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산불

[ forest fire ]

산림생태계에서 자연적 혹은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불이다. 산불은 산림생태계를 훼손하기도 하지만 생태계를 새로 구성하는 일을 돕기도 한다. 따라서 생태학자들은 산불을 자연생태계의 구성요소로 이해하고 생태계의 관리에 이용하기도 한다. 불의 강도에 따라 지중화, 수관화, 수간화 및 지표화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산불의 발생이 증가하고 피해면적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몬타나 주에서 산불을 피하는 엘크 사슴.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he_Rim_Fire_in_the_Stanislaus_National_Forest_near_in_California_began_on_Aug._17,_2013-0004.jpg )

목차

산불이란?

숲에 쌓인 가연성 물질(연료원)에 발화원이 작용하여 숲을 태움으로써 숲의 구조를 파괴시키는 교란이다. 산불의 빈도, 강도, 지속성은 그 지역의 기후 조건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1) 숲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산불과 숲이 아닌 초원이나 사바나 지역에서 일어나는 들불을 포함하여 야생화(wild fire)라고도 부른다. 어떤 유형의 식생에서 발생하느냐에 따라 야생화를 다양하게 분류한다.

지구의 역사에서 야생화는 육상에 식물이 적응하여 번성하던 초기부터 발생하였다. 산불은 숲이 충분히 형성된 이후에 발생했을 것이다. 숯에 의한 기록에 따르면 최초의 야생화에 대한 기록은 4억 2천 만 년 전이다. 따라서 산불은 육상생태계의 진화과정에서 모든 동식물의 진화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산불이 빈번한 곳에 사는 생물들은 산불이라는 교란에 잘 적응해서 교란 이후에 쉽게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산불 초기에는 목본보다 풀들이 잘 자라는 조건으로 초식동물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산불 초기에 동물들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산불로 인하여 자연생태계에 일부 유리한 점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인간에게 재산이나 인명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방제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더 큰 산불을 억제하기 위해서 또는 특정 생태계 서비스를 얻기 위하여 통제된 산불 혹은 처방화(prescribed fire)를 이용하기도 한다.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에서 2019년에 발생한 산불피해지의 드론 영상. (출처 :한국식물학회, 양두용)

산불의 3대 요소

연료원을 제공하는 식생, 자연적이거나 인공적인 발화원, 그리고 그 지역 산불의 체제를 결정하는 기후를 산불의 3대 요소라고 한다. 산불의 3대 요소는 시공간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간과 공간 규모의 확대에 따라 산불의 체제는 화염(불) - 산불 사건 – 산불 체제 – 초산불 체제로 구분할 수 있다.2) 화염(불)은 시간이나 일 단위와 지소 단위에서 고려할 수 있고, 3대 요소는 연료, 산소 및 열이다. 산불 사건은 연 단위와 국지적인 공간 단위에서 고려할 수 있는데, 3대 요소는 연료, 날씨 및 지역적인 산불통제체제이다. 산불체제는 수십 년이나 수백 년 단위와 경관이나 지역단위에서 고려할 수 있는데, 3대 요소는 식생의 종류, 기후의 변동성 및 경관수준 혹은 지역수준에서의 산불통제 체제이다. 초산불 체제는 대륙수준과 수백만 년 단위에서 고려할 수 있는데, 3대 요소는 생물군계의 지속성, 장기적 기후 변동성 및 지역이나 아대륙수준의 산불통제 체제이다.2)

산불의 발생원인

산불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자연적 요인에 의한 것보다 인간의 활동에 기인하는 것이 많다. 산불의 자연 발생요인은 번개, 마찰, 지진, 화산폭발 등을 들 수 있는데, 번개의 빈도가 가장 높다. 자연적인 요인에 의하여 주기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생물군계는 초원지대, 사바나, 북방침엽수림, 지중해 연안 식생 등이다.1) 인간에 의한 원인으로는 고의로 이루어지는 방화, 이용목적의 방화, 실수로 인한 실화, 전기 시설물에 의한 발화 등을 들 수 있다. 1990년 이후 한국에서 산불의 발생원인은 입산자 실화(43%), 논밭두렁 태우기(19%), 쓰레기 태우기(6%), 담뱃불실화 (7%), 성묘객 실화(7%), 불장난(3%), 군사활동 및 기타(15%)이다.1)

나사의 Terra 위성에서 촬영한 MODIS 영상으로 확인된 2008년 2월과 8월의 전 세계 산불 발생 현장. (출처 : )

산불의 특성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

산불의 특성은 강도, 빈도, 규모 및 발생 시기를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산불 특성들은 식생, 기후, 바람, 지형 및 인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1)

연료원인 식생

불의 확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므로 식생의 종류와 배열은 불의 확산과정에 영향을 준다. 연료원으로서 식생의 종류와 크기는 초기 발화의 가능성, 가연성의 증감 및 산불강도와 규모에 영향을 준다.1)

기후

기후를 구성하는 온도와 강수량은 식생의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 강수량과 습도는 연료원의 수분상태에 영향을 미쳐 발화, 연소 및 확산 속도에 영향을 준다.1)

바람

연료의 건조, 산소의 공급 및 주변 연료의 건조 및 발화에 영향을 미치고 산불의 확산속도와 전개방향에 큰 영향을 준다.1)

지형

연료의 분포와 종류, 미기후의 변화, 불의 진행 방향, 방화벽으로서의 역할 등에 영향을 미친다. 지형적인 영향으로 보통 산불은 모자이크상으로 산불 강도가 이질적인 공간분포를 나타낸다.

