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닌

퀴닌

[ quinine ]

퀴닌(quinine)은 남아메리카 대륙의 태평양 연안을 따라 남북으로 뻗어 있는 세상에서 가장 긴 안데스산맥의 고산 지대에서 주로 자라는 키나 나무(Cinchona officinalis L.) 껍질에서 추출된 천연물(natural product)로 1500년대 이후로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되었다. 퀴닌의 분자식은 C20H24N2O2로 1854년 독일의 화학자 스트레커(Adolph Strecker, 1822~1871)에 의해 밝혀졌으며, 아래의 그림처럼 복잡해 보이는 퀴닌의 분자 구조는 1908년 독일의 화학자 라베(Paul Rabe, 미상~미상)에 의해 보고되었다. 퀴닌은 산성 조건에서 이성질체(isomer)인 퀴노톡사인(quinotoxine)으로 전환되는 것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에 의해 밝혀졌으며 퀴닌의 분자 구조를 완벽히 밝힌 라베는 1918년, 퀴노톡사인으로부터 퀴닌을 효과적으로 합성할 수 있었다. 퀴노톡사인의 합성을 통한 퀴닌의 전합성을 성공한 최초의 화학자들은 바로 위대한 과학자로 불리는 미국의 유기화학자 우드워드(Robert B. Woodward, 1917~1979)와 그의 제자 도어링(William von Eggers Doering, 1917~2011)으로 1944년 합성을 보고하였다.

퀴닌의 구조와 키나나무(출처:대한화학회)

퀴닌은 위 구조에서 알 수 있듯이 분자 내 질소 원자를 가지며 키나 나무라는 식물에서 생성되는 물질인데, 이처럼 분자 내 질소 원자를 갖고 특히 식물에서 생성되는 물질을 일컬어 알칼로이드(alkaloid)라 한다.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은 바로 분자가 갖고 있는 질소 원자(정확히는 질소 원자가 갖는 비공유전자쌍)로부터 발생하는 염기성 때문으로 알칼리(alkali)에서 유래되었다.

인류의 생활에 깊이 관여하거나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알칼로이드가 매우 많은데, 커피나무에서 얻어지는 카페인(caffeine)은 커피를 비롯하여 스포츠음료 등 다양한 기호 식품의 핵심 성분이다. 그리고 중국을 비롯해 동북아시아 근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아편전쟁은 양귀비 잎에서 얻어지는 마약 성분인 모르핀(morphine) 때문에 발생된 청나라와 영국의 전쟁이었다. 담배 나무에서 얻어지는 니코틴(nicotine)은 시중에 판매되는 담배가 포함하는 주요 성분으로 각성 효과가 있으며 때에 따라 살충제로도 활용된다.

대표적인 알칼로이드 화합물과 화합물을 생산하는 식물들(출처: 대한화학회)

퀴닌의 역사와 말라리아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되어 발열을 비롯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급성 전염병이다. 이러한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바로 암컷 모기로,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리면 원충의 포자소체(sporozoite)가 체내에 들어오고 간에서 증식 후 적혈구를 공격하여 감염 증세가 발생하게 된다. 16세기 이전까지 말라리아의 치료제로 알려진 게 없었지만, 1600년대 초반 페루에 스페인 총독으로 부임한 신콘(Chinchon)의 부인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거의 죽을 뻔하다 당시 페루 원주민들의 치료 방법이었던 키나 나무 껍질 달인 물을 마시고 치료가 되어, 이후 키나 나무 껍질이 말라리아 치료제로 본격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말라리아 감염과 주기()

현재도 말라리아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질병으로 해마다 2백만 명 가까운 사람이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투유유는 1970년대 개똥쑥(Artemisia annua)에서 추출한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이 말라리아 발병 초기 단계부터 말라리아 원충을 빠르게 박멸하는 것을 발견하여, 이후 아르테미시닌의 보급을 통해 말라리아의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개똥쑥에서 추출한 아르테미시닌의 구조와 투유유(출처:대한화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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