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리톨

자일리톨

[ xylitol ]

자일리톨(크실리톨; xylitol)은 5개의 탄소와 5개의 수산화기로 구성된 당 알코올(sugar alcohol)로서, 설탕 대용의 감미료로 이용된다. 자일리톨은 몇몇 과일과 채소들, 그리고 자작나무(birch) 등에 적은 양으로 존재한다. 자일리톨은 주로 화학적 공정에 의한 자일로스(xylose)의 수소화(hydrogenation)를 통해 상업적으로 생산된다. 자일리톨은 설탕 대체용 감미료로서, 충치 원인균에 의해 분해되지 않아 치아 보호 및 관리용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자일리톨은 또한 설탕에 비해 칼로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당뇨병 환자 등의 설탕 대용 감미료로도 이용되며, 저칼로리, 프리바이오틱 효과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능성 식품으로도 이용되는 등 상업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자일리톨 결정 추출물 (출처: GettyImagesKorea)

자일리톨 결정의 현미경 사진 (출처: )

목차

자일리톨의 발견 및 역사

자일리톨은 1890년에 자작나무에서 에밀 피셔(Emil Fischer)에 의해 시럽의 형태로 처음 추출되었다. 이후 자일리톨은 수십 년 동안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2차 세계대전 발발로 설탕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설탕 대체용으로 개발되어 이용되기 시작했다.

자일리톨은 주로 자작나무로부터 화학적 공정에 의해 추출되었고, 이에 따라 "자작나무 설탕(birch sugar)"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자일로스(xylose)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다양한 식물성 원료들로부터 생산이 가능하다. 자일리톨은 이후 20세기에 치의학 분야에 이용되면서부터 충치 예방 및 치아 관리에 부합하는 천연 감미료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자일리톨의 생산량은 1970년대부터 크게 늘기 시작하여, 현재 2016년 기준으로 볼 때, 전세계적으로 19만 톤 이상, 금액적으로는 7억 불 이상이 생산되고 있어 매우 큰 부가가치를 가지고 있는 식물 유래 물질이다.1)2)

자일리톨의 자연 분포

자일리톨은 과일과 채소들에 주로 존재하지만, 함량이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 식물로부터 직접 추출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매우 비효율적이다. 다양한 식물들 중에서도 특히 자일리톨의 함량이 높은 식물들로는 자두, 딸기, 라스베리와 같은 과일들, 콜리플라워, 시금치, 호박 등의 채소들, 그리고 자작나무와 너도밤나무(beech) 등의 나무들을 들 수 있으며, 옥수수 껍질, 옥수수 속대, 귀리, 버섯, 견과류, 사탕수수 등에도 상당량의 자일리톨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사람과 동물 또한 과일과 채소들을 섭취하기 때문에 대사과정의 중간산물로 자일리톨을 생산한다. 성인 남성의 경우 자일리톨의 하루 생산량은 약 5-15 g 정도이다.1)2)

자일리톨의 화학적 특성

자일리톨의 화학 구조 (출처: )

자일리톨의 화학식은 C5H12O5이고, 이를 화학 구조와 연계하여 재구성하면 (CHOH)3(CH2OH)2로서, 하나의 좌우대칭형 입체 이성질체 형태로만 존재하는 5탄당 알코올(five-carbon sugar alcohol), 또는 폴리알코올(polyalcohol)이다. 자일리톨이라는 이름은 "나무"를 뜻하는 고대그리스어인 "ξύλον, xyl[on]"과 당 알코올(sugar alcohol)을 뜻하는 접미어 "–itol"로부터 유래되었다. 자일리톨의 IUPAC 화학명은 (2R,3R,4S)-Pentane-1,2,3,4,5-pentol이고, 분자량은 152.146 g/mol이다.

