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신

알리신

[ allicin ]

알리신(allicin)은 마늘로부터 추출되는 반응성 유기황화합물(organosulfur compound)이다. 마늘을 다지거나 짓누르면 마늘에 존재하는 알리나아제(allinase) 효소의 촉매 활성을 통해 알린(allin)이 알리신으로 전환되면서 특유의 마늘향을 발산하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알리신은 불안정한 상태로서, 디알릴 디설파이드(diallyl disulfide)와 같은 다른 유기황화합물들로 신속하게 전환된다. 알리신은 마늘 식물에 대한 해충(pest)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메커니즘의 일부로서 생산된다. 알리신은 또한 포유류에서 항균, 항진균, 항암 등 산화 환원(redoxime)과 연관된 잠정적인 생물학적 활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알리신의 화학 구조 (출처: )

목차

알리신의 발견 및 역사

마늘(Allium sativum L.) (출처: Gettyimages)

마늘은 수선화과(Amaryllidaceae) 부추아과(Allioideae) 부추속(Allium)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다년생식물)로서, 기원전부터 오랫동안 식용 및 의료용으로 이용되어 왔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에게 양파와 마늘을 지급했다는 기록이 있고, 구약성서에서도 유대인이 이집트에 거주하던 시기에 마늘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마늘이 식용 외에도 약용으로도 이용되어,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마늘이 폐렴(pneumonia) 치료와 상처 치유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한 바 있다. 부추속 식물에서는 양파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식품으로도 많이 이용되지만, 마늘은 더욱 자극적인 향을 발산하여 사람의 후각을 자극함으로써, 요리와 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주술적인 측면(예: 흡혈귀 퇴치제)에서까지 큰 관심을 끌고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1)

1944년 체스터 J. 카발리토(Chester J. Cavallito)와 존 헤이즈 베일리(John Hays Bailey)는 마늘로부터 유효 성분인 알리신을 처음으로 추출하고 분석하였다. 이들의 연구를 통해 알리신이 마늘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를 내는 물질로 확인되었으며, 이때부터 알리신의 특성 및 생물학적 활성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의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알리신은 일종의 티오설폰산으로서(thiosulfinate), 1948년 스톨(Stoll)과 시벡(Seebeck)에 의해 구조가 규명되었다.1)

알리신의 화학적 특성

알리신의 화학식은 C6H10OS2이고, 분자량은 162.26 g/mol이며, IUPAC 화학명은 S-Prop-2-en-1-yl prop-2-ene-1-sulfinothioate이다. 알리신은 설폰산의 티오에스테르(thioester of sulfenic acid)로서, 알릴 티오설폰산(allyl thiosulfinate)로도 알려져 있으며, 상온에서 유성의(oily) 엷은 황색을 띠는 액체 형태로 존재한다. 알리신의 핵심적인 특성은 티오설폰산 작용기(thiosulfinite functional group; R-S(O)-S-R)에 의해 나타난다. 알리신은 조직에 손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마늘에 존재하지 않다가, 마늘 세포가 파괴되면서 알리나아제 효소 촉매 활성에 의해 알린으로부터 합성된다. 알리나아제는 pH 3 이하의 산성 조건에서 비가역적으로 불활성화되기 때문에, 생마늘 또는 마늘 가루를 사람이 섭취했을 때 위산에 의한 효소의 불활성화로 인해 일반적으로 신체에서 생성되지는 않는다. 또한, 알리신은 불안정한 물질로서 23°C에서 16시간 내에 분해되며, 디알릴 디설파이드(diallyl disulfide)와 같은 다른 유기황화합물들로 신속하게 전환된다.1)2)

알리신 생합성

자연 상태에서 알리신은 마늘이 상처를 입게 되면 효소 활성에 의해 생성된다. 알리신의 생합성 전구체는 비단백질성 아미노산인 알린(allin; S-allyl-l-cysteine sulfoxide)이다. 알린이 알리나아제 효소 촉매 활성에 의해 가수분해되어, 디하이드로알라닌(dehydroalanine)과 알릴 설폰산(allyl sulfenic acid)이 생성된다. 이후, 알릴 설폰산 2분자가 자발적으로 축합되면서 한 분자의 알리신이 생성된다. 알린은 마늘과 램전(ramsons; Allium ursinum; 야생 마늘 또는 활엽 마늘 등으로 불리우는 부추속 식물)에서 발견된다. 이에 반해 또 다른 부추속 작물인 양파(onion; Allium cepa)는 알린을 합성하지 않는 대신, 이성질체인 이소알린(isoalliin; trans-(+)-S-(1-propenyl)-l-cysteine sulfoxide)을 가지고 있다. Granroth 등에 의해 진행된 방사성 동위원소 추적 실험을 통해 2개의 가능한 생합성 예상 경로가 제시되기는 했지만, 아직 알린의 생합성 경로는 불분명하다.1)