사람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산림 이용문화와 자연유형들의 선호도에 따라 산불체제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산불의 종류

산불의 유형은 불의 강도와 숲의 층상구조에서 불이 도달하는 높이로서 구분한다. 산불의 강도는 연료원의 종류, 연료량, 지형 및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지중화(ground fire), 지표화(surface fire), 하층화(수간화, understory fire) 및 수관화(crown fire)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1)

지중화

이탄이나 낙엽의 형태로 토양 속에 연료가 많이 축적된 곳에서 느리게 진행하는 산불이다. 보통 불이 지면 위로 노출되지 않고 연기만 뿜으면서 진행되는 산불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네 종류의 산불 중 가장 강도가 크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지표화

불꽃의 길이가 1 m 이내로 지표면 가까이에 있는 초본층과 관목층만을 태우고 빠르게 진행하는 속성을 갖는다. 산불강도가 약해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산불 이후 재생하는 속도가 빠르다. 보통 생태계를 관리하는 수단으로서 사용하는 처방화들은 지표화를 이용한다. 산불의 강도는 258 kW/m이다.

하층화(수간화)

불꽃의 길이가 1–3 m로 초본층과 관목층을 연소시키고, 아교목층과 교목층의 일부를 태우거나 열해 피해를 입혀 고사시키는 산불이다. 보통 교목층의 목본 줄기의 중간 정도까지 그슬릴 정도의 불이라 수간화라고도 한다. 산불의 강도는 258–2,800 kW/m이다.

수관화

불꽃의 길이가 3 m 이상으로 숲의 층상구조 전체를 연소시키는 불이다. 바람을 타고 비산화가 되어 수백 미터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산불의 강도는 2,800 kW/m 이상이다.

2005년 양양 낙산사 주변 산불피해 직후의 모습. 수관화는 숲 지붕까지 모두 타는 산불이다. (출처 :한국식물학회, 이규송)

산불의 영향

식생

연소와 열해피해로 인하여 식생의 피도와 생물량이 감소한다. 산불에 대한 내화성 정도와 산불 후 재생하는 맹아능력과 생장속도의 차이에 의해 식생 유형이 바뀔 수 있다. 한국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역을 방치하면 대부분의 지역이 낙엽활엽수림(참나무림)으로 바뀔 수 있다.

토양

산불이 낙엽층과 표층의 유기물을 연소시켜서 제거하고 토양 표면에 불투수층을 만든다. 산불 이후에 토양에 양분이 증가하여 초기 식생재생에 도움을 준다. 산불로 인하여 토양 속 매토종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토양 속의 뿌리에도 큰 피해를 주지 않고 맹아재생능을 활성화시켜서 산불지역 초기 식생재생을 돕는다. 불투수층의 증가로 표면 유출량이 많아지고, 표면으로부터 양분을 유출시키는 양이 증가한다. 큰 홍수에 산사태를 일으키기도 한다. 산불 피해지역에서 산불 발생 초기에는 강우유출, 토양침식 및 산사태가 증가한다.1)

동물

이동성이 있는 동물은 산불로 인한 피해가 경미하다. 산불 이후에 빛이 좋은 곳에서 새로 재생하는 초본들은 양분도 풍부하고, 생장속도가 커서 초식동물에게 유리한 생육지 조건을 제공하기도 한다. 숲의 종류마다 이익을 얻는 정도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초원을 선호하거나 천이 초중기에 출현하는 생물들은 산불 이후에 개체군의 크기를 증가시킬 수 있다.

생물다양성

산불은 산림생태계에서 일종의 교란이다. 따라서 중간교란가설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지나치게 강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림의 생물종다양성은 낮고, 산불이 발생하지 않는 산림보다 산불이 적절한 빈도로 적당한 강도로 발생하는 곳에서 생물종다양성이 높아진다. 또한 산불 후 식생 천이 과정에서 천이 중간 단계에서 생물종다양성이 최대가 된다. 생태계내 생물종다양성 유지와 큰 산불의 억제를 위하여 주기적으로 약한 산불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참고문헌

1. 강호정 등 (2004) 생태복원공학. 라이프사이언스
2. Whithmore C 등 (2010) Paleoecological perspective s on fire ecology: Revisiting the fire-regime concept. The Open Ecology Journal 3: 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