자일리톨은 녹는점이 92-96 °C, 끓는점이 345.39 °C이고, 상온에서 무색 또는 흰색의 고체 결정 형태로 존재한다. 자일리톨은 5개의 수산화기를 가지고 있어 물에 매우 잘 녹는다. 자일리톨은 설탕과 유사한 당도를 나타내지만, 칼로리는 설탕의 약 2/3 정도이다. 자일리톨은 입에서 녹을 때, 흡열 특성으로 인해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줄 수 있어, 약리 활성 성분이나 부형제(excipients)의 불쾌한 맛을 감추는 용도로도 쓰인다.1)2)

자일리톨의 산업적 생산

산업적인 공정을 통해 자일리톨을 생산할 때, 주원료로 이용되는 것은 목질계 셀룰로오스 바이오매스(리그노셀룰로오스 바이오매스; lignocellulosic biomass)로서, 값싸고 자연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매우 경제적인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자일리톨의 화학적인 대량 생산 공정은 다음의 4 단계로 크게 구분된다: (1) 목질계 셀룰로오스로부터 산 가수분해를 통한 자일로스(xylose)의 생산, (2) 가수분해물(hydrolysate) 정제, (3) 촉매를 이용한 자일로스의 수소화(hydrogenation), (4) 자일리톨 정제. 이러한 자일리톨의 생산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자작나무 등의 목재, 옥수수, 밀, 등의 부산물과 같은 목질계 바이오매스에 존재하는 자일란(xylan)을 가수분해시켜 자일로스(xylose) 중합체를 얻는다. 이후 정제된 자일로스를 금속 촉매(주로 니켈 촉매)를 이용하여 수소화시킴으로써 자일리톨이 생산되고, 최종 정제 과정을 거쳐 고순도의 자일리톨 결정을 얻을 수 있다.1)2)

이러한 산업적 공정, 그 중에서도 특히 수소화 공정과 정제 공정은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공정으로서 자일리톨의 원가를 높이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이러한 화학적 공정을 대체할 수 있는 생명공학적인 공정(biotechnological process)들이 연구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균, 곰팡이, 효모 등의 미생물들을 이용하여 자일로스를 발효시켜 자일리톨을 생산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최종 생산물의 독성 문제, 자일리톨 분리 추출에 드는 비용 문제 등의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아직 실용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생명공학적인 공정이 실용화될 수 있다면 버려진 바이오매스로부터 고부가가치의 자일리톨을 낮은 경제적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1)2)

자일리톨의 생물학적 특성과 활용

감미료

자일리톨은 폴리올(polyols)로서 설탕과 동등한 정도의 단맛을 내지만, 사람이 섭취했을 때 칼로리는 설탕의 2/3 수준이고,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 또한 1/4 이하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자일리톨은 주로 간과 장에서 흡수되는데, 간으로 흡수된 자일리톨은 많은 효소들의 촉매 활성을 통해 신속하게 대사되어 에너지로 전환된다. 간과는 달리 장에서는 자일리톨의 흡수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된다. 자일리톨 대사 과정에서 생성된 모든 포도당은 일단 간에 글리코겐(glycogen)으로 저장되어 있다가 점진적으로 혈액으로 방출된다. 따라서, 자일리톨의 섭취는 설탕이나 포도당을 섭취했을 때처럼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자일리톨은 인슐린 분비와 관계없이 섭취할 수 있는, 당뇨병 환자들에 적합한 감미료로 이용된다. 또한, 자일리톨은 낮은 칼로리 등으로 인해 탄수화물-식이 다이어트에 적합한 감미료로도 간주되고 있다. 자일리톨을 활용한 상품 중 전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바로 무설탕 츄잉껌(sugar-free chewing gum)이다. 자일리톨은 감미료로서 츄잉껌의 달콤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 한편, 신속하게 마르고 결정화되는 특성으로 인해 츄잉껌의 코팅제로도 효과적이다.1)2)

자일리톨 츄잉껌 (출처: GettyImagesKorea)

