워 혼령이 편하게 구경할 수 있도록 한다. 지역에 따라 경극 외에도 영혼을 위로하는 화려한 공연이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중원절에 해당하는 오봉 기간에 혼령과 함께 거리에서 춤을 추는 봉오도리(盆踊り) 문화가 있다.

푸두
푸두
푸두

푸두(普渡)는 영혼을 위해 음식을 공양하는 것을 말한다. 음력 7월 15일이 되면 중국 사람들은 배고픈 영혼을 위로하고 죽은 자의 죄를 사해달라 청하는 제사를 지낸다. 죽은 자를 달래는 동시에 산 사람들에게 복을 가져다주길 바라는 의식이다. 푸두를 할 때는 조상의 혼령뿐만 아니라, 다른 영혼들까지 달래기 위해 음식을 풍성하게 올린다. 지역에 따라 사원의 승려나 염라대왕에게 공양하는 경우도 있다. 사원에서는 대개 정오 무렵에 공양 의식을 시작한다. 사람들이 가져온 고기나 과일 등의 공양물을 바칠 때마다 승려는 공양물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태운다.

종이돈 태우기
종이돈 태우기

중원절 기간에는 푸두 이외에도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향이나 종이를 태운다. 불에 태워야만 영혼이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승길 노잣돈을 위해 종이로 만든 가짜 돈을 태우며, 공양하고 싶은 물건을 종이로 만들어 태우기도 한다. 이외에도 거리나 집 앞에 향을 피우거나 등을 밝혀 영혼을 맞이하거나 배웅하는 풍습도 있다.

지역별

홍콩

홍콩의 중원절은 음력 7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 동안이다. 홍콩에 거주하는 광저우 출신의 사람들이 주도하는 명절로 ‘위란제(Yu Lan Ghost Festival)’라고도 부른다. 한자로는 ‘우란절(盂蘭節)’로, ‘우란분(盂蘭盆)’과 같은 의미다. 중원절 동안 홍콩 시내 곳곳에는 공양을 드릴 수 있는 제단이 마련된다. 특히 홍콩 중원절은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공양물을 바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정이나 시내 제단 등에서 음식을 바치고 향을 피운다. 거리에서는 종이돈을 태우며 한 달 내내 망자를 위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금은 색상으로 만든 화려한 종이를 태워 신에게 바치는 경우도 있다. 영혼들을 위한 연극이나 경극 등의 공연도 진행된다.

타이완

타이완은 중원절 전통이 강한 나라 중 하나다. 홍콩과 마찬가지로 음력 7월 1일부터 한 달 동안이 중원절 기간이다. 타이완에서는 음력 7월 1일부터 8월 1일까지 귀신의 문이 열려 섬 전체가 혼령으로 가득 찬다고 여긴다. 중원절의 시작인 7월 1일이 되면 타이완의 사원들은 영혼을 맞이하기 위해 문을 여는 의식을 한다. 이 시기 사원과 가정에서는 조상들의 혼령을 위해 푸두를 진행한다. 음식을 차려놓고 향을 피우며 공양하는 것이다. 거리에서는 죽은 사람에게 노잣돈을 주기 위해 종이돈을 태우며 영혼을 위로한다.

등불을 물에 띄우는 타이완 사람들
등불을 물에 띄우는 타이완 사람들

타이완의 중원절 기간에는 시내 곳곳에서 망자를 위한 등불을 발견할 수 있다. 영혼을 인도하기 위한 것으로 7월 12일부터 등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13일에는 등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14일에는 강물이나 바다에 등불을 띄워 보낸다. 아직 성불하지 못하고 저승과 이승 사이를 떠도는 영혼들을 천도하기 위해서다. 등불을 띄울 때는 음식을 공양하고 향을 태우는 의식을 함께 진행한다.

특히 유명한 행사는 타이완 북부 지룽(基隆) 시에서 열리는 ‘팡수이덩(放水燈)’이다. 지룽 시 사람들은 저녁부터 모여 등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다가 자정이 되면 항구에 모여 등불을 바다에 띄워 보낸다. 혼령을 저승으로 배웅하기 위해 띄우는 일본의 ‘도로나가시(灯籠流し)’와 달리, 타이완에서는 혼령을 이승으로 인도하기 위해 등불을 띄우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타이완에서는 중원절 내내 각종 퍼레이드와 문화 공연, 경극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중원절은 홍콩이나 타이완보다 상대적으로 현대적이다. 두 지역 모두 중원절이면 음악회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싱가포르에서는 중원절 한 달 동안 음악 공연인 ‘게타이(Getai, 歌台)’가 열린다. 게타이는 ‘노래하는 무대’라는 뜻이다. 1940년 무렵 만들어진 것으로, 교외에 설치한 가설무대에서 가수들이 라이브로 공연한다. 싱가포르에서 중원절에 펼치는 춤과 음악 공연은 염라대왕을 기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승으로 올라온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홍콩의 경극이나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춤추는 일본의 봉오도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게타이에서 전문으로 노래하는 인기 가수도 있다. 게타이를 통해 중원절에는 누구라도 춤과 노래를 즐길 수 있다.

게타이 무대
게타이 무대

말레이시아 역시 중원절에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열린다. 거리에 제사상을 줄지어 놓고 등불을 피우기도 하며, 영혼을 달래기 위한 경극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싱가포르처럼 곳곳에서 음악회와 춤 등의 공연이 펼쳐지는 것도 특징이다. 일부에서는 종이로 만든 공양물이나 종이돈을 태우고 음식을 공양하는 전통적인 중원절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