또한, 알리신은 1950년대 티아민 유도체들(thiamine derivatives)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추출되었다. 이러한 알리신의 생성 과정은 다른 종류의 티아민 디설피드 물질들(thiamine disulfides)을 생성하기 위한 의약 화학(mediclinal chemistry)의 모델이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설부타민(sulbutiamine), 푸르설티아민(fursultiamine; 티아민 테트라하이드로프루푸릴 디설파이드; thiamine tetrahydrofurfuryl disulfide), 벤포티아민(benfothiamine) 등이 합성될 수 있었다. 이들 화합물들은 소수성 물질들로서, 장으로부터 혈류로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시스테인 또는 글루타치온에 의해 티아민으로 환원된다.3)

알리신의 생물학적 활성 및 효과

알리신의 산화 환원 활성

알리신의 대표적인 생물학적 활성은 산화 환원 활성과 티올-함유 단백질과의 반응 활성이다. 고등 생물체의 세포내 산화 환원 평형은 GSH/GSSG 산화 환원 시스템(글루타치온 풀; glutathione pool)에 의해서 조절된다. 글루타치온(glutathione; GSH)은 아미노산인 글루탐산, 시스테인, 글리신을 구성하는 트리펩티드(tripeptide)로서, 산화되면 글루타치온 2황화물(glutathione disulfide; GSSG)이 된다. GSSG는 세포에서 글루타치온 환원효소(glutathione reductase; GR)와 NADPH에 의해 GSH로 환원되며, 따라서 GR은 GSH/GSSG의 상대적 비율을 조절함으로써 세포의 산화 환원 평형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조절 효소이다.1)

알리신은 산화 활성을 가지고 있는 반응성 유기황화합물로서, 세포에서 단백질글루타치온과 시스테인 잔기 등의 티올(thiols)을 산화시킬 수 있다. 알리신에 의해 글루타치온의 산화형이 증가하면 세포의 산화 환원 전위값은 높아지게 된다. 단백질의 티올이 산화됨에 따라 2황화결합 형성 등을 통해 단백질 구조가 변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단백질의 기능에도 영향을 주어, 어떤 단백질은 기능이 상실되기도 하고, 어떤 단백질은 기능이 강화되기도 한다.1)

알리신의 항균 및 항진균 활성

알리신이 1944년 처음으로 추출되고 분석되는 과정에서, 추출된 알리신 희석액이 그람-음성 세균과 그람-양성 세균들의 생장을 억제하는 활성이 보고되었을 만큼, 항균 효과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진행되어왔다. 1970년대에는 일부 연구진들에 의해 의료적으로 중요한 균류들에 대한 알리신의 항진균 활성(antifungal activity)이 조사되기도 하였다. 또한, 일부 연구들에서는 헬리코박터(Helicobacter pylori) 세균과 관련된 알리신의 기능적 역할 또한 평가되기도 하였다. 현재까지 알리신의 항균 및 항진균 활성은 그람-양성 및 그람-음성 세균 모두에서 나타나며, 항생제 저항성을 나타내는 인체 감영 병원균들(예: 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MRSA)에 대한 항균 활성 또한 보고되었다. 또한, 알리신은 균류의 세포에서도 포자 발아를 억제하고 균사 생장을 억제하는 활성을 가지고 있어, 마늘 추출액 또는 알리신 추출물을 식물에 처리했을 때 특히 식물 병원성 균류들의 생장이 억제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한편으로, 알리신은 동물과 사람의 병원성 균류에 대해서도 억제 활성을 나타내어, 폐에 진균 감염으로 발병하는 아그페르길루스증(aspergillosis) 및 피부의 진균 감염 등에 치료 용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하였다.1)4)

알리신은 세포막을 가로질러 확산 가능하며, 몇몇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알리신이 세포 내에서 단백질의 시스테인 아미노산 잔기와의 산화 환원 반응, 티올 함유 효소들과의 반응 등을 통하여 항균 및 항진균 활성을 나타낼 것이라는 가설이 제시된 바 있다.1)4)

알리신의 기타 약리 효과

여러 연구 결과들을 통해 추정된 알리신의 인체에서의 약리 활성들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1)

  •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효과 : 항산화 활성 등을 통한 심혈관계 질환 수치 감소, 혈소판 응집 저해 등의 효과가 보고된 바 있음.
  • 면역 조절 및 항염 활성 : 백혈구, 림프구 등에 대한 작용
  • 항암 활성 : 세포자멸 유도 작용
  • 신경계 활성

현재 이러한 인체에서의 약리 활성들과 관련된 알리신의 안정성과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다.

참고문헌

1. Borlinghaus J, Albrecht F, Gruhlke MC 등 (2014) Allicin: chemistry and biological properties. Molecules 19: 12591–12618
2. Ilic D, Nikolic V, Nikolic L 등 (2011) Allicin and related compounds: Biosynthesis, synthesis and pharmacological activity. Facta Universitatis 9: 9–20
3. Bettendorff L (2014) Chapter 7 - Thiamine. In Zempleni J, Suttie JW, Gregory JF, Stover PJ (eds.) Handbook of vitamins (Fifth ed.), Hoboken, CRC Press, 267–324
4. Marchese A, Barbieri R, Sanches-Silva A 등 (2016) Antifungal and antibacterial activities of allicin: A review. Trends in Food Science and Technology 52: 4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