치의학적 특성 및 활용

1970년대 이후 자일리톨은 충치 예방 등의 치아 관리용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충치는 충치 원인균들이 음식물에 들어있는 설탕 등의 당 성분을 분해함으로써 발생하는 젖산이 치아를 부식시키는 현상이다. 이러한 충치 원인균들은 대부분 자일리톨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가 없으므로, 자일리톨 섭취 시 충치의 원인이 되는 산이 발생하지 않게 되고, 충치 원인균들의 생장 및 번식 또한 억제됨으로써 충치가 예방될 수 있다. 또한, 자일리톨은 물에 녹았을 때 흡열반응을 일으키는 특성으로 인해, 입에서 녹았을 때 청량감을 줌으로써 침 분비를 촉진하는 등의 부가적인 충치 예방 효과도 나타낸다.

자일리톨은 불소(fluoride) 등의 다른 치아 관리 제재와 같이 사용하면 충치 예방에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자일리톨은 치약, 구강 청결제, 츄잉껌, 그리고 각종 의약품(기침 시럽, 비타민제 등)들에서 설탕 대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편, 동물 실험과 사람의 임상 실험 등에서 초기 충치의 에나멜 재생을 촉진하는 등의 치료 효과 등도 보고되었다.1)2)

기타 사람의 건강 관련 특성

자일리톨은 앞서 언급한 당뇨 등의 혈당 관리, 비만 관리, 치아 관리 외에도 사람의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

  • 자일리톨은 감미료로서의 특성 외에도 사람의 대변의 pH를 낮춤으로써 대변 속에 존재하는 그람-양성 세균의 수를 증가시키는 프리바이오틱 효과(prebiotic effect)를 나타낸다.
  • 자일리톨을 설탕 대신 섭취함으로써, 중성지방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 자일리톨의 소화 과정에서 생성되는 짧은 사슬 지방산들(short-chain fatty acids)이 에너지 공급, 독성 물질의 활성 감소, 저항 혈관의 이완, 결장 전해질 수송 촉진, 면역 반응 등에서 일정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몇몇 보고들이 있다.
자일리톨의 안전성 및 부작용

세계보건기구(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와 식량 농업 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FAO)는 1983년 자일리톨에 대한 독성 및 안전성 평가를 통해, 자일리톨이 인체에 들어오는 경로와 상관없이 매우 낮은 독성을 나타내고, 건강상의 위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자일리톨은 식품 첨가제로서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에서 허가되어 있고(EU 승인 번호는 E967임), 식품 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불활성 성분 가이드에도 구강 용액 및 츄잉껌에 이용될 수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1)2)

자일리톨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성분이지만, 당 알코올로서 분해가 잘 안되는 등의 특성으로 인해 과량으로 복용시에 가스가 차거나, 설사, 과민성 장증후군 등의 위장관계 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적은 양을 복용해도 이러한 위장관계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사람과 달리 개의 경우에는 체중 kg당 100 mg의 자일리톨을 투여하게 되면, 인슐린 과다 분비로 인해 저혈당증(hypoglycemia)이 발생해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게 된다. 이러한 개의 자일리톨 유발 저혈당증은 섭취 후 30분에서 60분내에 급속도로 진행되며, 구토 현상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고, 이후 무력감과 운동실조 현상 등이 나타나게 된다. 만약 500 mg/kg을 복용하게 되면 간 손상으로 인한 체내 혈액 응집이 진행될 수도 있다. 자일리톨은 상대적으로 고양이에게는 안전한 성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1000 mg/kg을 섭취하더라도 고양이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보고가 있다.3)

참고문헌

1. Ur-Rehman S, Mushtaq Z, Zahoor T 등 (2015) Xylitol: a review on bioproduction, application, health benefits, and related safety issues. Crit Rev Food Sci Nutr, 55: 1514-1528
2. Delgado Arcaño Y, Valmaña García OD, Mandelli D 등 (2018) Xylitol: A review on the progress and challenges of its production by chemical route. Catalysis Today
3. Schmid RD, Hovda LR (2016) Acute hepatic failure in a dog after xylitol ingestion. J Med Toxicol 12(2):2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